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 프롤로그

대전이라는 취향을 다시 생각해봅니다.

by 윤덕순

도시 취향 보고서의

시작이 너무 거창했습니다.


대전이란 도시이야기를 써보고자 했으나

대전을 살아낸 덕순이와 덕순이의 가족이야기가 되더군요. 덕순이는 도시라지만 시골같은 대전 변두리에서 자라 도시화가 되어가는 고향의 풍경을 바라보며, 그와 함께 성장한 인물이지요.

그녀의 이야기를 쓰다 보니 결국 그 시절의 나, 어린 시절의 내가 마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누구나 그렇듯 나를 품어주던 알에서 깨어나 세상으로 한 걸음 내딛는 여정은 달콤하지만은 않습니다.

60년대생 진숙이도, 80년대생 덕순이도, 그리고 지금의 나도 삶이 늘 평탄하지는 않았습니다.

때로는 끝이 보이지 않는 긴 터널을 걷는 것 같았고,

때로는 사소한 웃음과 기쁨에 행복하기도 했습니다.


보편적인 삶은 없지만, 보편화된 삶에 나를 억지로 끼워 맞추며 살아가는 나를 문득 발견했을 때,

나는 덕순이를 떠올렸습니다.

어린 시절의 나와 닮은 그 아이를 통해 과거의 나를 다독이고, 글을 쓰며 나는 스스로를 조금씩 치유했습니다.


마흔이 넘었는데도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다’

자책하던 마음도 이제는 잠시 멈춥니다.

‘잘 살아냈다, 수고 많았다’

그렇게 토닥이며 나를 다시 바라봅니다.


대전은 결국 배경으로 밀려나게 되었지만,

대전이었기에 가능했던 삶이 분명 있습니다.

이 글을 읽는 누군가도 그 사실을 알아가길 바랍니다. 자신을 품었던 도시, 자신이 살아온 시간을.


그리고 조금 더 애정하기를 바랍니다.

도시는 배경일 뿐이라 해도,

그 무대 위에서 우리는 모두 자신의 이야기를 연기하는 주인공이니까요.


나의 도시 취향은,

지금도 여전히 대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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