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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덕질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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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덕후감 Sep 20. 2024

71화 - 추석 연휴의 덕질

오늘은 드디어 시험이 끝났다.


추석 전에 보는 줄 알았던 중간고사가 추석 이후로 미뤄졌고, 나는 시험을 끝내자마자 일기를 쓰고 있다.


추석과 시험 기간에 한 덕질이 뭐가 있었는지 생각했다.


나는 웹툰을 봤고, 추석에는 아이돌 육상선수권 대회 2024 추석 특집 봤다.


아이돌 육상선수권 대회 2024를 한다는 소식을 올해 한 여름에 전해 들었었다.


그때 든 생각은 ‘또 아육대를 하네.’였다.


팬들이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 아육대가 또 시작되어도 결국 보게 될 거라고 생각했다.


예전에는 볼 게 많았는데 요즘은 볼 게 없어졌기 때문이다.


그 소식을 넘기려다가 풋살에 관한 내용을 보자마자 기대로 가득해졌다.


내가 좋아했던 오빠들과 그 시절의 오빠들이 모이는 걸 본다는 게 가슴을 설레게 했다.
하이라이트 윤두준, 빅스 레오, 인피니트 우현, 제국의 아이들 김동준, 비투비 서은광, 핫샷과 워너원의 멤버였던 하성운노지훈까지 아육대 풋살 종목에서 한 번에 볼 수 있다는 게 신기하고 좋았다.


경기는 10-20대인 어린 아이돌들과 하겠지만 그래도 걱정이 되지 않았다. 그때도, 지금도 여전히 축구에 진심인 사람들이기 때문이었다.


조금 걱정되는 건 레전드 팀의 멤버 수가 7명뿐이라는 것이었다. 저 멤버에 샤이니 민호와 하이라이트 이기광, 양요섭도 꼈으면 더 대단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잠시나마 들었다.


다음에 또 하게 된다면 이 셋의 모습도 함께 보고 싶다는 게 내 바람이다.


생각보다 고전하는 모습에 찡한 마음이 들었다.

모두 30대가 되고, 10-20대의 어린 후배들과 함께 하는 게 힘들 만도 할 텐데. 주장인 윤두준과 김동준이 멤버들을 다독이며 “파이팅! 할 수 있어!”라는 말을 외치는 모습이 뭉클했다.


서로를 믿으며 계속 경기를 이어간 그들은 마침내 4대 3이라는 점수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사실 경기를 뛰는 모습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보면 울컥하는 마음이 들까 봐 볼 수 없었다.


은광 오빠가 방청객처럼 응원하는 모습, 뛰는 모습은 봤다. 유달리 귀엽고 웃겨서 웃음이 계속 새어 나왔다. 안심하고 웃으면서 볼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레오 오빠가 페널티킥으로 골을 넣는 모습도 봤다. 덕질을 그만둬도 2010년대 초중반의 아육대를 생각하면 감출 수 없는 팬심이 솟아난다.


정말 그때로 돌아간 것처럼 나도 덕질하면서 본 기분이 들었다. 옆에서 다른 가족들도 “레오! 레오!”를 외쳤는데, 차마 외치진 못했다. 그 순간에 현실을 깨닫고 보니 나는 이미 그 사람의 팬이 아닌 상태였으니까.


그게 좀 씁쓸하고 아쉬웠지만, 뿌듯하고 좋았다. 여전히 공 잘 차고, 축구에 열정이 가득한 모습을 본 게 오랜만이어서 더 좋았던 것 같다.


언제 또 모여서 풋살을 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또 하게 된다면 다시 보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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