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책에게 간택당해본 경험 있으시죠?

'간책당하다'라는 말을 정식 단어로 사용하고 싶습니다.

by 두망

지금은 기억도 나지 않는 어린 시절, 장난감이나 과자에는 떼도 쓰지 않던 녀석이 동네에 책 아저씨만 오면 어머니 치맛자락을 잡고 책을 사달라고 그렇게 떼를 썼다고 합니다. 마트에서 장을 보러 갈 때도 책이 있는 도서코너에 내버려 두면 1시간이고 2시간이고 앉아서 책을 보는 저 덕분에 편하게 장을 보실 수 있었다구요. 체격도 왜소하면서 왜 그렇게 책 욕심이 많았던지 2~3권씩 들고 뒤뚱뒤뚱 걷는 모습을 보시면서 '저건 나중에 뭐가 되려고 저러나'라는 생각을 하시곤 하셨다고 합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저는 항상 책에 둘러싸인 공간에서 지내왔던 것 같습니다. 초등학생 때까지 집에 컴퓨터랑 티비가 없었으니 당시 제가 놀 수 있었던 방법은 책이랑 노는 것 말고는 없기도 했습니다. 자연스럽게 책이랑 많은 시간을 보내다 보니 책을 좋아할 수밖에 없습니다.


네. 저는 책을 많이 좋아합니다.


책의 내용뿐만 아니라 종이책을 넘길 때 나는 소리, 각 책에서 나는 특유의 책 냄새, 표지의 그림과 종이의 재질까지도 살펴보면서 책을 어루만지곤 합니다. 집에 나도 모르게 데리고 온(물론 구입했습니다.) 책들을 뒤늦게 쳐다보다 보면 이 녀석은 당시에 무슨 마법을 부려 나를 간택했나라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문득, 어쩌면 나와 같은 경험을 하는 사람들이 있지 않을까? 자신도 모르게 책에게 간택당해서 구입한 경험이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 이 경험을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고 같은 경험을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e-book, 디지털 노마드가 대세인 시대가 왔다고들 하지만 좁은 골목골목 사이에서 숨 쉬고 있는 동네 책방들을 방문하는 사람들과 대형 서점에 방문해서 즐겁게 종이책을 넘기고 있는 사람들을 보다 보면 절대 종이책이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걸 쉽게 느낄 수 있으실 겁니다. 어쩌면 종이책의 매력은 책 내용보다도 책을 들 때의 무게감, 가장 먼저 보게 되는 표지의 센스, 책장을 넘길 때마다 들리는 사각사각 소리 때문은 아닐까요?


여러분들은 책을 구입했던 그 순간들을 기억하시나요?

책을 만졌던 순간 그 종이의 두께 혹은 표지의 색깔.

책을 본 순간 귓가에 들렸던 음악소리, 왠지 모르게 정감 가는 책 냄새.


저도 모르게 책에게 간택당했던 순간들을 간책당했다고 명명하며 순간을 기억하고 기록합니다.


2020년 책방에 들린 어느 날, 오늘도 간책당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