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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덕현 Jan 20. 2019

블록체인/비트코인, 분산원장

[4IR-3.8] 4차 산업혁명 기술 이해-8

블록체인/비트코인의 등장

   블록체인과 비트코인은 (아직까지 개인인지 단체인지도 밝혀지지 않은)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인물이 2008년 10월 31일에 발표한 논문에 처음 등장한 용어이다. 사토시는 논문에서 암호화폐인 비트코인(Bitcoin)과 이를 뒷받침하 블록체인(Blockchain) 기술을 제안하였다. 이어, 그는 2009년 1월, 블록체인을 구현한 프로그램인 비트코인(Bitcoin) 코어를 공개하고 이를 이용한 첫 번째 블록(Block)- 이를 Genesis Block이라고 함-을 등록하였다. 암호화폐(Crypto Currency)는 암호화 기술이 적용된 디지털 화폐를 가리킨다. 디지털(Digital) 화폐는 컴퓨터를 통해 보관, 유통되는 화폐(예: e-Cash)를, 가상(Virtual) 화폐는 디지털 화폐 중에서 가상 커뮤니티 내에서 유통되는 일종의 유틸리티(예: 싸이월드의 도토리)를 가리킨다. ‘비트코인’이라는 단어는 문맥에 따라 프로그램 명칭, 암호화폐 명칭, 그리고 암호화폐의 단위(‘BTC’) 등을 의미한다. 블록은 여러 개의 거래(transaction, 트랜잭션) 기록을 모으고 일정한 기준에 따라 하나로 묶은 것이다. 예를 들면, 슈퍼마켓 점주가 매일매일 물건을 구입하고 판매한 기록이나 은행이 처리하는 입/출금, 이체, 대출 기록을 10분 단위로 모은 것을 블록이라고 한다. 록들을 만들어진 순서에 따라 줄줄이 연결한 것이 블록체인이다. 사토시가 제안한 블록체인(기술)과 비트코인(암호화폐)은 동전의 양면처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단, 블록체인은 암호화폐뿐만 아니라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예: 물품의 구매/판매, 계약, 인증, 문서/콘텐츠/자산 관리, 전자투표 등)에 적용될 수 있는 범용기술이라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블록체인 기술의 혁신성은 중개자/관리자(예: 은행, 정부)를 배제한 탈중앙화(decentralization)를 통해 각종 거래 처리의 경제성, 신뢰성, 안전성 등을 높이려는 점에 있다. 중앙집중(또는 일부 분산)된 서버를 통해 처리되는 기존 방식은 대개 시스템 구축/유지 비용이 많이 들고, 처리 시간이 오래 걸리며, 업데이트의 지연이나 부정확한 기록도 발생하고, 서버에 장애가 발생하거나 해킹을 당할 경우 심각한 피해를 입게 된다는 것이 문제였다. 반면, 블록체인은 네트워크에 연결된 모든 멤버가 거래기록을 공유함으로써 그와 같은 문제점을 해소하려 한다. 블록체인은 퍼블릭/공개형 블록체인과 프라이빗/폐쇄형 블록체인으로 구분된다. 블록체인의 원형(原型)인 퍼블릭 블록체인은 누구든 허가없이 네트워크에 참여해서 자신의 거래 기록을 업로드하고 전체 거래 기록을 다운로드하여서 열람할 수 있지만, 나중에 등장한 프라이빗 블록체인은 사전에 허가를 받은 멤버('노드' 또는 '피어')만 네트워크에 참여할 수 있다. 프라이빗 블록체인은 특정 기업 내에서 운영되므로 기업형(enterprise) 블록체인이라고도 한다. 퍼블릭과 프라이빗을 결합한 하이브리드(또는 컨소시엄) 블록체인도 있다. 2015년 9월, 골드만삭스를 포함한 금융기관들이 시작한 R3 CEV 컨소시엄과 2016년 리눅스 재단이 주도한 하이퍼레저(Hyperledger) 컨소시엄 하이브리드/프라이빗 블록체인 프레임워크를 개발, 운영하고 있다. 프라이빗 블록체인은 탈중앙화와는 되는 접근이지만, 퍼블릭 블록체인을 운영할 때 수반되는 암호화폐 발행이나 확장성 및 성능 부족 문제를 피할 수 있다. 

    

오리지널 블록체인의 기술 구성

   사토시가 제안한 블록체인은 암호화폐인 비트코인을 만들고 이를 이용한 거래를 지원하기 위한 것이다. 블록체인은 분산 데이터베이스, P2P 네트워크, 디지털 서명과 암호화 해싱 기술, 합의 및 보상 기술 등이 융합기술이다. 즉, 블록체인 자체는 2008년에 처음 등장했지 요소기술 자체가 신기술은 아니며, 지난 10년 동안 또 지금도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술이 접목되면서 계속 진화되고 있는 기술이다. 분산(distributed) 데이터베이스란 디지털 데이터를 한 군데에 모아서 보관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곳에 나누어 저장, 관리하는 방식이다. P2P(Peer-to-peer) 네트워크란, 예를 들면, 100대의 컴퓨터가 있다면 이들이 모두 똑같은 권한을 가진 동료(peer)로서 서로 연결될 수 있는 통신방식을 가리킨다. 디지털 서명(Digital Signature)이란 디지털 문서/콘텐츠 수신자가 송신자의 신원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기술로서 송신자가 문서/콘텐츠를  개인키(private key)로 암호화해서 보내면 수신자는 송신자의 공개키(public key)그것을 해독하게 된다. 해시 함수(hash function)는 입력 데이터가 길든 짧든 상관없이 일정 길이(예: 256 bits)의 데이터로 압축해서 출력해 주는 함수를 가리킨다. 해시함수는, 이를 Y=f(X)라고 한다면, 순방향 즉, X를 입력하면 Y가 결괏값으로 나오지만, 역방향 즉, Y값만 갖고는 절대로 X값을 찾아낼 수 없는 성질을 갖고 있다. 암호화 해싱(hashing)이란 해시함수 중에  암호학적 성질(예: 일방향성, 충돌회피 등)을 만족하는 것을 가리킨다. 합의(consensus)란 P2P 네트워크 구성원들이 공동으로 결정해야 할 문제에 대한 의사결정 방식/알고리즘을 가리킨다. 예를 들면, ‘재적인원의 과반수 또는 2/3 이상 찬성’ 식의 일반적 의사결정 규칙이 블록체인에서는 독특한 방식으로 구현된다.

   

블록체인/비트코인 작동 원리

   위와 같은 기술이 결합된 블록체인에서는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거래 기록이 유지되고 그 과정에서 암호화폐도 발행, 유통된다. 우선 A와 B 사이에서  자금의 이체라든지 자산의 구매/판매 같은 거래가 발생하면 그 거래기록은 네트워크에 연결된 모든 멤버에게 복제된다. 대략 10분 동안 쌓인 거래기록들은 하나의 블록으로 생성된다. 이때, 정해진 문제를 가장 먼저 푼 멤버에게 새로운 블록을 등록할 수 있는 권한이 부여되며 그 멤버는 일정 수량의 비트코인- 2016년 이후 12.5 BTC-과 함께 블록에 포함된 거래의 수수료를 보상으로 받게 된다. 거래기록을 모아서 후보 블록을 만들고 이를 기존 블록체인에 추가될 블록으로 공인받기 위해 정해진 문제를 푸는 과정을 채굴(mining, 마이닝)이라고 하며 그 작업자채굴자(miner, 마이너)라고 한다. 하나의 블록에는 헤더(header, 머리글)본문(즉, 수집된 거래내역), 그리고 블록해시(Block Hash) 등이 포함된다. 헤더에는 {바로 앞 블록의 해시값, 본문에 포함된 모든 거래에 대한 해시값-이를 머클(merkle) 해시라고 함-, 블록 생성 시간(time stamp), 채굴 난이도 조절용 수치(bits), 그리고 임의의 숫자인 난스(nounce) 등}이 포함되어 있다. 블록해시는 블록헤더의 값을 입력해서 얻은 32바이트의 숫자이다. 위에서 ‘정해진 문제’란 새로운 블록의 블록해시 값이 채굴 난이도 조절용 수치보다 작아지는 난스값을 찾는 것인데 이는 엄청난 양의 계산을 필요로 한다. 채굴자가 올바른 난스값을 찾았다는 것을 전체 멤버가 인정하는 것을 작업증명(PoW: Proof-of-Work)이라고 한다. PoW는 에너지를 지나치게 많이 소비하는 방식이기에 여러 가지 대안이 모색되고 있다. 그중 하나인 지분증명(PoS: Proof-of-Stake)은 암호화폐를 많이 가진 멤버들-밸리데이터(validator)- 의사결정에 참여하며 보유량에 비례해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방식이다.


블록체인/비트코인의 강점, 약점

   블록체인/비트코인의 장점은 탈중앙화를 통해 경제성, 신뢰성, 안전성  상된다는 데 있다. 즉, 중개자/관리자의 통제/간여가 없어지고 글로벌 접근성이 커짐에 따라 거래 비용이 절감되고 시간이 단축된다. 특히, 국가/금융기관 간 자금이체나 소액결제에 유리하다. 블록체인에는 거래기록을 추가만 할 수 있고 수정이나 삭제는 불가능하므로 이중 지불, 사기, 해킹, 변조 등이 원천적으로 차단된다. 장애나 공격으로 인해 전체가 먹통이 되는 중앙집중 방식의 위험-이를 Single Point of Failure라고 함-을 줄일 수 있다. 중개자나 관리자에게 거래당사자에 대한 정보를 제공할 필요가 없으므로 거래의 익명성이 보장된다. "중개자/관리자의 배제'중앙집중된 권력의 분산 내지 해체를 추구하는 것인데 기존 조직/제도/인식 등을 바꾸는 것은 단기간 내에 실현되기 어렵다. 여러 노드에 분산된 블록체인 자체는 보안성이 매우 높지만, 오히려 중앙집권화된 일반 암호화폐 거래소나 개인이 보관하는 전자지갑 등은 보안에 취약하므로 이에 대한 보호 대책이 필요하다. 거래의 익명성은 마약거래나 자금세탁 같은 불법 거래에도 이용될 수 있다는 부정적 측면도 있다.


   블록체인/비트코인은 성능(performance)과 확장성(scalability) 부족, 프라이버시 침해 가능성 등 기술적 해결이 필요한 문제와 법/제도/생태계 미성숙, 화폐로서의 안정적 가치 미확보 등의 문제를 안고 있다. 비트코인의 블록 사이즈는 1 MB이고 블록 생성 주기는 약 10분으로 설계되어 있어서 성능은 7 TPS(Transaction per Second, 초당 처리 가능한 거래 수) 정도이다. 참고로, 암호화폐 중에서 이더리움은 20 TPS, 이오스는 3,000 TPS임에 반해 비자카드는 24,000 TPS라고 한다. 또한, 시간이 지나면서 거래기록 양이 많아지므로 이를 서버나 클라이언트에 보관, 관리하는 데도 어려움이 생긴다. 2018년 말 기준, 비트코인의 전체 블록체인(즉, full node) 용량은 200 GB를 넘어섰다(www.statista.com). 강력한 보안성과 익명성이 블록체인의 강점이지만, 개인의 거래 이력이 추적당할 소지가 있다. 법/제도 측면에서 ICO 및 거래소에 대한 규제 해소와 세금 부과 방안 마련 등이 필요하다. ICO(Initial Coin Offering)는 블록체인 신사업에 대한 투자 유치 방식이며 증권시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IPO에 비유된다. 거버넌스 문제 중 하나는 블록체인 코어(프로그램)는 소수의 개발자가 주도하는 오픈 소스로 개발, 유지되고 있기에 신기술 적용이나 운영방식 변경을 위한 논의-합의에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투입된다는 점이다. 암호화폐 가치의 안정화와 더불어 수많은 암호폐간 기술 측면의 호환성 확보와 교환 메커니즘 구축도 필요하다.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의 발전

   2009년 이후 지금까지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는 상호 연결된 가운데 각각 발전하고 있다. 암호화폐는 플랫폼 여부에 따라 (1) 비트코인처럼 독립적으로 만들었거나 독립적인 생태계를 갖추고 있는 코인(coin)과 (2) 제3자 플랫폼 위에서 특정 목적(예: 저작권 관리, 공문서 인증, 게임)을 위해 만든 토큰(token)으로 구분된다. 또한, 암호화폐는 사용 목적에 따라 알트코인(즉, 비트코인을 제외한 모든 암호화폐/ 예: 라이트코인, 이더리움, 이오스 등), 플랫폼 코인(예: 이더리움, 이오스), 유틸리티 토큰, 결제 코인, 증권형 토큰, 스테이블 코인, 다크 코인 등으로 구분된다(출처: 해시넷, 상세한 설명도 확인 가능). 플랫폼 코인 위에서 디앱(DApp: Decentralized Application)이 개발, 운영된다. ‘디앱’은 (PC용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램이나 스마트폰용 모바일앱처럼)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분권형 애플리케이션이다. 스테이블(stable) 코인은 법정화폐로 환산한 가격이 안정되도록 만든 화폐이며, 다크(dark) 코인은 익명성 보장에 초점을 둔 화폐이다. 2019년 1월 현재, 2천 개 이상의 알트코인(Alternative Coin)이 있다(www.coinmarketcap.com).


   블록체인 기술은 2010년대 중반 분산원장 기술로 확장되었고, 블록체인 응용은 암호화폐 중심의 블록체인 1.0, 스마트 계약과 컨소시엄형 블록체인을 지원하는 블록체인 2.0, 다양한 도메인의 문제 해결에 적용되는 블록체인 3.0 등으로 진화되고 있다. 분산원장(Distributed Ledger)은 뿌리를 찾자면 1980~90년대에 등장한 분산 데이터베이스를 거래 기록(즉, 원장) 관리에 적용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분산원장은 용어 자체가 2010년대 중반에 등장했다는 점에서 보면 블록체인을 일반화(generalization)한 기술이라 할 수 있다. 즉, 퍼블릭/ 프라이빗/ 하이브리드 블록체인은 거래기록의 집중화(또는 분산화) 정도와 네트워크 접근 허용 범위 등을 달리 설계한 분산원장 기술인 것이다. 스마트 계약은 계약과 동시에 거래조건이 실행되는 종래의 계약과 달리, 계약 시점에 고려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대안을 프로그램(예: If A then A1, A2, If B then B1, B2)으로 작성해서 블록에 넣어 두고 조건이 충족될 때 자동적으로 계약이 실행되도록 하는 방식이다. 스마트 계약은 2015년 7월, 당시 19세인 비탈릭 부테린(Vitalik Buterin)이 개발해서 서비스를 시작한 이더리움(Etherium)에 처음 구현된 기능이다. 이더리움은 블록체인을 한 단계 도약시킨 코인으로 2017년 기준, 1,090개의 디앱과 700개 이상의 암호화폐가 이더리움 플랫폼 위에서 운영되고 있다(출처: 해시넷).


블록체인/분산원장 기술과 암호화폐의 전망

   블록체인/분산원장 기술은 세계경제포럼(WEF), UN, 가트너 등이 미래사회를 열어 갈 중요 기술로 꼽고 있다. WEF는 2025년까지 블록체인을 통해 세금을 징수하는 최초의 정부가 등장하고 전 세계 GDP의 10%가 블록체인에 저장될 것이라고 하였다. 클라우스 슈밥은 '제4차 산업혁명: The Next'(2018)에서 블록체인이 머신비전(AI의 한 분야), 생체인식, 3D 프린팅, 나노기술, 사물인터넷(IoT) 등과의 융합을 통해 태깅 및 트래킹을 고도화함으로써 제품 인증, 계약/협약, 파일 전송, 무역 금융 등에서 발생하는 ‘last-mile 문제’ 즉, 최종 소비자/이용자의 위치나 상황에 맞추어 전달하기 어려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하였다. 시장조사기관인 주니퍼리서치는 전 세계 금융기관들은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2030년까지 30조 원(270억 달러) 가량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였다(출처: 토큰포스트, 2017. 8. 7). 블록체인/분산원장 기술은 현 단계에서도 금융뿐만 아니라 정부/공공 서비스(예: 공공기록물 관리, 인증/허가/증명, 투표)와 산업경제(예: 전자상거래, 의료기록관리, 저작권관리, 게임아이템관리) 등에 광범위하게 시범 적용되고 있다. 암호화폐 자체는 단기간 내에 화폐로 인정받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블록체인/분산원장은 기술, 법/규제, 거버넌스 등이 개선, 발전됨에 따라 모든 경제활동에 빠르게 확산되고 실질적 성과도 얻게 될 것이다.



제가 그동안 브런치를 통해 발행한 거의 모든 글이 마찬가지입니다만, 기술 쪽이든 경영 쪽이든 특정 주제를 A4 3장 정도로 정리하고 있습니다. 제 딴에는 경영자나 비전공자를 대상으로, 지나치게 전문적이거나 그렇다고 지나치게 얄팍하지는 않은 글이 되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 논의에서 빼놓을 수 없는 기술 중 하나가 블록체인이다 보니 이에 대한 자료 예를 들면, 언론 보도자료, IT 및 금융 관련 전문가/기관의 보고서, 서적 등이 엄청나게 많고 진정한 전문가들도 많습니다. 특히, 이번 주제에 대해서는 여전히 모르는 게 많은 제가 정리한 글이지만, 누군가에게는 딱 알맞은 수준의 자료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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