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안하게 내 그릇만큼
휴직을 한 2년 동안 잘 살았나? 돌이켜보니 육아로 힘들어한 시간이 많았던 것 같아서 새해가 되면서는 그러지 말자고, 내가 처한 현실에 불평하거나 힘들어하지 말자는 다짐을 잠깐이나마 했었다. 우리 가족 중 누구 하나 크게 아프지 않는 상황인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할 일이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동시에 또 이런 생각을 했다. 과거의 내 힘듦과 그럴 수밖에 없었던 과거의 내 태도를 이제 와 다 부정하지 말자는 생각이었다. ‘그때의 나는 왜 그렇게 힘들어했지? 감사의 마음으로 이왕이면 그 시간도 마냥 즐길 수 있었다면 좋았을텐데...’ 이런 생각도 사실은 그 시간들이 이제는 과거가 되었기에 할 수 있는 생각이지 않을까 싶다. 같은 맥락에서, 과거의 힘들었던 내 감정들을 이제 와 부정하고 후회하고 반성하는 것이야말로 오히려 오만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의 나도 나고, 지금의 나도 나인데, 그 둘이 뭐 얼마나 크게 다르겠나. 과거의 모습을 반성하고 그럼으로써 성장하는 나도 좋지만, 이제 나는 그런 쪽보다는 그냥 그때의 나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존중해주면서 오히려 자신에게 너무 많은 걸 요구하지 않는 나가 좀더 필요한 것 같다는 자각으로 올해를 시작하게 되었다. 그러니까 한 마디로 익숙하게 또 지난 날의 나를 반성하다가 그만뒀다는 말이다. 반성은 무슨. 해보라고 해, 누가 안 힘든지. 나니까 이 정도 해낸 거다. 오히려 이제는 그런 다독임이 필요하다고 느낀다. 그리고 나는 이제 나를 예전보다는 더 안다. 많은 걸 혼자 감당하려고 하는 게 이미 내가 가진 성격인 걸 안다. 따라서 그 부분에서 보다 너그럽고 느슨하게 먹는 마음이 나한테는 오히려 훨씬 더 필요하다.
21개월째 시터 한 번, 도우미 한 번 안 쓰고, 부모님 도움 없이 평일에는 오롯이 혼자 아이를 돌보았다. 내 자식 키우는 일이고 이보다 훨씬 더 힘든 환경에서 아이 둘 셋 키우시는 분들도 계시기에 대단할 것 하나 없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나는 나 자신이 그래도 대견하고 대단한 일을 해왔다고 생각해주련다. 그동안 정말 최대한 혼자 감당해내느라 애 많이 썼고, 지금의 사랑스럽고 건강한 아이로 잘 키우느라 고생 많았다. 잘했다. 이 정도면 충분히 잘해왔다.
앞으로도 고생은 하겠지만 분명한 건 힘듦이 덜해지는 부분이 앞으로는 많아질 것이고, 무엇보다 지금처럼 마음에 충만함과 사랑 또한 가득 차는 시간이 될 거라는 확신으로 나에게 응원을 보낸다.
요새는 이렇게 나를 부정하려고 하지 않는 게,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려고 하는 게 좋아진 변화라고 생각한다. 내가 밥그릇이면 밥그릇만큼의 물을 담아야 하고, 국그릇이면 또 그만큼의 물을 담으면 될 일인데. ‘나는 왜 이것밖에 못 해내지?’ 라는 생각을 끊임없이 하며 더 나아지려고, 더 커지려고 할 필요가 뭐가 있나 싶다. 뭐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 될 거라고. ㅎㅎ 그리고 사실 이 정도면 충분히 훌륭하기 때문에, 나 자신에게 더 많은 걸 요구하지 않는 게 앞으로는 중요하다고 인생 처음으로 나에게 진심으로 너그러운 마음을 가져본다.
올해도 파이팅이다. :)
대단히 나아지거나 완전하게 새로워질 필요 없이, 올해도 계속해서 나다운 나로 살고, 엄마로서 아내로서 최선을 다하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