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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덕현 May 12. 2024

디지털 혁신 전술: 의미와 특성

디지털 혁신-10

디지털 혁신 전략과 전술

   디지털 혁신은 ‘디지털 기술이 제공하는 기회를 활용하는 것’이라는 조건을 빼고 보면 기업 구성요소 전부를 혁신 대상으로 삼는 전사 차원 기업혁신과 동격(同格)이다. 기업 경쟁력의 핵심인 제품/서비스와 이를 생산-유통하는 프로세스가 가장 중요한 혁신 대상이지만, 그들을 지원하는 경영관리/지원 기능, 필요한 물적/지적/인적 자원, 그리고 자원을 효율적 & 효과적으로 획득-활용하는 기량(skill)도 혁신 대상이다. 이런 점에서 디지털 혁신은 CIO나 CDO(Chief Digital Officer)가 기술 부분을 주관하더라도 CEO가 주도하지 않으면 성공하기 어렵다. 디지털 혁신 전략(strategy)은 생산 전략이나 마케팅 전략과 같은 종래의 부문별 전략보다 상위 레벨에서 전사 차원의 비용 절감, 수익 증대, 수익 창출 등을 도모한다. 디지털 혁신 전술(tactics)은 디지털 전략을 뒷받침하기 위한 여러 가지 대안을 가리킨다. 예를 들면, 디지털화 대상/범위(예: 업무기능, 프로세스, 제품/서비스), 디지털화 프로젝트, 디지털 (신)기술, 시스템 개발/운영 거버넌스, 프로젝트 관리 방법론(Project Management Methodology), 시스템 개발방법론(System Development Methodology) 등의 선정 과정 또는 결과가 디지털 혁신 전술이다. 


   디지털 혁신 전술 선정은 경영관리 측면과 기술 측면이 복합된 의사결정 문제이다. 위에 예시한 문제들은 비용 절감, 수익 증대, 수익 창출이라는 궁극적 목표 달성을 위해 어떤 기술을, 언제, 어떻게 확보, 적용할 것인가에 대한 고수준의 판단이 필요하다. 경영진 입장에서 경영관리 측면의 판단은 의사결정 경험이나 관련 절차가 있는 문제겠지만, 기술 관련 판단은 경험과 절차/기준 등이 아예 없거나 부족한 의사결정 문제일 가능성이 크다. CEO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디지털 리더는 전사 전략이나 방침에 따라 여러 가지 대안을 비교, 분석하고 알맞은 방안을 선택, 적용함으로써 디지털 혁신 성공 가능성과 성과를 높여야 한다. 중요한 것은 거의 모든 디지털 혁신 전술은 경영 관점과 기술 관점을 균형 있게 고려하여야 한다는 점이다. 경영 관점에서는 기업 성과를 높이기 위한 여러 가지 수단 중에서 가장 강력한 수단이 디지털 기술이고, 기술 관점에서는 기술의 선택-조합과 도입 또는 개발 방식에 따라 시스템 구현에 필요한 비용, 기간과 결과물의 품질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디지털 혁신 전술 선정은 또한, 대부분 기업활동을 수직적으로 연결하고 수평적으로 통합할 대상과 범위를 결정하는 문제이다. 예를 들면, 특정 제품을 디지털화해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수평적으로는 R&D로부터 제품기획, 설계/해석, 제조, 시험, 마케팅, 판매, A/S 등에 이르는 기능부서를 연결하고 수직적으로는 최상위에 있는 국가/세계 사회로부터 하위의 경제시스템, 특정 산업, 기업(자사), 공장, 공정, 제품 등에 이르는 계층구조의 개체들을 통합해야 한다. 


   이하에서는 위에서 언급한 디지털 혁신 전술의 2가지 특성 즉, ‘기술+경영’, ‘수평 연결+수직 통합’의 의미를 조금 더 구체적으로 살펴볼 것이다. 


디지털 혁신 전술기술+경영 의사결정

   Deiser(2018)는 기업이 DX 추진과정에서 마주하게 될 도전과제로 리거시(legacy), 자원 배분, 기민성(agility), 양손잡이(ambidexterity), 스타트업 활용, 연결성, 거버넌스, 기능 조직, 사람 등을 꼽았다. 이들은 디지털 혁신 전술에 해당하는 것으로 경영관리 및 기술 측면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 ‘리거시’는 이미 운영 중인 기술/시스템을 가리킨다. 새로운 시스템을 오픈하는 시점에 리거시를 전면 폐기할 수도 있고 두 시스템을 일정 기간 병행, 운영할 수도 있다. 일시에 교체할 경우, 기술 및 관리 측면의 위험부담이 커지고, 병행할 경우 인력, 비용을 추가 부담해야 한다. 교체 시기와 방법(예: 부분/전면 병행, 부분 재개발/업그레이드/교체, 전면 재개발/교체)은 시스템 개발계획에 미리 정의해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자원 배분’은 디지털 혁신 추진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로 경영 목표와 방침에 따라 설정한 우선순위를 적용한다. 필요한 기술이나 인력, 지식/데이터를 내부에서 조달할 것인지 아니면 외부에서 도입할 것인지에 대한 의사결정(‘Make vs. Buy’ 판단)에 따라 추진 과정과 결과가 크게 달라진다. ‘기민성’은 속도만의 문제가 아니라 올바른 방향을 포함하는 것이기에 내/외부의 크고 작은 변화를 세밀하게 파악하고 알맞은 해결책(: 방향)을 마련해서 빠르게(: 속도) 해결하는 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이에 대해 Deiser는 특히 내/외부 혁신 네트워크를 통한 조직적 & 지속적 학습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기업 내부에는 상하좌우의 임직원 간에, 외부로는 협력업체와 소비자를 포함한 이해관계자와 여러 가지 지식/경험을 쉽게 교환, 공유할 수 있는 채널(예: SNS, 온/오프 커뮤니티)을 마련하여야 한다. ‘양손잡이’란 신제품 개발 투자와 기존 제품 개량/판매 투자처럼 2가지 상반된 방안 중에서 어느 한 가지가 아니라 2가지를 조합, 선택하는 방식이다. 이는 일반적으로 포트폴리오로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를 들면, 단기간 내에 성공 가능성이 높은 프로젝트와 장기 성과를 기대하는 프로젝트를 7:3의 비중으로 추진하는 식이다. ‘스타트업’에 투자하거나 협업할 때, 신기술을 지나치게 빠르게 적용하려는 성향을 경계하고 산업/시장에 대한 이해와 경험을 보강해 주는 노력이 필요하다. ‘연결성’ 문제는 DX 범위가 넓어질수록 연결해야 할 물리적 자산이 늘어나므로 센서, 프로세서, 구동장치 등을 점진적으로 늘리거나 일부 부문/영역을 전략적으로 선택해서 집중투자하는 식으로 대응해야 한다. ‘거버넌스’는 디지털 전략을 효율적 &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리더십, 조직, 제도/절차를 갖추는 일이다. 디지털화가 확대될수록 기존 ‘기능 조직’ 간 경계는 낮아지거나 소멸할 것이므로 새로운 임무/역할 정립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사람(즉, 직원)’은 겉으로 드러나는 행동이나 업무 관련 기량뿐만 아니라 마인드 변화를 유도해서 혁신, 협업, 실험과 도전 등이 용이한 조직문화를 형성하여야 한다. 


디지털 혁신 전술: ‘수평 연결’ & ‘수직 통합’ 의사결정

   마이클 포터(Michael Porter)의 '가치사슬 모형'에 의하면 기업활동은 제품/서비스를 생산-유통하는 ‘본원적 활동’과 이를 지원하는 기획, R&D, 재무, IT 등의 ‘지원 활동’으로 나눌 수 있다. 모든 활동은 궁극적으로 기업이 부가가치(즉, 이윤)를 창출할 수 있도록 효율적으로 연결되고 효과적으로 통합되어야 한다. 예를 들면, 제품/서비스 생산에 필요한 자재나 부품은 적시에 조달되어야 시간 지연이나 비용 초과를 방지할 수 있다. 또한, 생산 부문과 판매 부문이 긴밀하게 협력해야 생산된 제품이 기업 내부에 재고로 쌓이거나 판매 계약한 제품의 납품이 지연되는 불상사를 피할 수 있다. 과거의 선형적(linear) 가치사슬은 이제 가치 네트워크(또는 산업생태계)로 발전하고 있기에 기업 내부는 물론 외부의 파트너와 소비자를 연결, 통합해야 한다. 디지털 기술은 순차적 또는 병렬적으로 진행되는 조달/생산/유통 프로세스를 연결, 통합해서 기업뿐만 아니라 생태계 전체의 성과를 높일 수 있는 유용한 수단이다. 


   현실세계에서 진행되는 기업활동을 수직으로 들여다보면 특정 기업의 상위에는 여러 기업이 속한 산업이 있고 그 위에 개인, 기업, 정부를 포함하는 경제시스템, 또 그 위에 지역/국가/세계가 있다. 기업 하위에는 여러 개의 작업장이 있으며 그중에서 공장은 하위에 (가공/조립/시험) 공정, 완제품, 부품/재료/기기 식의 계층구조를 포함하고 있다. 이와 같은 시스템에서 특정 제품을 생산하는 공정의 에너지 소비가 늘어나면 궁극적으로 국가/세계의 에너지 수요-공급이나 관련 산업의 생산-유통에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긍정 또는 부정적 영향을 끼치게 된다. 기업 경영의 핵심은 계층구조로 연결된 개체들이 서로 시너지를 내도록 통합하는 데 있다. 저에너지 부품/기기를 활용하거나 에너지 소비 자체를 줄이고, 에너지 생산-소비 과정을 디지털화함으로써 자원 낭비와 환경 오염을 줄이는 식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디지털 혁신 전술의사결정 예

   PwC(2016)는 독일 ‘인더스트리 4.0’ 프로그램이 시범적으로 추진할 만한 아래와 같은 여러 가지 프로젝트를 제안한 바 있다. 참고로 ‘인더스트리 4.0’은 독일 정부와 민간이 함께 제조업을 포함한 전 산업의 디지털 전환을 목표로 2011년부터 추진한 국가 전략 사업이다. 

  o 신규 디지털 비즈니스 모델: HW 최적화 & 가동시간(uptime) 보장, 클라우드 서비스, 플랫폼 관리, 빅데이터 기반 성과관리

  o 디지털 설계/해석: R&D 과정의 디지털 협업, 디지털 모델링/시뮬레이션/프로토타이핑

  o 수직적 운영 통합 (즉, 디지털 제조 조정/통제): 제품 수명주기 관리, 디지털 팩토리, 기계(가동) 자동화, MES(제조실행관리), 고수준 자산관리

  o 수평적 통합 (즉, 가치사슬 통합): 계획-실행 통합, 물류 가시화, 공급망 사전 분석, 디지털 소싱, 지능형 창고/운송, 지능형 부품관리

  o 지능형 유지보수: 예지정비, 통합 디지털 제조, 증강현실(AR)을 이용한 장비정비

  o 디지털 작업장: 재무 관리/통제, 인력관리 디지털화, 기업 내부 지식공유, 애자일 IT

  o 디지털 판매/마케팅: e-CRM, 옴니채널 거래, 셀프-서비스 포탈, 동적 가격책정, 개인화 판매/마케팅, 전자지불 

  

   디지털 리더에게 주어진 첫 번째 전술적 의사결정 문제는 위에 소개한 7개 그룹의 시범과제 중에서 무엇을 먼저 추진할 것인지, 우선순위는 누가, 어떤 기준으로 매길 것인지 등을 결정하는 것이다. 각 과제에 대해서는 최소한 지난 글에서 소개한 것처럼 기술/경제/운영 측면의 타당성을 확인해야 한다. 필요한 기술을 알맞은 비용으로 적시에 도입(또는 개발)해서 원하는 시스템을 구현할 수 있는지, 그렇게 구현한 시스템을 사용자들이 쉽게 수용하고 효과적으로 활용할 것인지 등을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과제/프로젝트는 지난 글(https://brunch.co.kr/@duk-hyun/111)에 소개한 것처럼 정책적 긴요성, 비용, 기대효과, 실행 용이성, 위험 등을 평가해서 우선순위를 매길 수 있을 것이다. 

   위 과제 중에서 신사업 후보인 ‘클라우드 서비스’는 자사가 구축한 플랫폼이나 애플리케이션을 타 기업/기관이 적절한 대가를 지불하고 접속, 사용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경영관리 측면에서는 필요한 물적/인적/지적 자원과 그에 상응하는 투자(비용)가 언제, 얼마만큼의 수익으로 나타날 것인지 따져봐야 한다. 기술 측면에서는 내부용으로 사용하던 시스템을 외부 사용자가 불편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필요한 수준의 기능/성능, 적정 용량, 보안 유지 등 방안을 강구하여야 한다. MES는 공정 자체를 실시간 모니터링하는 기능에서 시작해서 작업 지시, 일정관리, 품질관리 등 공장 내지 기업 차원의 활동에 필요한 데이터를 제공하는 시스템이다. 현실세계와 가상세계의 공장을 연결, 통합한 ‘디지털 팩토리’는 기업 내부의 공정, 장비, 작업자 등과 외부로부터 도입되는 원자재/부품, 완제품의 유통 등 관련 자원을 수직 통합하기 위해 관련 데이터를 교환/공유하고 프로세스를 연결하려는 것으로 수평 연결 및 수직 통합 대상과 범위에 따라 투자 규모와 성과가 달라진다. ‘예지정비(Predictive Maintenance)’ 경우에도 어떤 장비/설비를 대상으로 할 것인지, 정기적 예방정비가 아닌 지능적 예지정비를 실시간으로 실행할 것인지 아니면 일(또는 주) 단위로 실행할 것인지 등을 결정하여야 한다. 


   디지털 혁신 전술의 핵심은 결국, 디지털화 대상과 범위를 합리적으로 선택하는 것이다. 대상이 많고 범위가 넓어지면 여러 가지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완료되었을 때 성과는 크겠지만, 한꺼번에 많은 자원을 투입해야 하고 위험부담도 커진다. 반대 경우, 성과가 작으면서 투자도 작고 위험부담도 작아진다. 따라서, 합리적 기준에 입각해서 대상과 범위를 정하고 구체적인 디지털 혁신 프로젝트로 정의해서 우선순위에 따라 기술 시스템과 관리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디지털 혁신 전술의 그와 같은 특성을 감안, 디지털 리더는 기존의 기능별 조직을 초월하고(cross-functional) 거시적 통찰과 미시적 전문성을 갖춘 인재들로 중추조직(COE: Center of Excellence)을 구성해서 학제적(inter-disciplinary) & 복합적 의사결정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 //


<참고문헌>

∙Deiser, Roland(2018), ‘Digital Transformation Challenges in Large and Complex Organizations’, White Paper, Center for the Future of Organization, Claremont Graduate University. 

∙PwC(2016), Industry 4.0- Building Your Digital Enterprise, p.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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