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날 며칠 들어찬 번뇌가 쉬이 사라지지 않는다. 납득하기, 인정하기, 응원하기, 내려놓기 등등의 온갖 훈련을 해봐도 사라지지 않는 그것을 끌어안는다. 불편한 감정으로 살아가는 삶이 얼마나 힘든지 제대로 체감을 한다. 나는 지금 왜 이렇게 불편함을 느끼는 걸까 생각한다.
스스로의 선택에 대한 불신, 새로운 변화에 대한 불신. 그로 인해 동반되는 불안.
시작부터 버티기로 돌입해야 하는 생활이 아무래도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다. '나이'라는 연식은 용기와 반비례하는가 보다. 그나마의 용기도 나지 않는다. 그러니까 지금도, 새로운 변화를 앞에 둔 지금도 사면초가다.
초점이 맞추어지지 않는 생각의 늪을 끝도 없이 기어간다. 자기 불신의 경지에 이르렀을 때 불안은 어김없이 찾아온다. 온전하지 않은 나를 인정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분명하게도 알고 있다. 나는 지금 온전하지 않다는 것을. 과연 이 상태로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불현듯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가볍지 않은 마음으로 거추장스러운 귀걸이를 뺀다. 겨우 한 캔 남아있는 맥주를 한숨에 들이켠다. 그리고 유독이나 가늘어진 손가락에서 그저 빛을 잃은 채 주눅이 들어있는 반지를 홀가분하게 빼어 더 이상은 찾을 수 없는 곳으로 던져 버렸다.
가난하지 않은 나를 나만의 비밀로 간직한 채 아무것도 없는 '척'의 삶을 살아간다. 부유함이 가져다주는 편리함과 화려함은 나의 것이 아니니 누군가의 부유함을 시기 질투하지 않는다. 나는 충분한 삶을 살아간다.
나를 번뇌에 들게 하는 생각을 하지 않기로 한다. 그리고 부딪혀보기로 한다. 하루, 이틀, 일주일, 한 달을 버티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