낯선 사람은 위험한 사람이라는 편견을 바꾸는 디자인의 힘
요즘 공유 경제의 성공 사례로 많이 거론되고 있는 두 회사, Uber와 AirBnB 각 회사의 Founder가 지난 2월 TED conference talks에서 강연을 했다.
그중 Airbnb에 대한 이야기를 co-founder이자 디자이너인 Gebbia의 TED 강연 내용을 기반으로 이야기해보려 한다.
Gebbia가 디자인스쿨을 졸업한 다음 날, 그는 자신의 작품을 판매하기 위해 Yard sale을 하던 중 한 남자를 만난다. 그 남자는 Peace Corp. 에 입사하기 전 로드트립을 하고 있었다. 남자와 Gebbia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함께 나누었고, 그는 Gebbia의 작품을 하나 샀다.
어쩌다가 남자는 Gebbia의 집에 초대되었고, 그는 세상을 바꾸기 위한 자신의 열정과 비전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맥주를 마셨다. 이내 늦은 밤이 되었고, 피곤해진 Gebbia는 그에게 오늘 밤 어디서 묵는지 물어본다.
설마 했는데, 역시나! 그 남자는 오늘 밤 갈 곳이 없다. 속으로는
‘오늘 처음 본 낯선 사람인데, 이 남자 뭐하는 거지?!’
라고 생각하지만 거실에 airbed하나가 남으니 자고 가라고 말한다.
지금 내 집 거실에서 자고 있는 저 남자. 아니 오늘 처음 만난 저 낯선 남자.
Peace Corp. 에 입사를 앞두고 있다고 말했지만, 거짓말이었을 수도 있고, 운이 나쁘면 정신병자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 속에, Gebbia는 살금살금 문으로 다가가 방 문을 잠그고 잔다.
다행히 그 남자는 정신병자가 아니었고, 둘은 지금까지도 계속해서 연락을 하고 지낸다. 그 후, Gebbia는 처음 본 사람을 호스팅 한다는 것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
낯선 사람은 위험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아직 발견하지 않은 미래의 친구일 수도 있겠구나.
2년 후, 거의 파산 직전의 무직자였던 Gebbia. 설상가상으로 같이 살던 그의 룸메이트는 나가고, 월세는 올랐다. 마침 그때, 그가 살고 있는 샌프란시스코에 디자이너 콘퍼런스 행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인근 호텔 방은 모두 동난 상태였다.
Gebbia의 새로운 룸메이트이자 베스트 프렌드인 Brian Chesky는 그에게 돈을 벌기 위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안하는데 바로 이것이 바로 Airbnb의 초기 시도이며, 일명 'designers bed and breakfast'였다.
둘은 그들이 살고 있는 집 공간을 셰어 하는 아이디어를 실현시키기 위해 간단한 웹사이트를 만든다. 빵빵한 무선인터넷과 작은 책상, 아침식사, 그리고 잘 수 있는 침대를 제공한다는 문구와 함께. 그 결과, 3명의 게스트가 둘의 집에서 같이 지내게 되었다. 게스트는 하루 20달러를 지불하고 Airbed에서 잤으며, 맛있는 아침을 함께 먹었다. 그들은 이내 친구가 되었고, 이 특별한 경험은 게스트와 호스트 모두에게 즐거운 추억이 되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Gebbia와 Brian은 그들의 아이디어에 대한 가능성을 확인했고, 다른 친구들을 모아서 Airbnb를 론칭하게 된다.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본인의 스마트폰을 잠금 해제하고 건네주었을 때, 그 느낌이 어떨까?
자신의 개인적인 정보가 담겨있는 스마트폰을 낯선 사람이 가지고 있다면? 분명 당황스러운 감정이 들 것이다.
그런데 스마트폰보다 더 개인적이고, 사적인 공간이 있다면 그곳은 바로 집이다. 낯선 사람이 자신의 침실과, 부엌과 심지어 화장실을 본다는 것. 바로 이 것이 호스트가 그들의 집을 공개했을 때의 감정이다.
Gebbia와 친구들이 Airbnb의 아이디어를 가지고 투자자들에게 말했을 때, 아무도 그들의 비전에 투자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는 아이였을 때부터 낯선 사람은 곧 위험하다고 교육받았기 때문이다. 그 누가 낯선 사람이 본인의 가장 사적인 공간인 집을 내어줄 수 있다는 말인가?!
Airbnb는 신뢰에 대한 이 당연한 편견과 문제를 디자인으로 어떻게 해결했을까.
열쇠는 바로 잘 디자인된 평판 시스템이다.
상상해보라. 자신의 집을 소개하는 호스트가 자신에 대해 소개할 때, 어디 출신이며, 본인의 이름이 무엇이지, 그가 키우는 강아지나 그의 사랑스러운 아이들 이름을 친근하게 소개한다면? 또, 그의 집에서 묵었던 전 세계 각지의 사람들이 “ 머무르기 좋은 장소이고, 친근한 호스트였으며, 좋은 추억이 되었습니다!”라고 말한다면?
얼마 전 있었던 스태포드대학교와의 연구에서 드러난 연구결과는 예상할만한 것이었다. 사람들은 본인과 유사한 면이 많을수록 그 사람을 더 신뢰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사람들은 나랑 차이점이 많은 사람일수록 신뢰하기 어렵다는 것이 자연스러운 사회적 편견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여기에 평판에 대한 정보가 들어가면 결과가 완전히 달라진다는 것이다.
단, 3개의 리뷰라면 아무런 변화가 없지만, 10개 이상의 긍정적인 리뷰가 있다면, 서로가 유사하기에 발생하는 신뢰를 이길 수 있다. 올바른 디자인이 사람들 마음속 깊이에 자리 잡고 있는 ‘낯선 사람=위험한 사람’의 편견을 극복하는데 도움을 주는 것이다.
신뢰를 만들기 위한 다른 한 가지 비법은 바로 적절한 대화를 유도하는 디자인에 있다.
Guest가 Host에게 예약을 확정 짓기 위한 첫 메시지를 보낼 때, 너무 무성의하게 "Yo."라고 말한다면?
반대로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람이 "우리 엄마에게.. 지금 슬픈 소식이 있어요"라는 심각한 말을 한다면?
예상했겠지만 이 경우, 신뢰의 강도는 내려간다.
Host와 Guest가 상황에 맞는 적절한 대화를 주고받을 때, 서로에 대한 믿음이 생기는 것이다.
Airbnb 서비스 안에서 이 이슈를 어떤 방식으로 풀어냈을까?
Guest가 예약을 확정하기 위해 Host에게 첫 메시지를 보내는 아래의 화면을 보면 간단히 알 수 있을 것이다.
적절한 크기의 Text input box, 그리고 Guide Text가 상황에 딱 맞는 행동을 이끌어낸다.
'이 집에서 자고 싶은데 호스트한테 어떻게 말하지?'
라고 고민하는 그 찰나에 유저는 Guide Text를 보고 고민없이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것이다.
이 영상을 보고 나는 무릎을 쳤다.
UX 디자이너가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은 이런 거구나. 현업에서 이런 고민을 더 많이 해야겠구나.
라고 생각했다.
사람들이 Airbnb를 이용하는 이유는 비단 합리적인 가격, 집의 멋진 인테리어와 사진, 숙소 콘셉트의 다양성, 친절한 호스트, 리뷰로 인한 신뢰 때문만은 아니다. 바로 여행다운 여행을 하고 있다는 느낌도 한 몫한다는 의견이 있다. 짧은 인스턴트 여행 시대에 이방인으로 새로운 곳을 방문하는 게 아니라, 여행지의 일부인 현지 사람이 살던 집, 살고 있는 집, 그리고 그들에 문화에 스며들어 함께 머문다는 생각 때문이다.
집은 개인의 사적인 공간이라는 생각이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이 시대에, 지구촌 어디에 있는 사람에게도 친근감을 느낄 수 있고, 그들을 초대하고 초대를 받을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는 것이 Airbnb를 이용하는 사람들에게는 선물일 것이다.
자료 출처
https://www.ted.com/talks/joe_gebbia_how_airbnb_designs_for_trust
http://www.foxbusiness.com/features/2015/06/22/is-airbnb-best-lodging-stay.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