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전환(AX)-4
디지털 혁신은 지난 반세기 동안 디지타이제이션, 디지털라이제이션, 디지털 전환(DX) 등 3단계를 거쳐 이제 AI 전환(AX)으로 넘어가고 있다. AX의 근간인 AI는 1950년대에 등장했으니까 1970년대에 시작된 셈인 디지털 혁신보다 더 오랜, 70여 년의 역사를 가진 기술이다. AI는 처음에는 컴퓨터 과학의 한 영역이었지만, 이제 구체적인 제품/서비스가 되었고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고 있는 신산업이며 인류 전체의 미래를 바꿀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고 있다. AI는 70여 년 동안 ‘잘 나가던 시기’도 있었고 2차례의 혹독한 시련기(‘AI Winter’)도 겪었지만, 2010년대 초 딥러닝이 이미지 인식을 포함한 판별형 AI 문제에서 획기적 성과를 보이면서 크게 각광받기 시작하였다.
구글이 2017년에 오픈소스로 발표한 트랜스포머 아키텍처는 대규모언어모델(LLM)로 구현되었고 결국 2022년에 오픈AI의 챗GPT를 통해 생성형 AI 시대를 열었다. 생성형 AI는 아직은 할루시네이션, 편견, 아첨, 에너지 소비 등의 문제점을 안고 있지만, 추론 기능을 보강하고 알고리즘의 성능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2025년에는 복잡한 문제 해결도 가능한 에이전틱 AI가 확산하고 로봇이나 차량 같은 물체에 AI를 탑재하는 피지컬 AI도 발전하고 있다. 세계 주요 국가와 선도기업, 투자자 등은 이와 같은 추세가 계속될 것을 예상하고 AI 기술 개발 및 AI 전환에 대한 투자를 크게 확대하고 있다. Statista는 AI의 세계 시장 규모가 2025~2031년 사이에 연평균 26.6% 성장해서 2031년에는 1조 100억불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반면, AI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와 AI 플랫폼 기업에 대한 가치 평가가 과도하다는 지적과 제3의 겨울을 맞게 될까 봐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기술 발전 속도가 너무나 빠르며 이를 제어할 기술적/관리적 장치는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해관계자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 따라서, 국가든 기업이든 예측 가능한, 또 예상치 못한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 ‘AI 안전’에 대한 국가별 노력과 국제협력이 진행되는 것처럼, 기업 차원에서도 종래의 디지털 거버넌스에 데이터 거버넌스, AI 거버넌스 등을 포함, 발전시켜야 한다.
위에 언급한 것처럼 기회와 위협이 모두 큰 AI를 일반기업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준비해야 할까?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AI 기술 자체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구성원/조직의 역량을 축적하는 작업을 서둘러 시작하고 성공 경험을 쌓으면서 범위를 확대하는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 지난 글에서 소개한 것처럼, 컨설팅 기업들이 제시하는 AX 수행 절차는 크게 2가지 즉, Top-down 접근 또는 Bottom-up 접근으로 나눌 수 있다. ‘Top-down’은 구성원들이 공감하는 비전을 실현할 궁극적 목표를 설정해 놓고 전략-전술, 로드맵, 프로젝트 등을 구체화하는 것이다. ‘Bottom-up’은 위험부담이 작은 개념증명(PoC: Proof-of-Concept) 프로젝트를 몇 개 진행해 보고 적용 대상과 범위를 점차 확대해 가는 것이다.
어느 쪽이든 AI 기술이 매우 빠르게 발전하고 있으며 머지않아 지금보다 훨씬 더 고차원인 인공일반지능(AGI) 수준의 도구가 등장할 것임을 고려해야 한다. 또한, 그와 같은 기술 변화는 짧게는 5~10년 이내에 산업/시장의 주류(main stream)가 되겠지만, (예나 지금이나) 조직구조와 문화, 업무방식, 직원들의 마인드와 기량(skill) 등은 훨씬 더디게 변화를 수용하리라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Top-down으로 접근할 수 있는 기업이라면 어떤 형태로든 최종 목표를 설정하게 될 것이다. 예를 들면, 테슬라는 자동차 제조공정 전체를 무인화/자동화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Bottom-up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는 기업이라면 가트너나 BCG 같은 컨설팅 기업이 제시한 진화적(evolutionary) 방법론에 따라 점진적으로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하면 될 것이다.
어떤 기업이든 AX를 추진하면서 전사 차원의 AX 목표와 마일스톤을 구체적으로 정의하기 어렵다고 하더라도 궁극적 목표(또는 비전)는 가급적 명확하게 설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안갯속을 헤쳐 나아가더라도 최종 목적지조차 정하지 않고 항해를 한다면, 중간에 만나게 될 장애요인을 해결할 기준조차 모호한 상황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AX의 궁극적 목표가 ‘무인공장’이라면, 인간을 배제하는 전략-전술을 구사하게 될 것이고 ‘인간-기계 협업 공장(또는 사무실)’이라면 그에 알맞은 기술과 도구를 도입, 적용하는 의사결정을 하게 될 것이다. 궁극적 목표는 마치 바다나 사막을 여행하는 여행자가 길을 헤매더라도 방향은 잃지 않게 해 주는 북극성 같은 것이다.
이 글에서 필자는 AX의 궁극적 목표는, 기업의 목표나 역량에 따라 조금씩 차이는 있겠지만, 인간과 AI가 조화로운 역할분담과 협업을 통해 임무를 수행하는 기업시스템을 만드는 것으로 가정하고자 한다. 이는 AI와 인간 간의 관계가 AI가 인간을 지배하거나 인간이 AI를 지배하는 상황이 아니라 이제 부정할 수 없는 존재가 된 AI와 인간이 공생, 발전하는 시나리오를 전제로 한 것이다.
디지털 혁신의 성숙 단계인 DX가 10여 년 전인 2010년대 초에 시작된 것이라고 한다면, AX도 이미 그때 시작된 것이라 할 수 있다. DX의 중추인 IoT, 클라우드, 빅데이터, 모바일 등 기술과 머신러닝 중심의 AI가 시너지를 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AX라는 용어 자체는 생성형 AI가 확산하기 시작한 2023년 이후에 등장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언제 시작된 것이든 관계없이 AX는 앞으로 어떤 과정을 거쳐서, 언제쯤 성숙 또는 고도화 수준에 이르게 될까? 필자는 평균적인 기업을 기준으로 AX 발전 단계를 아래와 같이 설정하려 한다. 괄호 안에 표시한 연도는 전문가들(예: 데미스 허사비스, 샘 알트만 등)의 전망과 AI(: 퍼플렉시티, 챗GPT 등)를 통해 수집, 분석한 자료에 입각해서 필자가 주관적으로 예측한 것이다.
o AX 도입기 (2010~2029): 생성형/에이전틱/피지컬 AI 확산
o AX 성장기 (2030~2035): AGI에 근접하는 새로운 AI 등장
o AX 성숙기 (2036~): 다양한 AI 모델/시스템의 협업 네트워크.
글로벌 선도기업 중에는 이미 ‘도입기’의 중간을 넘은 기업도 있고, 국내 중소기업 경우 절반 이상이 DX조차 궤도에 오르지 못한 곳이 많은 상태이기에 위와 같은 전망이 큰 의미가 없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전통산업에 속한 기업이든 새로운 시장을 타깃으로 신사업을 추진 중인 스타트업이든 거의 매일 쏟아지는 AI 관련 뉴스 속에서 큰그림을 놓치는 바람에 잘못된 의사결정을 하게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또, AX는 글로벌 선도기업에게 필요한 과제고 먼 미래에나 실현될 것이라 생각해서 아무런 준비/대비도 않는 것도 유감스러운 일이다. 어느 기업이든 위와 같은 AX 발전 단계를 하나의 기준선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아래에 AX 도입기, 성장기, 성숙기 단계별 주요 특성을 정리하였다(필자의 저서 ‘디지털 혁신: DX에서 AI 전환으로’에서 발췌한 내용을 수정, 보완한 것임).
O AX 도입기
∙ 범위: AX는 DX의 일부 (즉, AX ⊂ DX)
∙ 접근방법: 판별형 AI의 데이터 분류/군집화/예측 기능을 활용해서 제품/서비스, 공정, 기업 내/외부 거래 및 협업 프로세스, 비즈니스 모델 등을 지능화/자동화함. 생성형 AI를 활용해서 문서/콘텐츠를 작성하고 마케팅/고객지원 등에 활용함. 2025년 이후, 에이전틱 AI와 피지컬 AI가 점진적으로 확산함(밑줄 부분 추가: 250802).
∙ 대표적 응용(예): 스마트 차량/선박/홈/빌딩, AI 기반 학습시스템, 고객상담 챗봇, 원격진단, 예지정비, 스마트 공장, 무인매장 등; 컴퓨터 비전을 활용한 불량품 검사, 맞춤/개인화 추천, 주문이행 및 배송 최적화, 불량 고객 탐지, 투자 자문; 고객상담 챗봇, 문서/콘텐츠 작성 및 관리 자동화/지능화 등.
O AX 성장기
∙ 범위: DX와 공유하는 영역도 있고 AX 고유 영역도 등장함
(즉, AX ⊄ DX, AX ⊅ DX, AX ∩ DX ≠ 0).
∙ 접근방법: 생성형/추론형/에이전틱/피지컬 AI 등을 활용해서 각종 콘텐츠를 자동 생성하고 사람 중심의 운영방식을 부분적으로 자율운영 시스템으로 전환함. 예를 들면, 핵심 기업활동을 ERP, SCM 같은 종래의 패키지 SW가 아니라 AI 기반의 인지적 운영체제와 그 위에서 운영되는 여러 가지 에이전트들이 담당하게 됨. 기업은 인간 중심의 물리적 작업 공간이 아니라 인간과 기계가 상호작용하는 ‘제3공간’(현실공간+가상공간)이 됨.
∙ 대표적 응용(기초): 문서, 이미지, 오디오/비디오 등 다양한 콘텐츠 생성, SW 개발(: 코딩, 테스트), 공급망 관리(: 조달/납품 관리), 보험 계약, 마케팅/광고, 의약품 개발 등의 자동화/지능화.
∙ 대표적 응용(고도화): 컴포지트(composite) AI 기반 제품/서비스와 통합 솔루션 (예) 구글의 알파폴드/메드팜/알파이볼브, C3.ai의 ‘Enterprise AI’ 솔루션, 아에라 테크놀로지의 인지 기반 운영체제(‘Aera Cognitive OS’)/자율운영기업(‘Self-Driving Enterprise’) 솔루션, 엔비디아의 옴니버스(Omniverse) 등 선도적 솔루션이 새로이 등장할 AI 모델을 기반으로 성능, 효율 측면에서 최적화되고 안전성/활용성 등이 향상됨(밑줄 부분 추가: 250802).
O AX 성숙기
∙ 범위: DX는 AX의 일부가 됨 (즉, AX ⊃ DX)
∙ 접근방법: AGI 수준의 AI와 AI를 내장한 지능적 객체들이 인간의 지적/육체적 활동을 대체(또는 증강)함에 따라 인간은 더 고차원적 활동을 담당함. 예를 들면, 인류 차원의 난제를 해결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찾고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며 지능적 객체의 작업 결과가 인간에게 끼칠 영향을 검토해서 사전/사후에 제어함.
∙ 실현 시기: AX 성숙기는 AGI의 등장 시기에 따라 달라질 것임.
AX가 어떤 모습으로 발전할 것인지는 다음 질문들에 대한 답을 탐구함으로써 좀 더 명확해질 것이다.
▸DX를 넘어 AX로 발전하면서 기반기술인 소프트웨어(SW)와 AI는 어떤 관계로 발전할 것인가?
▸AI 공급기업과 AI 수요기업은 각각 어떤 전략으로 기존 제품/서비스와 사업, 조직운영, 구성원 역량 등을 AI 기반으로 전환해 갈 것인가?
▸정부는 어떤 정책이나 수단으로 기업의 AX를 촉진하거나 규제할 것인가?
AX는 AI 기술을 발전시킬 기술자, 기술을 제품/서비스로 만드는 기업가, 그리고 기술과 제품/서비스를 수용할 개인 소비자와 기업 고객, 그리고 그와 같은 가치 생성-전달-획득(Create-Deliver-Capture) 과정을 촉진/규제하는 정부/공공 각자의 노력과 상호 시너지에 따라 발전 속도가 달라질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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