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여자친구가 없을 것이다, 없어야 한다
소개팅에서 애프터를 못 받아보는 것은 처음이다. 토요일 오후에 헤어졌으니 벌써 하루가 지났다. 하필 나는 그 어떤 때보다 애프터를 기다리고 있었다. 다른 건 몰라도 애프터만큼은 그래도 남자가 먼저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기에 애프터가 오지 않으면 두 번 볼 일은 없을 것이었다. 아쉬웠다. 정말 오랜만에 마음에 드는 상대였는데… 그가 여자친구가 있든 없든 그는 아쉬운 상대였다. 되짚어보니 이전의 소개팅에서 나를 마음에 들어했던 남자들과는 반응이 사뭇 다르기도 했던 것 같다. 보통, 상대방이 내가 마음에 들었을 경우 첫 만남에서부터 다음 약속을 확정하거나 최소한 다음 만남에 대한 여운이라도 남겼고, 애프터 역시 기다릴 새 없이 돌아서자마자 오는 경우가 더 일반적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24시간을 넘긴 적은 없었다. 이제는 받아들여야 했다. 그럼 그렇지.
- 주말 잘 보내고 계신가요? 다름이 아니라 다음 주말에 또 뵐 수 있을까 해서 연락 드렸어요. 충분히 생각해 보시고 천천히 답장 주셔도 됩니다.
카톡이 온 것은 체념의 단계로 넘어가고도 남았던 저녁 5시를 넘겨서였다. 그의 인상이 주는 느낌과 잘 어울리는 애프터였다. 애프터가 왔다는 사실이 가장 좋았고 적극성이 적당히만 느껴진다는 점이 그 다음으로 좋았다. 나는 너무 적극적인 남자를 늘 무서워하거나 부담스러워했다. 호감이 있었다가도 저돌적으로 다가오는 상대방에게는 늘 도망가기 바빴다. 그런 면에서 나는 차라리 흔히들 말하는 초식남이 좋을 정도였다. 다음번 만남을 원하면서도 혹시 거절하더라도 괜찮다는 태도가 여유 있고 젠틀하게 느껴졌다. 그쯤 나는 그가 여자친구가 있을지도 모른다에서 여자친구가 없을 것이다로 생각을 굳혀가고 있었다. 그를 또 만나고 싶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