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혁신-11
디지털 혁신 대상 분류와 범위
기업 경쟁력은 기술, 인력, 장비 등 투입요소(input), 가치를 생성-전달-획득(create, deliver, capture)하는 프로세스(process), 그리고 산출물(output) 등에 따라 달라진다. 기업이 디지털 혁신을 위해 전략적으로 투자할 대상은 (업무) 기능, 자산, 기량 등 3가지 카테고리로 나눌 수 있다. ‘기능(function)’은 기획, 인사, 재무, 생산, 마케팅, IT 식으로 기업이 목표 달성을 위해 필요한 프로세스/활동을 목적이나 전문성을 기준으로 그루핑 한 것이다. 기능은 기업이 본연의 임무나 주력 사업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나눈 것이기에 업력(age)이나 규모, 산업에 따라 범위나 분류가 달라진다. 일반적으로 업력이 길고 규모가 큰 대기업은 다수의 세분된 기능을 운영하고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은 상대적으로 소수의 기능을 운영한다. ‘기능’은 구체적으로는 일련의 활동/작업을 논리적으로 연결한 여러 가지 프로세스의 집합이다. ‘자산(asset)’은 기업이 목적 달성을 위해 획득, 사용하는 재화를 가리키며 일반적으로 유동성에 따라 고정자산/유동자산, 형태에 따라 유형자산/무형자산으로 구분한다. 필자는 자산을 편의상 물적 자산(예: 장비, 설비, 자재), 지적 자산(예: 지식/기술, 데이터/정보, SW, 디자인/브랜드), 인적 자산(예: 직원, 파트너) 등으로 구분할 것이다. ‘기량(skill)’은 구성원이 학습을 통해 얻은 지식을 특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익숙하게 활용하는 능력이다. 표현력, 의사소통 능력, 관리 능력, 문제해결 능력, 기계 조작 능력, 시스템 개발 능력, 협업 능력 등이 개인 또는 팀의 기량인 것이다. 기업이 가진 자산과 구성원의 기량을 합친 것이 역량(capability)이며, 그중에서 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것을 핵심역량(core competency)이라고 한다.
디지털 혁신은 기업이 가진 핵심역량을 디지털화함으로써 전사 차원에서 새롭거나 향상된 가치를 얻기 위한 것이다. 디지털화 대상인 역량 중에는 디지털화 자체가 불가능하거나 무의미한 것도 있고 디지털화가 가능하더라도 비용이나 기간 면에서 바람직하지 않은 것도 있다. 로봇은 인간의 육체노동을 대체해 왔고 AI는 시각/청각을 포함한 인식 능력과 지적 활동을 부분적으로 대체하는 수단으로 발전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수준의 기술로는 디지털화 자체가 불가능하거나 상당한 시간-비용이 필요한 영역으로 남아 있고, 디지털화를 지양해야 할 영역도 있다. 인간의 창의력, 공감/협업 능력, 상식에 입각한 문제해결 능력, 예외상황에 대처하는 유연성 등은 여전히 디지털화가 제한적인 영역이다. 꿈과 이상(理想), 도전정신, 자아의식, 윤리의식 등은 인간 고유의 영역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경영자는 인간 존중이라는 가치 위에서 디지털화가 가능한 것과 가능하지 않은 것, 디지털화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구분하여야 한다. 산업 현장에 이미 널리 도입, 활용 중인 로봇이 인간을 대체하는 수단이 아니라 보조하거나 협업하는 수단으로 활용하는 트렌드가 늘어나는 것처럼 AI도 인간을 보조하거나 인간과 역할분담을 통해 ‘윈-윈’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디지털화 대상: (업무) 기능
‘기능’의 디지털화는 궁극적으로 기업의 모든 기능이 대상이지만, 실제로는 ROI나 준비도/성숙도를 고려한 우선순위에 따라 일부 기능을 대상으로 시작해서 점차 범위를 확대하고 수준을 고도화하는 식이 될 것이다. 기능의 디지털화는 수요자인 시장/고객으로부터 공급자인 기업으로 들어오는 흐름의 시작 부분인 고객지원/판매/마케팅 기능을 먼저 진행하고 이어 제품/서비스 생산 기능, 그리고 가치사슬의 앞부분인 구매/조달 기능 순으로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시 말하면, 공급자 관점이 아닌 수요자 관점에서 가치사슬을 거스르는 방향으로 디지털화를 진행하는 것이다. BCG의 DX 프레임워크인 Digital Acceleration Index(DAI)도 시장유통(: 고객여정, 제품개발, 디지털 마케팅, 개인화, 판매, 디지털 가격 책정), 생산운영(: 제조, 디지털 공급망, 조달, 서비스 생산), 관리지원(: 본부, 공통서비스, 고객 서비스) 등을 ‘디지털 중추’로 정의하고 있다.
디지털화는 궁극적으로 모든 기능을 대상으로 하되 기능 간에 존재하는 경계/장벽을 제거하여야 한다. WEF/액센추어(2023)의 조사에 의하면 DX 선도기업들은 최근 기능별 업무 개선이나 디지털화를 넘어서 ‘전사적 재창조’(TER: Total Enterprise Reinvention)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에 그들은 기업을 DX 수준에 따라 리더(leader), 도약자(leapfrogger), 후발주자(laggard) 등으로 구분하였으나, 2022년에는 그와 같은 구분을 재창조(reinventor, 조사 대상 기업의 약 8%), 변환자(transformer, 약 86%), 최적화(optimizer, 약 6%)로 변경하였다. ‘최적화’는 제한된 범위의 업무기능만 DX를 추진 중인 기업들이다. 반면, ‘재창조’는 모범사례를 벤치마킹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활동 전반에서 가능성/기회가 있는 곳을 찾아서 핵심역량을 재창조하는 기업들이다. TER 전략의 핵심은 외부 환경 분석 결과를 내부 전략에 반영하는 Outside-in 관점, 신기술에 대한 이해 향상, 인재 확보와 역량 개발, 조직 간 벽/경계 제거, 중단 없는 재창조, 변화관리, 의사소통, 파트너 협업 등에 있다. ‘조직 간 벽/경계 제거’는 기술적으로는 데이터 공유와 프로세스 연결을 통해 실현될 수 있지만, 구성원의 마인드와 조직문화의 개방성이 전제되어야 한다.
WEF/액센추어(2023)는 여러 가지 업무기능을 DX 전략 유형별 ‘재창조’ 효과(또는 영향력)의 크기에 따라 아래와 같이 분류하였다. 판매/고객지원/마케팅 등이 맨 먼저 디지털화해야 할 기능이라는 것이다.
o 성장 가속화(Accelerate Growth) 전략 경우
[재창조 효과 높음] 판매, 고객지원, 마케팅, [중간] 사업단, R&D, [낮음] 신사업모델, 기업전략
o 운영 최적화(Optimize Operations) 전략 경우
[높음] 조달, 공급망관리, 설계/제조, 지속가능성; [중간] 재무; [낮음] 산업특화 기능, 인력관리, 법률, IT.
디지털화 대상: 역량 & 핵심역량
기업이 가진 역량(즉, 자산+기량)은 아래와 같이 구분할 수 있다(김덕현, 2022).
o 물적 역량: 유형자산에 속하는 장비/설비, 토지, 건물, 차량, 창고, 자재/부품 등과 이들을 제조, 정비, 유지보수, 관리하는 데 필요한 기술, 도구 등을 활용하는 기량.
o 지적 역량: 무형자산에 속하는 데이터/정보, 지식/경험, SW, 지식재산권(IP), 디자인, 브랜드 등과 이들을 확보해서 기업활동 전반에 활용하는 기량. IP에는 특허권, 실용신안권, 디자인권, 상표권 등 산업재산권과 저작권, 新지식재산권 등이 포함됨.
o 인적 역량: 제품/서비스의 생산-판매와 이들에 대한 경영관리 및 지원을 담당하는 경영/관리자, 기술자 등 사람과 이들을 확보해서 최상의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조직화하고 리드하며 경력개발이나 평가/보상을 통해 기량을 높이는 능력.
o 사업화 역량: 신규 개발 제품/서비스를 지속적 수익 창출이 가능한 사업으로 만들기 위한 기술 및 경영관리 측면의 역량으로 금전적 자산과 인적/지적/물적 자산 등이 모두 필요한 역량임.
‘역량’의 디지털화는 논리적으로는 기업의 모든 역량을 대상으로 한다. 그러나,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관련 기술 발전이나 사회적 수용, 그리고 기업 전략에 따라 범위와 수준이 달라진다. 디지털화가 불가능하거나 법/제도나 사회적 정서가 디지털화를 허용/수용하지 않는 영역은 제외되어야 하지만, 역으로 사회적 수요를 합법적 제품/서비스로 만드는 전략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1990년대 이후 보편화 된 전자상거래에서 의약품이나 무기는 여전히 거래 금지 품목이지만, 장애나 질병을 예방, 관리, 치료하기 위해 환자에게 SW나 게임 형태로 제공되는 ‘디지털 의료기기’(Digital Therapuetics 또는 SaMD: Software as a Medical Device)는 최근에 부상한 유망 사업 영역이다. 역량의 디지털화는 또한, 산업별, 기업별로 대상과 우선순위가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면, 전통 제조업에서는 제조 시설과 장비, 핵심 부품, 정밀가공 공정, 고숙련 기술자/근로자 등 물적 역량이 핵심역량이지만, 오늘날 세계 최고 수준의 기업가치를 실현한 플랫폼 기업들은 정보시스템, 데이터, 지식재산권, SW 개발자, 비즈니스 모델 등 지적/인적 역량이 핵심역량이다. 산업 간 경계를 초월한 융합 제품/서비스로 신시장을 창출하려는 기업의 핵심역량에는 보유 역량뿐만 아니라 미(未) 보유 상태지만, 장차 확보하게 될 역량도 포함된다. 글로벌 선도기업들은 일찍부터 미보유 역량을 외부에서 도입하거나 기존 기업을 M&A하고, 파트너로 연결하며, 스타트업 투자나 인큐베이팅 등을 통해 확보하고 있다.
디지털 역량 확보 대안 (WEF, 김덕현)
WEF(2016)는 디지털 혁신에 필요한 역량은 개발(‘Build’), 도입(‘Buy’), 협업(‘Partner’) 같은 종래의 방식뿐만 아니라 (스타트업에) 투자(‘Invest’)하거나 (내/외부 기업을) 육성(‘Incubate or Accelerate’)하는 방식으로 확보할 것을 제안하였다. ‘개발’은 일반적으로 개발 대상 시스템이 자사 핵심역량에 해당하고 필요한 인재나 기술을 확보해서 시스템을 개발한 후 시장을 공략(또는 방어)할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 채택한다. 이는 기술 또는 시장 지배력 확보/보호, 비용 최소화, 시스템 차별화, 수정/보완 및 업그레이드의 용이성 등을 얻으려는 전략이다. 그러나, 다양하면서 빠르게 변하는 신기술을 모두 확보해서 선도적 지위를 유지하려면 상당한 투자가 필요하고 위험요인이 수반되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도입’은 일반적으로 대상 시스템이 자사 핵심역량이 아니거나 시장을 공략/방어할 시간적 여유가 별로 없고 개발에 필요한 자산/역량을 확보하기 어려울 때 채택한다. 도입은 개발과 달리 시간 측면에서는 이점이 있지만, 핵심기술 확보, 비용, 시스템 업그레이드 등 측면에서는 상대적으로 불리한 방안이다. 따라서, 선도기업과 조기에 협력 관계를 구축해서 경쟁이나 투자 부담을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스타트업을 M&A 할 경우, 합병된 기업의 혁신 동력이 위축되거나 인수 후 기업간 통합이 지연되어 시너지를 내지 못할 수도 있다. ‘협력(Partner)’은 대상 시스템을 ‘소유’할 필요가 없고 파트너와 시너지를 낼 수 있을 때, 또는 새로운 시스템이나 BM의 적합성과 생존성을 탐색하고자 할 때 알맞은 방안이다. ‘인큐베이팅’은 창업 단계 기업에게 필요한 공간이나 사업 개발-운영 조언을 제공하는 것이며, ‘액셀러레이팅’은 성장 단계에 들어선 스타트업에게 투자 유치나 사업화를 지원하는 것이다.
김덕현(2022)은 기업이 역량을 혁신하는 전략을 내부 역량 개발, 외부 역량 도입, 내/외부 역량 연결, 핵심역량 공동활용, 핵심역량 재정립 등 5가지로 제시한 바 있다. 내부 역량 개발은 기업이 일상적 운영에 필요한 역량 대부분을 내부에서 육성, 발전시키는 전략이다. 예를 들면, 창업 시 임직원을 채용, 육성, 활용하고 제품/서비스 생산에 필요한 설비나 장비를 직접 만드는 방식이다. 기업 내부 업무나 외부 거래/협업에 필요한 SW도 직접 개발한다. 외부 역량 도입은 기업이 내부에 보유한 자산이나 기량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거나 곤란한 작업을 수행하기 위해 적절한 대가를 지불하고 전문 기술이나 인재, 장비, 자재 등을 외부에서 구매/조달하는 방식이다. 내/외부 역량 연결은 기업이 보유한 우수한 역량은 외부로 내보내서 타 기업이 활용하도록 하고 외부의 우수한 역량은 내부로 받아들이는 전략이다. 이는 2개 이상 기업이 필요한 역량을 서로 연결, 활용한다는 약속이나 계약을 전제로 한다. 핵심역량 공동활용은 2개 이상 기업이 계약이나 상호 합의에 따라 타 기업/개인이 보유한 역량을 공동활용 또는 공동소유(‘公有’)하는 전략이다. 핵심역량 재정립은 기업 내/외부 여건 변화로 인해 기존 역량에 제약이 생겼거나 반대로 새로운 기회가 식별되었을 때 역량을 재정립함으로써 가치를 증대시키는 전략이다. 구체적으로 기존 역량을 정비하거나 타 용도로 전환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매각 또는 폐기하는 것이다.
위 전략은 디지털화에 필요한 물적/지적/인적/금전적 역량과 사업화 역량에 대해서도 유효한 전략이다. 디지털 혁신은 기본적으로 물적 자산보다는 지적 자산의 비중을 높이는 전략이기에 데이터, 지식, SW, 기술/IP 등의 가치를 개선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디지털 혁신을 이끄는 주요 동력 중 하나인 플랫폼 상품과 플랫폼 BM을 적용한다면 내부 역량보다는 외부 역량을 더 많이 활용하는 접근도 필요하다. //
<참고문헌>
∙ WEF(2016), Digital Transformation of Industries, Jan.
. WEF & Accenture(2023), Total Enterprise Reinvention.
∙ 김덕현(2022), 전방위(360도) 기업혁신 전략-전술, 부크크(Bookk).
#디지털혁신전술 #업무기능 #재창조 #핵심역량 #물적역량 #지적역량 #인적역량 #디지털기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