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디션 조절하며 현지에 적응하기
생선시장이 열리길 기대하고 있었는데 안 열린다. 검색해 봤더니 일요일엔 안 열린다고 한다. 숙소에 있는 에스프레소 커피 기계는 내가 이용하려니까 잘 안된다, 어제 마크가 사용할 때는 손쉽게 되더니. 몇 번을 시도해도 물만 나오거나 커피가 잔으로 내려오지 않고 옆으로 새어 나온다. 기계사용은 포기하고 집에서 가져간 원두커피를 내려서 마시고 아점을 먹을 겸 어제 갔던 식당 Al Vicolo Pizza& vino로 갔다. 어제 먹었던 모둠메뉴 작은 것과 맥주 3잔을 주문했다. 믹스 샐러드와 루꼴라 피자를 주문했다.
샐러드에도 루꼴라가 듬뿍 들어 있었고 피자 위에도 루꼴라가 듬뿍 얹어져 있어서 흡족했다. 서울에선 루꼴라가 비싸서 맘껏 먹을 수 없었다. 피자가 엄청 커서 놀랐다. 피자 위에 손가락을 펼친 채로 손바닥을 대 보았다. 내 손바닥 10배는 되어 보였다. 맛도 좋았다. 셋이 푸짐하게 맛있게 먹고, 남은 피자는 포장을 부탁했다. 72유로를 지불했다. 나쁘지 않았다. 오후엔 비가 온다. 우산을 쓰고 잠시 걸었다. 이제 여행은 시작되었다.
카타니아 3박 중 마지막날이다. 월요일, 아침에 창문을 열어 내려다보니 생선시장이 열렸다. 기대했던 참치 해체나 황새치 해체모습은 보이지 않았지만 생선 좌판에 왕새우가 보인다. 3층에서 보는데도 실하고 신선한 왕새우가 보인다. 탐스럽고 먹음직스럽다. 왕새우 1kg에 15유로인데 20유로어치를 달라고 했다. 그리고 J가 문어도 사자고 해서 문어 1마리에 29유로인데 25유로로 깎아서 샀다. 문어와 왕새우까지 샀더니 오징어 2마리를 덤으로 주었다. 생선시장옆에는 채소가게도 있었다.
호박, 토마토, 딸기, 오렌지, 올리브 피클 등을 사서 숙소로 돌아왔다. 문어는 즉시 삶고, 왕새우는 프라이팬에 버터를 두르고 구웠다. 고소한 냄새가 집안에 가득 찼다. 과일을 썰어서 세팅하고, 버터구이 새우와 금방 삶아낸 문어, 와인까지 식탁에 올리니 파인 다이닝 부럽지 않았다. 문어는 살짝 질기긴 했지만 올리브유에 찍어 먹으니 맛있다. 이 신선한 맛! 바다의 향이 그대로 느껴진다. 와인을 곁들인 카타니아 왕새우의 맛은 한동안 입안에 남을 것 같다.
혼자 여행할 땐 이런 건 꿈도 못 꿨다. 그런데 세 명이 함께 여행을 하니 식탁이 푸짐해지고 파티가 되었다. 여행의 멋진 시작이다. 오후엔 내일 이동할 타오르미나로 가는 교통편을 알아보기 위해 숙소를 나섰다.
타오르미나로 가는 버스는 카타니아 중앙 역에서 타야 한다. 숙소에서 카타니아 중앙역으로 가는 버스 타는 곳을 알아두어야 했다. 미리 버스로 한번 가보는 것도 좋을듯한데, 짐이 없으니 버스터미널까지 걸어가 보자고 했다. 거리는 1.5km 정도였다. 구글지도를 보며 카타니아 중앙역에 도착해서 버스 터미널을 찾았다. 목적지에 따라 버스회사가 달랐다. 타오르미나로 가는 버스는 Etna 버스였고 시간은 30분-45분 정도의 간격으로 자주 있었다.
우리는 9시 버스를 타기로 일정을 잡았다. 타오르미나까지 가는 데 걸리는 시간은 대략 1시간 10분 정도였다. 표를 미리 사려 했더니 내일 와서 사면된다고 했다. 숙소까지 걸어가며 카타니아 구경을 하고 사진을 찍었다. 구시가지에서 보았던 카타니아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고전적인 건물보다는 현대적인 아파트들도 보였고 허름해 보이는 곳들도 제법 있었다. 여행의 시작점인 카타니아에서는 휴식과 앞으로의 여행을 위해 컨디션을 조절하는데 초점을 두었다. 그런 까닭에 카타니아 구경은 제대로 하지 못한 셈이다. 대성당 앞 거리와 생선시장 구경 정도가 고작이었다.
가는 길에 막시모벨리니 오페라 극장은 현지 태생의 작곡가의 이름을 따서 벨리니 극장이라 부르는데 외관이 매우 아름다웠다. 내부를 보기엔 시간이 늦었다. 겉에서 보는 걸로도 충분히 아름다웠다. 숙소로 돌아와 남은 문어와 왕새우구이와 채소구이로 저녁을 먹고 짐을 챙겨놓는다.
저녁을 먹으면서 내일 가는 방법에 대해 얘기들이 오고 갔다. 이미 터미널까지 가는 버스 타는 곳과 버스 번호까지 알아두었지만 무거운 캐리어를 들고 버스 타는 것을 두려워하는 눈치들이었다. 집주인인 마크에게 터미널까지 데려다줄 수 있는지 물어보았다. 흔쾌히 승낙을 해준다. 8시 20분까지 숙소로 와주기로 약속을 했다. 1차 여행지는 무사히 지낸 셈이다. 다음 여행지 타오르미나에서는 어떤 일이 우리를 기다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