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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태주

2024.04.17

by dukbo

겨울을 살다가, 더워져 옷을 벗었다.

역설적인지 아닌지,

핑크빛 하얀빛 옷을 입은 앙상하던 가지들이 맞아준다.

덥지도 않은지,

아니나 다를까 금방 옷을 벗어던진다.

봄이 와 꽃이 핀 건지, 꽃이 폈기 때문에 봄인 건지,

급하게 대충 옷을 챙기고 온 바다는 또 추웠다.

어찌나 이렇게 둔감한지, 날씨에. 또 기후에.

그리고 변화와 다채로움에.

사계절의 나라에서 나고 자란 지 수십 년,

아직 사계절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부적응자.

봄 한 송이, 여름 한 컵, 가을 한 장, 겨울 한숨.

삐뚤빼뚤한 글씨와 알아보기 힘든 글.

사랑하지 않고 스쳐갈 수도 있었는데,

사랑일지 모른다고 걸음을 멈춰준,

우리들에게 정말 고맙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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