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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콩달 Dec 08. 2023

접촉사고

#1-7_난임 극복기

  난자채취를 하고 나자 뭔가 홀가분한 느낌이 들었다. 조심스럽게 품고 있어야 하는 것을 무사히 밖으로 내보내고 난 후의 마음이랄까. 곧 배아이식이 있겠지만 그전까지는 뭔가 자유롭다는 느낌이 들었다. 난자를 채취하고 나면 배가 아프고 복수가 찰 수 있다며 이온음료를 먹으면 도움이 된다는 간호사의 말에 집에 오는 길에 이온음료 1.5l를 사고 집으로 왔다. 원래 이온음료를 좋아하지 않지만 몸을 위해서라 생각하며 한 잔, 한 잔 조금씩 마시고 있는데 배가 가끔 쓰리기만 할 뿐 복수가 차지도, 배가 많이 아프지도 않았다. 내가 부작용이 덜한 건가? 내심 기뻤는데 카페를 찾아보니 채취한 난자 개수가 많을수록 복수가 차고 아프다고......

  '아, 난자 채취가 얼마 되지 않아 부작용이 덜한 거구나.'라는 생각에 뭔가 씁쓸했다.

  '괜찮아, 괜찮아. 잘 될 거야.' 스스로를 다시 한번 다잡고 J의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 집을 나섰다. 핸드폰 용량이 부족하다며 핸드폰을 바꾸고 싶어 하던 J가 중고거래를 통해 핸드폰을 구입하기로 했는데 시간이 맞지 않아 내가 대신 가서 거래를 하기로 했다. 차를 타고 거래 장소로 가는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갈까? 오른쪽으로 갈까? 고민이 됐다. 왼쪽은 조금 돌아가지만 큰길이고, 오른쪽은 지름길이지만 양쪽으로 주차가 되어 있는 골목길이라 평소 선호하지 않는 길이었다.

  '시간이 좀 촉박하네. 지름길로 갈까?' 하며 핸들을 오른쪽으로 틀었다. 역시나 길은 좁았고 오늘따라 차량도 많아 앞, 뒤로 막혀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에 조금씩 양보하며 겨우 지나가고 있는데 갑자기 '빠지직' 소리가 났다. 아뿔싸. 뭔가 잘못됐구나. 사이드 미러를 보니 오른쪽에 주차되어 있는 차와 내 차가 사이좋게 맞닿아 있었다.

  '아, 어떻게.' 갑자기 마음이 쿵쾅쿵쾅. '어떻게 해야 하지?' 게다가 앞, 뒤로 차가 계속 오고 있는 상황이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우선은 지나쳐 나왔다. 차를 한적한 곳에 주차를 하고 내 차를 살펴보니 흰 줄이 쓱~ 그어져 있었다. 크게 찌그러지지는 않아 '상대방 차도 괜찮겠지?' 하며 스스로를 안심시키며 상대방 차로 향했다.

  그런데 '헉!' 생각보다 많이 찌그러져 있는 차를 보고 깜짝 놀랐다. 으아악. 어쩌지? 손을 부들부들 떨며 상대방 연락처로 전화를 했다. 상대방 차주분도 역시나 당황하셨고, 현재는 근무 중이라 나중에 확인하고 연락하신다고 하셨다. 보험사에 접수를 하고 J에게 전화해 자초지종을 이야기하는 내내 놀란 가슴은 진정이 되지 않았다.

  "넋들라, 넋들라, 넋들라"

  차에 돌아온 나는 손가락으로 정수리를 톡! 톡! 두드리며 넋들이를 했다. 어렸을 적 내가 크게 놀랐을 때마다 엄마는 나를 놀랐던 장소에 데리고 가서 손가락 끝에 깨끗한 물을 묻히고 내 정수리를 톡! 톡! 두드리며 '넋을라, 넋들라, ㅇㅇ이 거기 이 시냐? 아이고, 우리 ㅇㅇ이 거기 있구나, 어쩌고 저쩌고~'하시면서 내 머리를 한없이 쓰다듬어 주셨었다. 놀라서 나간 넋을 다시 들이는 거라고 했던 엄마의 넋들이는 언제나 효과가 만점이었다. 커서는 혼자서 엄마 역할까지 하며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는 했는데 오늘도 역시나 넋들이를 하고나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래도 다행이다. 배아이식 후에 사고 났으면 정말 많이 힘들었을 텐데. 올해 액땜했다 생각하자"라며 위로해 준 J의 말을 생각하며 곧 있을 배아이식만 생각하기로 했다. 나에겐 이게 가장 중요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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