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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덕질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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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덕후감 Apr 26. 2024

59화 - 덕질의 끝은 탈덕?

5살부터 현재까지 약 20년의 시간이 흐르면서 좋아한 아이돌은 끝없고,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았다.


일기에 적힌 아이돌을 비롯해 적지 못한 파란, 씨클라운, X-5 등등 아이돌들이 있었지만 이제 더 적고 싶지 않아졌다.


아이돌 덕질, 정말 행복하고 즐거웠지만 가수 같지 않은 찍어내기 식의 아이돌과 자기 파트도 소화 못 하는 아이돌을 보며 많은 생각을 했다.


온앤오프, 스테이씨, 엔믹스, 하이키 등등 실력 좋고, 노래도 좋은 아이돌들도 있지만 실력만큼 잘 되기 어렵고, 반면에 실력은 자기 파트도 제대로 소화 못 하지만 소속사 잘 만나서 그 덕을 보며 뜨는 아이돌을 보고 있으니 더는 하고 싶지 않아졌다.


자기 파트 하나도 못 부르고, 마이크를 넘기거나 안 부르기 위해 온갖 쇼를 하는 모습은 참 기가 막혔다. 그런 걸 생각해낼 시간에 연습을 하면 좋을텐데. 완벽하지 않으니 사람이라고 말하겠다면... 완벽하지 않은 사람인 걸 알면서 부족한 부분에 대해 아무런 연습도, 레슨도 안 하는 거냐고 묻고 싶어진다.


아무래도 이건 4~5세대에 오며 지금껏 많은 아이돌들을 배출해낸 시스템의 한계이자 과도기가 아닐까라는 생각도 든다.


그런 생각들은 결국, 내가 갖고 있던 굿즈들을 분리수거해서 내다 버리게 만들었다.


서랍 세 곳을 가득채웠던 컵홀더, 종이컵, 스티커, 카드, 캔, 병은 모두 없어지고 내 생활용품으로 자리했다.


음악방송에서 1위해 받는 것도 이제는 얼마나 영향이 있는 건지 모르겠고, 자기 파트도 소화 못 하는 아이돌을 가수라고 불러야 되는 건지도 모르겠고, 연애한다고 득달같이 달려드는 사람들도 모르겠다. 하나같이 이해가 가지 않는 것들 투성이다.


즐거움보다 피로감, 스트레스, 회의감으로 가득해진 이 판을 떠나고 싶어졌다.


그래서 나는 아이돌 덕질을 그만두기로 했다.


갤러리 안에 가득했던 사진들을 지우고, 자주 듣던 음악을 삭제하고, 관련된 어플을 지운 뒤, 방에 남은 물건도 마저 다 정리했다.


오래 좋아한 아이돌도 접었으니, 이제는 이 덕질도 그만둬야 할 때가 온 것 뿐이다.


아이돌 덕질은 끝이 났지만, 내 덕질은 끝나지 않았다. 이제 다른 덕질 시작이다!


덕질의 끝은 탈덕이 아닌, 시작이기에 모든 걸 끝내지 않는 한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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