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이동은 좀 많이 힘들었다
포르투를 떠나는 날. 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날씨가 나의 마음을 닮아 있다.
오전 11시 숙소 체크아웃을 한다.
무거운 가방을 짐 보관소에 맡기고 포르투를 좀 더 돌아보려고 생각했지만 때마침 비가 내려주신다. 그래서 바로 공항으로 갔다. 포르투 프란시스쿠 드 사 카르네이루 공항에서 몇 시간을 보내기로 한다.
포르투 프란시스쿠 드 사 카르네이루 공항은 국제선과 국내선이 분리가 되어있지 않다. 나는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없는 국내선 출국장을 찾고 있었다. 공항 내 인포메이션에서 정보를 얻어 라이언 에어 체크인 카운터를 확인한다. 그리고 기다림이 시작되었다.
기다림이 지루할 것 같아 걱정이었는데 시간이라는 놈이 참 빠르게도 간다. 이제 얼마후면 비행기를 타야 한다.
나의 짐을 수화물로 보내는데 라이언 에어 직원이 이것저것 물어본다. 제대로 알아듣지도 못한 질문에 무조건 'Yes.'라고 대답했다가 몇 번을 되물어 보길래 이상해서 질문을 번역해 보니 단호하게 'No!!'라고 대답해야 할 질문들에 아주 당당하게 'Yes.'라고 답하고 있었다. 이런 미친!!!
어찌저찌 짐을 보내고 몸수색 구역까지 왔더니 이번엔 텀블러의 물이 걸렸다. 수속 전에 밖에서 버리고 왔어야 하는데 물이 있다는 걸 깜빡 잊어버리고 있다가 걸려버린 것이다. 밖으로 쫓겨나 물을 버리고 다시 몸수색을 받았다.
나의 잘못이기도 하고 공항 직원이 친절해서 기분이 나쁘다거나 화가 나지는 않는다. 그저 수치심이 온몸을 감쌀 뿐이다. 결론은 공항에서는 항상 긴장상태여야 한다는 거다.
'런던에서는 너무 수월했던 출국 수속이 포르투에서는 걸리는 게 많네.'
포르투의 날씨는 여전히 비가 와서 흐리다. 파로 숙소까지 잘 도착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지만 포르투 공항에서의 상황들을 반면교사 삼아 본다.
'영어공부 좀 하자, 제발!!!'(이러고 돌아가면 안 할게 뻔함!!)
오래전 이탈리아에서 아일랜드로 갈 때 이용했던 라이언 에어는 이미지가 괜찮았는데 오늘은 30분 이상 지연이 되었다. 비행기를 타기 위해 활주로로 나오니 5월 중순에 입김이 나는 날씨로 변해 있었다.
대략 한 시간 만에 파로 공항 도착이다. 출발이 30분 이상 지연되어 도착도 예상보다 늦어졌다.
활주로를 걸어 비행기를 타고 활주로에서 내려 걸어서 파로 공항으로 들어왔다. 대한민국 대구 공항 같은 느낌이다. 수화물을 찾아 나오니 공항이 그리 크지 않다. 얼른 우버 택시를 불러서 숙소까지 도착했다. 숙소까지 오는 내내 생각했다.
'나는 왜 숙소를 이렇게나 이상한 위치에 잡았을까?'
부킹닷컴을 통해서 혼자 사용할 수 있는 저렴한 가격의 아파트를 예약했다. 후기도 많았고 대부분이 좋아서 예약을 했더니만 생각지 못하게 위치가 너무 애매하다.
포르투갈의 남부는 대부분 렌트를 하여 여행을 하는 여행자들이 많다 보니 숙소의 위치가 크게 중요하지는 않은 편인 듯했다. 나는 렌트는 생각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숙소를 좀 더 신중하게 확인을 했어야 하는데 급하게 숙소를 구하다 보니 그 점을 놓쳐버린 것이다.
어쩔 수 없는 일은 어떻게 할 수 없는 거라 생각한다. 여기서 방법을 찾는 수 밖에는 해답이 없다. 숙소에 짐을 풀어놓고 근처 슈퍼마켓을 가기 위해 나갔다가 해가 지는 바다를 보러 간다.
현재시간 밤 11시. 초저녁인 이곳의 거리는 여전히 시끄럽다.
사람의 생각과 의지가 이렇게나 무섭다. 가겠다고 하니 결국에는 간다. 그렇게 목적지에 도착을 한다.
지금의 나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