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경제는 플랫폼 상품(: 제품, 서비스, 솔루션)을 중심으로 생산자/구매자, 소비자/이용자 등이 참여해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성과를 나누면서 함께 발전하는 시스템이다. 플랫폼 상품은 제품 형태로 다른 제품/서비스에 포함되거나 연결/중개/거래/협업/집적/통합 등을 지원하는 서비스 또는 솔루션 형태로 개인(: B2C)이나 기업(: B2B)에 제공된다.
기술 측면에서 플랫폼 상품은 HW나 SW로 구성된 아날로그/디지털 시스템에서 공통요소를 추출해서 상호운용과 재사용이 가능하도록 만든 공통 구성품이다. 이는 긍정적인 면에서는 생산자/소비자에게 효율성, 효과성, 효용성 등을 제공한다. 그러나, 특정 플랫폼 상품에 대한 의존도가 커질 경우, 플랫폼 상품의 오류나 불안정이 그것을 활용하는 완성품의 기능/성능을 위협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또한, 산업 내 경쟁이 줄어들면서 플랫폼 상품 자체에 대한 혁신이 부족하거나 지연되어 결국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도 있다.
경제 측면에서 플랫폼 상품은 새로운 제품/서비스와 산업을 통해 소비자에게 여러 가지 편익을 제공해 왔다. 예를 들면, 우버와 에어비앤비 같은 공유경제 플랫폼은 고정자산을 보유하지 않고 각각 운수업과 숙박업을 운영하는 식의 창의적 BM이 확산하는 계기를 만들었으며 파트타임 드라이버와 겸직 숙박업주 같은 새로운 일자리와 소득 기회를 제공했다. 플랫폼 기업은 대부분 디지털 기술이 가진 확장성에 힘입어서 빠르게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여 전 세계 소비자들에게 동일한 제품/서비스와 고객경험을 제공한다. 아마존, 넷플릭스, 유튜브, 틱톡 등은 우수한 추천 알고리즘을 통해 소비자 취향에 알맞은 상품을 제공하고 있다. 구글, 메타 등은 SNS와 광고 플랫폼을 통해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해 주며, MS, 깃허브, 줌 등은 기업간, 개인간 협업과 지식 공유 등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사회 측면에서 플랫폼 상품은 사람과 조직, 커뮤니티를 연결하고 협업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게 해주는 사회적 인프라 역할을 담당한다. 다양한 형태의 SNS가 개인과 집단 간 의사소통과 협업, 아이디어/지식/정보/콘텐츠의 교환/공유를 촉진시켰다. 그 결과 개인/공동체 생활의 편익이 향상되고 사회 개혁(예: “Black Lives Matter!”)이나 정치 개혁(예: 튀니지 혁명)이 가속화되었다.
플랫폼 경제의 성과는 이론적으로는 여러 참여자가 함께 만든 결과물이지만, 실제로는 소수의 플랫폼 기업이 만든 혁신적 제품/서비스와 이를 활용한 비즈니스 모델(BM)에서 생겨난 네트워크 효과가 합쳐진 결과이다. 플랫폼 경제의 성과가 크다 할지라도 위와 같은 폐해가 개선되지 않아서 지속가능성을 위협할 가능성이 있다면 그에 대한 철저한 분석, 대처가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플랫폼 경제가 엄청난 성과를 이룩했고 앞으로도 계속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편, ‘플랫폼 자본주의’의 폐해를 줄이기 위해 민간에서는 ‘플랫폼 협동주의’가 등장하고 여러 나라 정부는 다양한 법률과 제도를 통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플랫폼 경제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모든 이해관계자가 문제의 본질을 바르게 이해한 가운데 충분한 논의를 통해 당면 문제를 해결하고 향후 발생할 문제에 대비해야 한다.
플랫폼 경제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위해 우선 그것이 어떤 동인(driver)에 의해 등장했는지 알아보자. Tiwana(2014)는 다양한 기술 및 비(非)기술 산업-즉, 전통산업-의 기업들이 디지털 플랫폼 서비스를 만들게 된 이유로 기업활동의 전문화/패킷(packet)화/SW화, 사물인터넷(IoT) 발전, 유비쿼터스 네트워크 발달 등을 꼽았다. ① 기업이 (시장/고객이 기대하는) 복잡한 제품/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계속해서 전문화 수준을 높여가다 보니 ② 제품, 서비스, 비즈니스 프로세스 등이 (정보통신을 위한 최소 단위인 패킷처럼) 잘게 쪼개졌고 ③ (디지털 기술 발전에 따라) 많은 산업/기업에서 아날로그 방식이 디지털 방식으로 전환되고 ④ 컴퓨터-사람 간 연결을 넘어 제품/서비스를 포함한 사물까지 연결할 수 있게 되었으며 ⑤ 시간/장소와 상관없이 그와 같은 연결을 초고속으로 실행할 수 있게 되면서 플랫폼이 등장했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압축한다면, 플랫폼 경제는 기업활동의 분할 또는 분산(: ①과 ②)과 디지털 기술 발전(: ③, ④, ⑤)이라는 2가지 주요 요인에 의해 등장, 발전한 것이다.
여러 가지 디지털 기술 중에서 특히, 5G와 IoT는 종래의 사람-컴퓨터 간 ‘연결’을 넘어 사람-사람-(지능적) 사물 간에 실시간 수준의 ‘초연결’을 가능하게 하였다. ‘초연결(Hyper-connection)’은 플랫폼과 상관없이 언번들링(unbundling)과 ‘생산(자)-소비(자) 수렴(convergence)’ 같은 BM 혁신을 촉발했는데 이는 결과적으로 플랫폼 경제의 성장을 촉진하는 요인이 되었다. ‘언번들링’이란 규모의 경제를 가진 대기업이 오랫동안 독/과점해 온 통신, 금융, 유통, 물류 등 산업이 2000년대 이후 다수의 전문기업이나 스타트업에 의해 해체된 현상(또는 의도적 전략)을 가리킨다. 기업활동에 투입되는 여러 가지 자산(resource)과 기량(skill)이 작은 단위로 쪼개지면서 네트워크 효과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진 것이다. ‘생산-소비 수렴’은 생산자와 소비자가 중간 유통상을 거치지 않고 플랫폼을 통해 직접 거래(또는 상호작용)하는 것을 말한다. 그 결과 생산자는 원가 절감과 가격 인하, 소비자 욕구 파악, 새로운 사업 구상 등을 할 수 있게 되고, 소비자는 구매비용 절감, 생산활동 참여 등의 이득을 얻었다. 실제 와비파커, 캐스퍼, 보노보노 등 출발 때부터 디지털인(‘born-digital’) 유통업체가 소비자 직거래 방식인 D2C(Direct-To-Consumer)를 시작했고 이를 나이키, 현대자동차 등 전통 제조업체도 도입하였다. 중국 쇼핑몰인 판둬둬는 소비자가 제조업체에 직접 제품 생산을 요청하는 C2M(Consumer-to-Manufacturer)을 선도하였다.
초고속 통신 기술이 ‘초연결’을 가능하게 한 것처럼, 최근 급속하게 발전하고 있는 생성형 AI는 플랫폼의 ‘초지능(Hyper-intelligence)’화를 실현하였다. 인류가 축적한 데이터로 학습한 LLM은 인간이 새로운 지식/콘텐츠를 만드는 작업 자체를 대행하는 수준으로 발전하고 있다. 다양한 분야의 지식근로자가 문제해결을 위한 알고리즘(또는 프로그램)을 만들려고 고심할 필요 없이 해결할 문제만 제시하면 답을 만들어 주는 플랫폼으로 발전한 것이다. 지난 글에서 언급한 것처럼, 생성형 AI로 인해 소수 플랫폼 기업의 산업/시장 지배력은 더욱더 커질 것이다.
플랫폼 경제의 성과와 문제점을 조금 더 깊이 있게 이해하기 위해 이하에서는 플랫폼 경제의 핵심 요소인 상품(: 제품, 서비스, 솔루션), 비즈니스 모델(BM), 기업별로 각각의 강점과 약점을 살펴볼 것이다.
플랫폼 상품은 기업과 소비자 모두에게 여러 가지 효익을 제공한다. 우선, 구성품 자체와 내/외부 연결부(interface)를 규격화/표준화함으로써 플랫폼이 포함되는 시스템(‘완성품’)의 상호운용성과 품질을 높여준다. 다른 모듈들을 쉽게 붙이거나 뗄 수 있도록 함으로써 소비자/고객 요구 변화 같은 상황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유연성을 제공한다. ‘상호운용성(interoperability)’이란 HW든 SW든 서로 다른 기술로 구현된 모듈들이 원활하게 상호작용하면서 공동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능력을 가리킨다.
플랫폼 상품은 또한, 유사 상품 간 중복 요소를 줄임으로써 설계-생산 시간과 비용을 줄여준다. 예를 들면, 특정 제품의 30%를 플랫폼으로 설계-생산한다면, 전체 생산량의 70%만 개별 제품으로 설계-생산하면 되므로 생산량이 늘어날수록 한계생산비가 줄어드는 것이다. 더구나 SW 제품은 플랫폼을 복제해서 붙이거나 공유하면 되기 때문에 한계생산비가 거의 제로가 된다. 이는 ‘공급쪽 규모/범위의 경제’에 해당하는 것으로 디지털 경제 원리 중 하나인 ‘수요쪽 규모의 경제’, 즉 ‘네트워크 효과’와는 다른 효과이다. 참고로 규모의 경제(Economy of Scale)는 1개 제품의 생산량(또는 수요자의 수)이 늘어남에 따라 생기는 이득이고, 범위의 경제(Economy of Scope)는 1개 기업이 2개 이상의 제품을 생산(또는 판매)함에 따라 생기는 이득이다. 자동차 회사의 플랫폼이 자사/타사의 여러 제품 모델에 포함되는 것, 빅테크 기업이 하나의 기술 플랫폼을 기반으로 새로운 제품/서비스를 개발해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것 등이 공급쪽 규모/범위의 경제에 해당한다. 생산자뿐만 아니라 소비자도 여러 가지 혜택을 얻게 된다. 플랫폼 적용에 따라 혁신적 기능이 포함된 제품을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구매하고, 플랫폼이 똑같은 제품群(예: 삼성전자 스마트 기기, LG전자 가전)에 대해서는 일관성 있는 UI를 사용하는 식의 편의성도 얻는다.
반면, 플랫폼 상품은 여러 가지 위험요인도 내포하고 있다. 플랫폼 자체의 기능/성능, 품질이 낮거나 표준화가 미흡하다면, 사소한 오류가 전체 시스템의 품질을 낮추고 오히려 더 큰 추가 개발이나 유지보수 비용을 지불하는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 5G/6G 초고속 통신망과 LLM을 내장한 생성형 AI가 모든 디지털 서비스의 인프라가 되는 시대가 되면, 경제/사회 시스템의 안전성(安全性)/안정성(安定性)은 플랫폼의 품질에 크게 좌우될 것이다.
플랫폼 경제의 가치는 기본적으로 플랫폼 상품이 제공하는 편익에 플랫폼 BM이 가진 규모/범위의 경제 및 네트워크 효과가 합쳐진 것이다. 특히, 디지털 플랫폼은 비용/시간/품질 측면의 효율뿐만 아니라 시간/공간 제약 없는 생산-유통과 이해관계자 간 실시간 수준의 상호작용을 지원하기에 종래의 아날로그 플랫폼으로는 불가능했던 새로운 BM(예: 승차/숙박 공유, 라이브 커머스, 협업 설계-제조)을 만들었다.
플랫폼 BM은 3장에서 설명한 것처럼 전통적인 파이프라인 BM에 대응하는 모델이다. 필자는 플랫폼 BM을 ① 플랫폼 상품이지만 플랫폼 기업이 혼자 만들어서 유통하는 방식을 사슬형 플랫폼 BM, ② 플랫폼 상품을 외부 혁신가들과 함께 만들어서 유통하는 방식을 원탁형 플랫폼 BM, 2가지로 나누었다. 그러나, 아직은 그와 같은 구분이 널리 인정된 것은 아니기에 이후,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2가지를 묶은 ‘플랫폼 BM’이란 용어를 사용할 것이다.
Parker et al.(2016)은 플랫폼 BM이 종래의 파이프라인 BM보다 우수한 이유를 플랫폼 BM은 ① 종래의 중개자/관리자를 매칭-연결 알고리즘으로 대체하였고 ② 종래의 물리적 가치 생산-전달 방식을 디지털 방식으로 전환하였으며 ③ (온라인) 커뮤니티 피드백을 활용해서 기민하게 제품/서비스를 변경/업그레이드하고 ④ (기업 내부뿐만 아니라) 외부 자원 및 기량도 활용하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①은 아날로그 플랫폼인 중개자/관리자는 시간/공간의 제약과 역량의 한계가 있었지만, 디지털 플랫폼인 알고리즘은 그와 같은 제약이 없고 이론적으로는 무한대의 역량을 갖게 된 것을 가리킨다. ②는 플랫폼 BM이 디지털 기술/BM이 제공하는 효율, 효과를 얻게 되었다는 의미이다. ③은 본 장 앞부분에서 설명한 ‘초연결성’과 ‘생산(자)-소비(자) 수렴’에 힘입은 것이다. ④ 또한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기업활동 구성요소가 잘게 쪼개짐에 따라 연결 가능성(: 네트워크 효과)이 커졌고 실제 기업 내/외부의 자산과 기량을 연결하고 연결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쉬워졌다는 뜻이다.
기업 내부에 보유한 역량보다 더 큰 외부 역량을 플랫폼을 통해 연결, 활용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중요한 플랫폼 BM의 강점이다. 오늘날 성공한 플랫폼 기업은 ① 설립 때부터 디지털 & 플랫폼 BM으로 출발한 디지털 네이티브 기업(예: 아마존, 구글, 네이버, 카카오)이거나 ② 아날로그 BM을 운영하던 전통산업의 기업이 디지털 & 플랫폼 BM으로 전환한 기업(예: 애플, 지멘스, 존디어)이다. 이들은 제품/서비스/BM 등을 디지털로 전환하는 것은 물론, 소비자/고객, 외부 보완자 등을 연결하고 긴밀한 상호작용을 통해 지속적으로 혁신을 추구한 것이 성공요인이다.
플랫폼 BM은 적어도 2가지 점에서 위험요인을 안고 있다. 첫째는 블록체인 같은 분권화 기술 발달에 따라 개인이나 기업들이 직접 거래/협업을 할 수 있게 되면 중개자/관리자로서의 플랫폼이 필요 없게 될 가능성이다. 양자컴퓨팅이 발전하면 블록체인을 지탱하는 암호화 기술 자체가 무력해질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분권화/분산화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사라지지 않는 한, 지금과 같은 중앙집중 방식은 항구적일 수 없다. 두 번째 위험요인은 플랫폼 생태계 전체의 혁신이 지연될 가능성이다. 플랫폼 BM은 초기에는 리더/오너인 플랫폼 기업이 혁신을 주도하지만, 성장-성숙 단계로 발전하려면 외부 보완자에 의한 혁신이 커져야 한다. 애플, 구글, 아마존, MS, 메타 등조차 창업 초기에는 차별화된 BM으로 새로운 시장을 창출했지만, 통신, 금융, 유통, 헬스케어, 미디어, 모빌리티 등 타 사업 분야로 진출하면서 점차 혁신적 BM이 줄어들고 있다. 이는 동일/유사 시장에서 플랫폼 기업 간 경쟁이 심화되면서 내부 혁신이 지연되고 생태계 차원의 혁신 동력도 약해졌기 때문이다. 국내 대표적 플랫폼 기업인 카카오도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을 것이다. 강화되는 정부/공공 규제가 본의 아니게 혁신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모든 제도가 그렇듯이 적시에, 적합한 대상, 그리고 적합한 방식이 아닐 경우,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 어려울 때가 많다.
일찍이 Cusumano & Gawer(2001)는 플랫폼 기업이 전통산업의 기업보다 높은 경쟁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4가지 요소로 ① 내부 역량에 덧붙여서 외부 역량을 활용함에 따라 기업활동의 범위가 늘어나고 ② 제품에 내재된 기술(예: 아키텍처, 인터페이스, IP)이 우수하며, ③ 외부 보완자와 협업 & 경쟁 관계를 갖고 있고, ④ 조직문화, 프로세스, 의사소통 등 조직운영도 우수한 점을 꼽았다. 한 마디로, 디지털 기술력을 가진 플랫폼 기업이 기업 내/외부 경계를 초월해서 시장/고객 요구에 빠르게 부응하는 역량이 경쟁우위의 원천이라는 것이다. 플랫폼 BM은 플랫폼 기업이 공동의 목표 달성을 위해 외부 보완자와 협업할 뿐만 아니라 두 그룹이 각각 새로운 기술/상품을 개발해서 시장/고객에게 소구하는 식으로 경쟁함으로써-이를 coopetition(협업+경쟁)이라고 함- 생태계 차원에서 더 큰 가치를 창출하는 효과가 있다.
위에 소개한 4가지 경쟁우위 요인은 20년이 지난 지금은 플랫폼 기업이 아닌 일반기업, 특히 제품/서비스, 생산공정, 업무 프로세스, 고객경험 등의 DX에 성공한 전통산업의 기업(예: 나이키, 월마트)도 갖추고 있다. 우수한 조직운영 능력은 디지털 시대에도 여전히 중요한 성공요인이며, ‘플랫폼 기업이 비(非)플랫폼 기업보다 우수하다’는 식으로 일반화할 수는 없다. 다만, 상대적으로 우수한 디지털 기술 역량을 가진 플랫폼 기업이 아날로그 기업에 비해 디지털화에 성공하고 기민한(agile) 프로세스를 구축, 운영할 가능성은 더 크다.
플랫폼 기업이든 일반기업이든 오늘날 높은 성과를 내는 기업들은 공통적으로 경제/사회 전반에서 빠르게 진전되는 DX 트렌드를 조기에, 정확하게 예측하고 내부 자산 및 기량과 제품/서비스 생산-유통 방식을 지속적으로 혁신해 왔다. 자산은 물적 자산보다는 IP, 브랜드 같은 지적 자산을 중시하고, 인적 자산은 내부에 확보, 유지하기보다는 외부 자산을 연결-활용하는 식으로 접근하며, 생산-유통 방식은 최대한 디지털화함으로써 비용 절감, 시간 단축, 품질 향상, 고객경험 혁신 등을 도모한 것이다. 단, 기술 영역에서 DX에 성공하더라도 조직운영을 포함한 경영 혁신에 실패한다면 혁신 결과가 기업시스템에 내재화되지 않아서 성과가 지속하지 못하는 반쪽짜리 ‘전환’이 된다.
결론적으로 플랫폼 기업의 경쟁력은 기본적으로 플랫폼 BM의 강점 즉, 플랫폼을 통해 여러 이해관계자 그룹을 연결, 매칭하고 내부 혁신보다 외부 혁신이 커지도록 관리하는 능력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디지털 혁신과 BM 혁신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전략 수립 및 실행 능력이다. 이는 플랫폼 BM 운영 여부와 상관없이 오늘날 모든 기업에게 필요한 경쟁력이다. 똑같은 플랫폼 BM(예: 숙박 공유, 배달 중개)을 운영하더라도 성공 기업과 실패 기업이 나타나는 이유이다.
Alstyne(2019)은 플랫폼 기업은 ‘뒤집기(inversion)’, (내/외부) 변화 예측, 개방적 플랫폼 만들기, 수익모델 개발 등의 전략을 통해 생태계로 발전해 간다고 하였다. ‘뒤집기’는 이론적으로는 내부 역량에 의존하던 방식을 외부 역량을 더 많이 활용하는 방식으로 바꾸는 것으로 실행하기 쉽지 않은 전략이다. 내부 역량 자체가 작은 스타트업은 처음부터 외부 역량에 많이 의존하게 되므로 ‘뒤집기’보다는 플랫폼 제품/서비스 자체의 우수성과 마케팅 역량에 따라 사업의 성패가 결정된다. 충분한 물적/인적/지적/금전적 자산과 이를 활용하는 기량을 가진 대기업이나 중소기업 경우에도 ‘뒤집기’는 사고방식이나 프로세스 등 커다란 변혁이 필요한 작업이다. ‘개방적 플랫폼’은 ‘뒤집기’를 위한 필요조건으로 ‘폐쇄적 플랫폼’에 비해 외부 역량의 유입 양과 속도가 증가하는 것을 기대할 수 있다. Alstyne은 플랫폼 기업은 제품/서비스, 데이터, 수익 등의 흐름을 통제함으로써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하였다. 예를 들면, 양면시장을 가진 BM에서 한쪽 사용자에게는 무료, 다른 한쪽에는 유료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참여자 수를 늘리고 수익도 확보하는 것이다. 플랫폼 BM의 수익모델로 광고료, 중개료, 수수료, 판매수익, 가입비/연회비, 구독료 등이 활용된다.
플랫폼 기업이 이룩한 성과는 요약하면 ① 생산자는 공통구성품인 플랫폼 상품을 통해 생산활동의 중복성과 복잡성을 줄임으로써 원가 절감, 시간 단축, 규격화/표준화 등의 효과를 얻었고, ② 소비자는 플랫폼 상품을 통해 비용 절감, 시간 단축, 편의성 향상 등의 효익을 얻은 것이다. Parker et al.(2016)은 성공한 플랫폼 기업이 독/과점 수준의 성과를 거둔 이유로 우수한 플랫폼 기술/서비스가 만든 공급쪽 규모의 경제, 참여자 증가로 얻은 네트워크 효과(즉, ‘수요쪽 규모의 경제’), 그리고 멀티호밍(multi-homing) 제한이나 전환비용(switching cost) 확대, 전문기업의 진입 방지 등을 꼽았다. 규모의 경제나 네트워크 효과는 플랫폼 BM 자체의 강점이지만, 플랫폼 기업의 일부 전략은 불공정 거래와 혁신 지연을 초래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소비자는 ‘멀티호밍’ 즉, 필요에 따라 여러 개의 플랫폼을 동시에 사용하고 자신이 선호하는 다른 플랫폼으로 쉽게 ‘전환’하기를 원한다. 플랫폼 기업이 자기가 제공하는 서비스와 유사한 경쟁자의 서비스를 ‘포획’(envelope, 필자는 ‘보쌈’으로 번역함)해서 생태계 진입을 차단하거나 사업 영역을 넓히는 것도 불공정 거래가 될 수 있다. 플랫폼 생태계의 리더/오너인 플랫폼 기업은 초기에는 주도적 역할을 담당할 수밖에 없지만, 계속해서 생태계 운영 전반을 장악, 통제할 경우, 산업과 사회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고 궁극적으로 자신과 생태계를 괴멸시킬 수도 있다.
플랫폼 기업이 만든 경제 측면의 역기능 중에서 특히 불공정 거래와 소수 기업에 의한 ‘승자독식(Winners-Takes-All)’은 기업 스스로 또 정부가 나서서 해결해야 할 가장 시급한 과제이다. 구체적으로 파트타임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낮은 임금, 고용 안정 보장 미흡, 보완자의 기여에 대한 보상 불충분, 수수료나 판매가격 인상, 소비자/이용자 편익과 선택권/협상권 제한 등 경제적-사회적 불평등의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또한, 성숙 단계에 이른 플랫폼 기업이 혁신에 대한 투자를 소홀히 하거나 외부 보완자가 이룩한 혁신 결과물을 부당하게 탈취하는 폐해도 등장하였다. 미국이나 EU에서 아마존과 MS는 독과점 문제로, 구글은 검색 엔진을 통한 불공정 거래로, 애플은 앱스토어의 불공정한 거래 조건으로, 메타는 개인정보 유출 문제로 규제 대상이 된 적이 있다.
플랫폼 기업에 의한 사회 측면의 역기능으로 프라이버시 및 보안 침해, 사회적 불평등과 양극화 조장, 자원/에너지 과소비 등을 들 수 있다. 플랫폼 기업이 소비자/이용자로부터 얻은 개인정보나 기업정보를 소홀하게 취급해서 프라이버시를 침해하거나 비밀/민감(secret or sensitive) 정보를 유출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 중 하나이다. 플랫폼이 연령이나 소득, 신분/지위 등 특정 계층이나 관점에 치우칠 때 사회적 불평등이 확대된다. 플랫폼이 다양한 이용자를 고려하지 않아서 한쪽에 치우친 데이터/정보를 생산하고 허위 또는 혐오 발언을 유통해서 사회적 갈등과 양극화가 심해지기도 한다. 사용자가 어느 한쪽의 의견에만 귀를 기울이고 맹신하게 되는 ‘에코 챔버(Echo chamber, 反響室) 효과’가 확대되는 것이다. 중앙집중식 클라우드 플랫폼이나 생성형 AI 플랫폼인 LLM은 상당한 양의 컴퓨팅 자원과 에너지를 사용하기에 환경보호에 역행하는 결과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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