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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덕후감 Mar 01. 2024

56화 - 인상적인 신사, 클로드 모네

인상파라고 부르는 인상주의 화가들 중에서도 모네와 마네는 이름 덕분인지 계속 기억에 남았다.


중학교 미술 시간에서부터였으니 10년이 다 되어가는 것 같다. 작년에 좋아하게 된 어느 주인공이 모네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데, 그게 왠지 더 알고 싶고, 궁금해지게 되는 계기가 되어줬다.


내가 본 모네는 정원과 카미유, 그림을 정말로 사랑한 사람 같았다. 정원은 모든 걸 계획하고, 계산하면서 만들어낸 걸작이었고, 카미유는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잊지 못할 유일한 사랑이었으며, 그림은 시력을 잃어가면서도 놓지 못한 것이다.


그런 모습이 낭만적이라고 생각했고, 더 깊이 탐구해보고 싶었던 나는 얼마 전부터 광고하듯 뜨는 모네의 전시회를 보고, 결심했다.


꼭 가서 눈으로 보고 느끼며 그림과 모네, 그가 사랑한 모든 것들을 더 이해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며칠 전에 기회가 닿아서 가보게 된 전시회는 모든 게 신비로웠다.


마치 내가 그림의 한복판에 서있는 듯한 감정에 한참을 멍하니 서있기도 했고, 그림에 압도되어 집어삼켜지는 감정을 느끼기도 했다.


이 전시에서는 눈으로만 보는 게 아닌, 코로, 손으로 느낄 수 있는 것들이 있었다.


그림 근처에는 그림의 풍경을 나타낸 향들이 놓여있었고, 어느 곳에는 3D 프린터로 만들어낸 모네의 그림이 놓여있어서 얼마든지 모네의 붓터치를 느껴볼 수가 있었다.


어떤 그림들은 살아 움직이는 듯 눈앞이 일렁거리기도 했다.


금방이라도 깃발이 이리저리 흔들리고 휘날려지며, 사람들의 웅성거리는 소리와 함성 소리가 들릴 것만 같았다. 표정이 보이지 않아도 어떤 표정으로 거리를 다니고 있을지가 선명하게 느껴졌다.


구도 또한 사진 같고, 이 장면을 담아낸 모네는 어떤 마음으로 그리고 있었을지가 궁금해졌다. 그 시대에 살아보지 못했지만, 이 그림으로 인해 심장이 빠르게 뛰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카미유에 대한 사랑은 카미유의 선명한 표정에서 느껴졌다. 카미유를 어떤 눈으로 바라보고 있을지가 눈에 보이는 것 같았다.


사랑하는 사람의 모습 그대로를 하나도 놓치지 않고 그렸을 모네는 얼마나 행복하고, 기뻤겠다는 생각과 더불어 그녀가 세상을 떠난 뒤에도 계속해서 바라볼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는 건 정말 아름답고 멋있는 일 같으면서도 한 편으로는 더 보고 싶고 사무치게 그리울 것 같다는 생각에 마음이 아프기도 했다.


카미유가 세상을 등진 이후부터 모네의 그림은 모든 인물들이 하나의 풍경처럼 흐릿했고, 그 인물들에게서 카미유를 언제든 대입할 수 있게끔 하려는 게 느껴졌다.



카미유를 얼마나 사랑하고 그렸는지, 그의 마음을 이해하게 된 순간은 코끝이 찡했다.


시력을 잃어가는 그 순간에는 이 그림 속 여인이 카미유로 변해있을 것 같았다.



그가 그린 수련은 어떤 말도 나오지 않았다. 이 그림을 완성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을 들이고, 많은 물감을 썼으며, 그림을 그리기 위해 그의 눈과 손은 얼마나 바삐 움직였을지 같은 모든 것들이 헤아려지지가 않았기 때문이다.


고요하고 평온하면서도 잔잔한 물결과 수많은 수련과 잎까지 그가 쏟아냈을 무수한 열정과 노력이 자꾸만 숨 쉬는 걸 잊게 만들었다.


빛과 색, 그림자까지 모든 걸 나타낸 그의 그림은 여전히 사람들의 심장을 뛰게 했고, 이렇게 그리기까지 얼마나 많은 그림을 그려냈을지에 대해 생각하게 했다.


나는 그의 그림을, 그가 그린 모든 것들을 좋아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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