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데이터/지식에 의한 착각
저는 정년퇴임 후 6년 동안 대학(원)에서 강의했고 작년부터 프리랜서로서 AI를 포함한 신기술 동향과 기업 혁신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머지않아 진짜 은퇴하게 될 거라는 예상을 하고 있기에 잘되고 있는 문제보다는 부족하고 미흡한 점에 대해 쓴소리를 좀 더 하려 합니다. 언제부턴가 사회 전반에서 당장은 쓰지만 길게 보면 의미 있는 비판이나 지적이 줄어들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몇 번에 걸친 시리즈 글이 될 것 같아서 먼저 제 의도를 설명드리려 합니다. 참고로, 이 글은 저의 '디케이융합전략연구소' 페이스북 페이지에도 함께 올라갈 겁니다.
저는 개인적으로는 얻을 것도 잃을 것도 없기에 '잘못된 데이터/지식에 의한 착각'이란 주제에서 솔직한 얘기를 직설적으로 표현할 생각입니다. 그러다 보니 제가 제기하는 문제의 이해관계자 또는 당사자는 불편한 얘기가 될 수도 있을 겁니다. 비판을 위한 비판이나 악의를 가진 소견은 아니라는 점을 헤아리셔서 제가 언급하는 다른 관점/초점에서도 문제를 바라봐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잘못된 데이터'라고 한 것은 오류도 있겠지만, 주로 편향(bias)이나 의도적인 데이터 선택-포장 같은 겁니다. 예를 들면, 10가지 데이터 중에서 유리한 것, 자신의 의도에 부합하는 것만 뽑아서 그걸 근거로 얘기하는 걸 가리키는 겁니다. 정부가 정책을 수립, 실행하면서 성과를 홍보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지만, 그걸 받아들이는 기업이나 일반국민은 오도될 수 있음을 감안해야 합니다.
'잘못된 지식'이라고 한 것은 축적된 데이터를 잘못 해석하거나 문제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한 것, 또는 '모르는 것(unknowns)'을 모르는(unknown) 것으로 두지 않고 '아는 것'(knowns)으로 착각하는 경우를 가리키는 겁니다. 예를 들면, 외계인의 존재 여부 같은 게 unknowns에 속합니다. 일반인공지능(AGI)을 넘어서 초지능(ASI)이 언제, 어떤 모습으로 인류에게 다가올 것인지, 유토피아가 될 것인지 아니면 디스토피아가 될 것인지 하는 문제도 unknowns에 가깝습니다.
기술자들이 기술 측면만 보고 경제/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고려하지 않는다든지, 반대로 경제/사회 쪽에서 기술의 특성이나 상호연관성, 파급효과 등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잘못된 지식'이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생성형 AI나 피지컬 AI가 유망한 기술임에는 틀림없지만, 기술자들이 기업이 성과를 높이고 사회가 발전하기 위해 그런 신기술을 재빨리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잘못된 지식일 수 있다는 겁니다. 또, 기업 경영자가 생성형 AI는 특성상 할루시네이션이 존재할 수밖에 없는 기술이라는 점을 이해하지 못해서 99.99%의 정확도를 확보해야 하는 문제에 적용하거나 반대로 기술 자체를 무조건 불신, 배척하는 것도 여기에 해당합니다. 현 단계에서도 효율/효과를 거둘 수 있는 유스케이스가 많기 때문입니다.
잘못된 용어/개념도 제가 얘기할 '잘못된 지식'에 속합니다. 얼마 전, '융합인재', '융합교육'이란 용어를 '협업인재', '협업교육'으로 바꾸자는 제안을 했습니다. '2가지 이상을 녹여서 하나로 만드는 것'이란 의미를 가진 융합을 인재와 교육에 붙여서 써온 게 잘못 됐다는 거죠. 혼자서 여러 가지를 아는, 또는 혼자서 여러 가지를 다 하려고 하는 독불장군 식의 융합인재보다는 자기가 잘 아는 것 외에는 타 분야/영역의 전문가를 찾아서 협업하는 인재가 절실하게 필요한 시대입니다. 융합이라는 단어 때문에 교육의 목표와 방법이 잘못되는 현상이 생기고 있으니 용어 자체를 바꾸자는 제안을 한 겁니다.
정작 '잘못된 것'은 제가 지적한 정책이나 기업 전략, 다른 전문가의 소견이 아니라 글쓴이, 즉 저 자신일 수도 있습니다. 누구든 한 번 옳다고 믿으면 의심 없이 붙들고 있는 확증편향의 오류를 범할 수 있으니까요. 제가 그런 잘못을 범하고 있는 거라면 어느 분이든 그걸 바로 잡도록 지적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몰라서 틀리는 것도 죄겠지만, 알면서도 틀리는 건 더 나쁜 죄라 할 수 있을 겁니다. 잘못된 것을 인정하고 바로잡은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 생각합니다.
이런 생각으로 앞으로 몇 개의 글을 더 쓰려합니다. 공감이나 질책 부탁 드립니다.
#잘못된데이터 #잘못된지식 #확증편향 #아는것_Knowns #모르는것_Unknow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