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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추조 Mar 13. 2017

(續) 21세기 이민(移民)

이 글은 이민생활을 하고 있는 분들에게, '교민사회의 미래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제목으로 의견을 물어본 결과를 종합하여 요약한 것이다. 의견이 많았다고 할 수 없어서 정확하다고 볼 수는 없으나, 포괄적 개관을 파악하는 데는 약간의 도움은 될 수 있다고 본다.


나는 이민의 꿈을 못다 이루고 조국으로 돌아와 살지만, 어차피 내 자식들이 평생 살아가야 할 나라이기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는 없다. 의견을 준 분들의 일치된 견해는 이민 환경이 크게 변했다는 것이다. (주로 미국에서) 3~40년 동안 생활한 분들이 많기에 그분들이 보는 이민사회 변화에 대한 느낌은 더할 수도 있다.


이 글이 한국의 현실에 희망이 없다고 느끼고 이민을 희망하는 젊은 분들에게 참고가 될 수 있을는지는 모르겠지만, 21세기 이민은 3~40년 전의 이민과는 달라야 한다는 것만은 부인할 분이 없을 것으로 보고 글을 전개한다. 보시는 분들의 시각에 따라 불쾌한 내용도 있을 수 있음을 미리 밝혀두며 미국 이민을 대상으로 한다.


○ 시대에 따른 이민의 유형


- 1950 ~60년 대: 한국전쟁 이후 한국에 주둔한 미군과 결혼한 여성이 미국에 이주하여 가족과 친지들을 초청하는 케이스가 대다수로 가족이민이었으며 1960년 대까지 지속되었다. 물론 이 시대에도 국비장학생이나 부유층 자제들이 유학을 와서 주저앉는 경우도 있었지만, 그 숫자는 미미했다. 또한, 516 군사 쿠데타로 정치적 망명도 있었다.


- 1970년 대: 비약적인 한국의 경제발전으로 해외로 파견되는 주재원이나 중동, 서독, 월남 등 외국생활 경험이 있는 분들을 중심으로 가족이민이 활발해졌다. 유학생도 늘어나는 추세로 공부를 끝내고 주저앉는 이민자도 급속히 늘어났다. 또한 먼저 자리 잡은 친척들의 초청 이민이 활발해졌고 종교 이민도 있었다. 미국과 한국의 경제적 차이가 심할 때라, 미국에 이민 가는 것만으로도 부러움의 대상이었고 대단한 것이었다.


- 1980년 대: 이 시기에 미국 이민이 절정에 이른다. 먼저 간 가족 초청 이민이 가장 활발했고, 국내에는 해외여행 자율화가 시행되면서 불법이민이나 체류 또한 크게 증가했다. 더불어 유학생들도 급속도로 늘어났다. 이 시기 이후 형제 초청이나 친지 초정에 제한이 걸리면서 대기시간도 크게 늘어나고 어려워졌다. 대신 취업이민이나 종교 이민, 대기업 지상사 주재원 영주권 취득이 늘어났다.


- 1990년 대: 뉴질랜드, 캐나다, 호주 등 이민 대상국의 다양화로 초기에는 뉴질랜드 이민이 급격히 증가했다. 소위 삶의 질을 추구하는 이민으로 기존의 생계형 이민과는 사유도 달라졌다. 한국의 급속한 경제발전으로 이민의 행렬이 줄어들기 시작했고, 투자이민이 활발해졌다. 조기유학의 붐이 일어나 기러기 가족이라는 용어가 등장했으며, IMF 이후 생계형 이민이 다시 늘기도 했지만, 대부분 불법체류였다. 유학생들이나 IT 직종의 경력자들을 중심으로 취업이민이 주종을 이루었던 시기로 볼 수 있다.


○ 유형별 이민자


- 유학생 이민: 미국에서 교육을 받은 덕에 언어 문제를 해결했으며 미국 주류사회에 진출하기도 쉬웠고, 이민사회에서 변호사, 의사 등 영어가 불편한 이민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직업을 가졌다.


- 가족 초청 이민: 가족을 따라 비교적 젊은 나이에 온 분들로 언어문제를 쉽게 극복했다. 미리 정착한 가족의 도움으로 비교적 쉽게 스몰 비즈니스를 갖거나 생계를 유지할 수 있었다.


- 주재원, 취업 등 독립이민: 대졸 이상 고학력자들이 대부분으로 일상적인 언어구사가 가능하지만, 회의나 논쟁을 할 정도의 수준은 아니다. 그러나 생계가 해결된 분들로 비교적 쉽게 정착할 수 있다.


- 투자이민: 성공확률 50% 미만이다. 몇 년 만에 가져온 돈 다 잃어버리고 식당에서 접시 닦는 부부도 보았고, 경험도 없이 세탁소나 네일 가게 주인으로 종업원들 횡포에 고생만 하며 빼도 박도 못하는 분들도 보았다. 물론 성공하는 분들이 없지는 않다.


- 불체자 신분의 이민: 언급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 행정부의 i245 같은 불체자 구제조치만 바라볼 뿐이다. 떳떳하지 못한 신분 때문에 심리적으로 위축되어 밑바닥 인생을 경험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는 바람에 당분간 매우 어려운 환경에 처해질 것이 분명하다.


○ 시기별 이민자 생활상과 만족도


- 당연한 말이지만 오래된 분일수록 만족도가 높다. 비록 주관적인 견해지만, 1990년을 기점으로 그 이전에 오신 분들의 만족도가 비교적 높고, 그 이후에는 크게 줄어든다.


- 1980년 대 레이건 행정부가 들어서기 이전, 즉 신자유주의로 인해 스몰 비즈니스가 몰락하기 이전에는 무슨 일을 하든 벌이가 괜찮았다. 구두수선으로도 월 5천 불은 쉽게 벌었고, 소규모 비디오 가게로도 월소득 만 불이 넘었다. 홈 데포 같은 대형 체인이 생겨나면서 동네의 하드웨어 가게는 문을 닫아야 했으며, 이런 현상은 세월이 지날수록 심해져서 최근의 스몰 비즈니스는 설 자리를 점점 잃고 있다.


- '삶의 질'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던 20세기 이민과 경제여건의 향상으로 '삶을 질'을 따지는 21세기의 이민은 시작부터 차이가 크며, 생계의 어려움 때문에 만족도도 크게 떨어진다. 게다가 21세기에는 중국, 인도, 동남아 등지로부터 온 생계형 이민자들과 3D 잡에서 까지도 경쟁해야 하는 등 여건이 크게 악화되었다.


○ 담론에서 보듯 이민 1세대가 보는 성공한 이민이란 주류사회로의 진출을 뜻한다. 아직까지는 미국에서 높은 교육을 받은 분들이나 자식의 세대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대부분의 이민 1세대들은 리쿼 스토어, 세탁소, 네일가게, 뷰티샾 같은 언어가 크게 요구되지 않는 리테일 비즈니스나 교민들을 대상으로 음식점이나 가게 등을 하며 생계를 유지한다. 의사나 변호사들도 주류사회를 고객으로 하는 분들보다는 언어가 불편한 교민들, 즉 이민 1세대들을 고객으로 하는 분들이 훨씬 더 많다. 주류사회와는 거리가 멀다.


좀 더 솔직해 보자. 매일 인터넷으로 한국 뉴스를 더 많이 접하고, 한국 TV와 드라마를 보고, 한국정치나 사회에만 관심 있다면 몸만 미국에 있지, 한국에 사는 것과 다름이 없다. 주류사회 진입을 궁극적인 성공한 이민이라는 전제하에 판단한다면 성공한 분들은 소수에 불과하다.


또 이민을 희망하는 젊은이들과 대화해보면, 대부분 한국의 나쁜 점과 미국의 좋은 점만 비교하려 들지 미국의 단점을 간과하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예를 들어, 연 5~6만 불의 수입이 한국에서는 충분할지 몰라도, 미국에서는 겨우 살아가는 정도의 수입이다. 그만큼 미국 대도시의 생활비는 숨만 쉬고 살아도 한 달 몇 천 불이 필요할 정도로 비싸고, 생활비가 싼 시골에는 할 일이 거의 없다.


○ 21세기 이민에 적합한 사람들(결론)


- 의식주(衣食住)에 관련된 테크니션: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기술자들은 어디서나 생계를 위한 잡을 구할 수 있다. 전문가일수록 더 쉽다.


- 유학생들: 조기유학을 했든지 간에 미국에서 교육을 받은 사람들은 미국을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가장 큰 문제인 언어가 우선 해결된다.


- 한국에서 잃을 것이 없는 생계형: 한국에서 이미 충분한 생활기반을 자리 잡고 있는 사람들이, 막연하게 'Better Life'를 꿈꾸며 이민을 생각한다는 것은 현실감각이 부족하기 때문이 아닐까? 경제기반이 최우선인 요즘 세상에서 그 기반을 송두리째 포기한 후에는 세계 어느 곳이든 'Better Life'는 없다고 본다. 그러나 잃을 것이 없다면, 그리고 30살 전후로 젊다면 아직도 도전해 볼 만하다.


- 돈이 많은 분들: 골프 치고 하이킹 다니고 놀고 지내기에는 최고다. 그러나 한국만큼 재미있지는 않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 취업이민: 말할 것도 없다. 생활이 보장되는 직장이 있으면 최고의 조건이다.


- 언어천재: 누가 뭐래도 이민의 가장 큰 장애요인은 언어다. 교민들이 LA 인근이나 뉴저지 팔팍, 뉴욕 플러싱, 버지니아 페어팩스 등에 모여사는 것도 언어 때문이다. 서른 살이 넘고 언어에 소질이 없다면, Better Life 또한 기대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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