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차와 유모차, 폐경과 완경

무엇에 그리도 긁히십니까?

by 두갓

들어가기에 앞서 -

여성의 대한 권리를 불편해하며, 자신들의 맹목적이고 논리 없는 여성 혐오를 가감 없이 표출하는 남성들을 뭐라고 부를까 너무 고민이 된다. 그들을 한국 남자라고 하기에는 정상적인 한국 남성도 있으니 맞지 않다. 그래서 그들이 제일 싫어하는 것이 '페미'이니만큼 '안티페미'라고 부르는 것이 적당할 것 같아 '안티페미'라고 호칭하고자 한다.


유튜브를 잘 보지 않는 내가 챙겨보는 방송 중에 하나가 '핑계고'다

유재석 씨가 진행하는 술 없는 편안한 대화 방송인데, 이 중 배우 박보영 씨 편이 '이상한' 방향으로 화제가 되었다.


황당하게도 그 중심에 있는 단어가 '유아차'였다.

박보영 씨가 방송 중 '유모차'라고 언급한 장면이 있었는데, 이를 제작진이 '유모차'라고 자막 처리 하면서

제작진은 남혐이다! 페미다! 사과하라!

며 안티페미들이 난리를 쳤기 때문이다.

(굳이 그 저열하고 질 낮은 많은 글들을 이 글에 올리고 싶진 않아 캡쳐본을 올리진 않겠다.)


그럼 먼저, 유아차의 어원은 무엇일까?

유모차乳母車

는 그때 당시 일본어를 그대로 번역한 말이다.

유모乳母가 끄는 차라서 유모차라고 지칭하는 것이다.


그러니, 안티페미는 유모차에 '모母'가 들어갔기 때문에 페미들이 없애려는 단어라고 하지만 이는 근본부터 틀린 것이다. 다른 것이 아니라 말이다. 유모가 끌지 않는데 무슨 유모란 말인가?


그렇다면 유모차의 어원을 가진 일본에서는 뭐라고 부를까?

ベビーカー 아이차

라고 부른다.

실제로 '유모차'의 어원을 가진 나라지만 '유모차'는 거의 사장된 단어로 실제 사용하는 사람을 보는 것은 어렵다.


그렇다면 미국은?

stroller라고 한다

stroll:거닐다에서 온 단어다


그렇다면 중국은?

婴儿车 아이차

라고 부른다.


한 마디로 그 어느 나라에서도 '유모'가 끄는 '차'라는 의미의 이상한 단어는 쓰지 않는 것이다.

당연하다. 그리고 당연히, '어머니'를 뜻하는 단어가 들어간 나라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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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국어원.jpg

당연하게도 유아차는 표준어로 등재된 문제없는 단어이다.


이쯤 되면 이해할 만도 한데 안티페미들은 신기한 소리를 한다.

단어를 바꾸려면 사회적인 합의를 해야지! 왜 마음대로 바꿔?

이 말은 수 없이 많은 저질의 댓글과 게시글들을 최대한 순화해서 표현한 것이다.

안티페미들은 '유아차'를 페미들이 싫어하는 '모'를 지우기 위한 공작이라고 생각한다.

라떼파파.jpg

이미 상술한 내용에서 '유아차'로 부를 만한 충분한 근거가 있지만 그래도 더 살펴보자.

그들의 단순한 의견대로 '모'를 빼기 위한 페미들의 난리라고 치면, 그것이 안 될 이유는 어디 있을까?


실제로도 기존 '유모차'가 가지는 어감에서 '어머니'만 양육을 한다는 뉘앙스가 있기에 '유아차'로 순화된 이유도 있다.

안티페미들은 양육에서 '남자'를 지우길 원하는 걸까? 그것이 그들의 남성성에 큰 상처를 주는 걸까?

아니면, '여자'에게 양육의 의무를 부담시키고 싶어 하는 걸까?

그 어느 쪽이라 해도 타당하지 않다.


언어는 살아있다.

계속 바뀐다.

그들은 '왜 멀쩡하게 쓰는 단어를 마음대로 바꾸느냐!'라고 하지만, 과거의 썼던 언어라고 해서 옳은 것은 아니다. 바뀌지 않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과거에서 현재로 단어가 대체(순화)된 것들을 살펴보자.


불임 -> 난임
불치병 -> 난치병
폐경 -> 완경
꼽추 -> 척추장애인
장애자 -> 장애인
절름발이, 앉은뱅이 -> 지체 장애인
귀머거리 -> 청각장애인
장님 -> 시각장애인
후진국 -> 개발도상국


여기에서 다 열거하지 못할 정도로 많은 단어들이 순화되었다.

그럼 이 단어들이 바뀌었을 때 당신의 동의가 필요한가?

바뀔 때 대국민 투표라도 했는가?

당신에게 반대할 자격이 있는가?

순화된 이유를 모르겠는가?



그럼, 자연스럽게 제목에서 언급한 두 번째 단어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자.

최근 보드게임을 좋아하는 나는 황당한 것들 보게 되었다.

유니텔을 시작으로 인터넷을 했던 나에게 '여성 혐오'란 한국인의 밥상에서 보는 김치처럼 항상 함께하는 것이었고, 이제는 너무나도 당연해져 어떠한 충격도 주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건은 정말이지 너무 황당해서 내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발단은 코리아보드게임즈의 메디컬 미스터리 : 뉴욕 응급실이라는 게임이다.

https://www.koreaboardgames.com/magazine/menuDetail?boardCd=contents&postNo=1201

코1.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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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면 볼수록 황당하다.


해당 게임은 추리 협력게임(게임 인원이 같이 지거나 승리하는 게임)으로 2024년 신작게임이다.

'응글실'을 무대로 한 게임은 실제 응급 상황을 표방하여 각 의료 접수 카드에 환자에 대한 설명이 쓰여 있고,

화제가 된 카드는 완경기가 지난 53세 여성의 내용이다.


그런데 여기서 '완경'이라는 단어를 사용했기에 페미 게임이고, 혐오 표현이라는 것이다.

정말 나름 많은 종류의 혐오를 본 나도 뇌가 정지할 만큼 어이가 없었다.


실제로 수많은 안티페미들이 코리아보드게임즈를 비난했고 이상한 글들을 남겼다.

이에 코르아보드게임즈는 입장문을 냈다.

스크린샷 2024-11-14 오후 4.39.53.png

출처 : https://www.koreaboardgames.com/magazine/menuDetail?boardCd=news&postNo=328


상식적이면서 깔끔한, 근래 보기 드문 명문이다.

이 입장문에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은 '이 정도면 이해가 가겠지.'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안티페미는 달랐다.

일반인이 이해할 수 있는 범주가 아니었다.

그들의 원색적이고도 수준 낮은 글들을 보기 괴로웠으나 간추려보자면 이런 내용이었다.


1. 페미니스트들이 쓰자고 하면 써야 되냐

2. 이미 폐경이라고 잘 쓰고 있는데 왜 바꿔야 하냐

3. 혐오 사상이다!


자, 완경이 페미니즘 단어인가?

그럴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이 도대체 페미니즘과 무슨 상관인가?

(페미니즘이 잘못되었다는 말이 아니다.)


완경이란 말은 1989년 안명옥 당시 국립중앙의료원장이 처음 제시 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그만큼 역사가 오래된 단어인 것이다.


조선시대 때에는 완경을 뭐라고 불렀는가?

단경斷經이다.

폐가 닫을 폐라면 단은 끊을 단이다.


그렇다면 영어로는 무엇인가?

menopause이다.

월경(달)을 뜻하는 그리스어 mēn과 중지, 끝을 의미하는 pausis (παῦσις)에서 왔다고 한다.


우리나라말에서 폐(패)가 주는 어감이 있고, 월경을 '완료, 완성'했다는 의미의 '완完경'이라고 쓰자고 하는 것이다.

도대체 이 완경이라는 단어 어디에 혐오 표현이 있는가?

여성이 폐경이 아닌 완경을 하게 되면 혐오를 당하게 되는 사람은 도대체 누구인가?



'혐오', '혐오' 노래를 부르는 안티페미들의 말을 들어보자면 그들의 심리를 이해할 수 있다.

왜 그런 말이 있지 않은가?

말싸움 중에 상대를 공격하는 말이 본인의 자격지심, 이른바 트리거인 것이라고.


퀴어이론.jpg 전혜은, 퀴어 이론 산책하기

흔히 인터넷에서 이성 있는 자들이 안티페미들은

아줌마

라는 한 단어를 남기고 자기들끼리 낄낄 거린다.

그 저변의 심리를 아주 잘 표현한 글이다.


저 이론을 따라가 보자.

오래전부터 쓰자고 했던, 어떠한 혐오 표현도 없는 단어를 혐오라고 부르짖는 자들의 심리를.


혐오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그들이 혐오라고 부르짖는 건, 아무도 공격당하지 않는 단어인데 본인이 공격당한다고 느낀다는 것이다.


왜 공격당한다고 느낄까?

실제로 폐경에서의 그 어감 차이를 느꼈기 때문이다. (이 이유가 아니라고 한다면 그것이야 말로 맹목적인 혐오임을 인정하자.)


여자의 가치를 '임신, 출산, 양육'과 결부시키는 남자들에게 '폐경'이란 여자의 가치가 끝났다고 표현하는 어떠한 상징으로 여기고 있기 때문이었는데 그 단어가 '끝'이 아닌 '완성'이라고 했을 때의 패배감을 생각해 보자면(정상인으로서는 이해하기 힘들긴 하지만) 얼추 이해가 간다.


이 흐름에 따르면 '유아차'에 발작 버튼이 눌리듯 광분하는 안티페미들의 생각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유모 + 차 이기 때문에, 이제는 남녀가 같이 양육하는 시대라 '유아차'를 쓰는 충분한 이유가 있어도 '자신들의 기분이 나쁘기 때문'에인 것이다.


아이를 당연히 양육해야 할 책임을 가진 여자가 감히! 유모차에서 탈락해 '유아차'가 되는 것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 스웨덴에서 유아차를 끌고 라떼를 마신다는 라떼파파를 보면 무서워서 울게 될까?


실제로 여자들끼리 모여 누군가는 '완경', 누군가는 '폐경'이라고 쓴들 그 누구도 지적하지 않는다.

그들은 혐오하지 않으니까.

여자들끼리 모여 누군가는 '유아차', 누군가는 '유모차'이라고 쓴들 그 누구도 지적하지 않는다.

그 누구도 배제하지 않으니까.



남자들이 어느 날 갑자기

'몽정'이란 단어가 가지고 있는 느낌이 싫어! 오늘부터 '용용'으로 바꾸겠어!

라고 한다고 가정해 보자.


과연 여자들이 달려가

'이건 혐오야!' 하며 벌떼처럼 들고일어나겠는가?

아니, 기필코 누구 하나 관심을 주지 않을 것이고 이에 아무도 이견을 내지 않을 것이다.

몽정의 주체들이 그렇게 바꾸겠다는데 그게 몽정을 하지 않는 여자들과 도대체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반대로 완경이든 폐경이든 도대체 안티페미들은 무슨 상관인 것인가?

'완경'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의료계 용어를 바꿔달라! '완경'으로 누군가를 공격할 것이다! 한 적도 없는데 말이다.


그런데 왜 안티페미들은 저러는 건가?

여자들의 결정, 서로 평등해지는 과정 그 어느 것 하나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혐오하지 않는 여자들에게 혐오한다며 달려들어 혐오하는 인간들은 어찌나 혐오스러운 것인가.

부디 그들이 자신들만의 그릇된 생각에 갇혀 지내지 않았으면 한다.

혐오가 없는 곳에서 기어코 자신의 마음에서 만들어낸 혐오를, 죄 없는 여자들에게 뒤집어 씌우는 저열한 짓을 이제는 멈춰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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