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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덤덤 Apr 07. 2020

인생의 거짓말(life-lie)

알프레트 아들러가 규정한 16가지 뒤틀린 욕망

'거짓말'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누군가에게 내 감정과 생각을 숨기려는 의도로 발화하는 이미지가 떠오른다. 의도적이든, 의도적이지 않든. 사적인 이득을 취하려는 목적으로 거짓말이 사용되면 피해 규모에 따라 '죄'가 성립되고 법으로 제재를 당하기도 한다. 나는 아직 법의 제재를 당할 정도의 거짓말은 해본 경험이 없다. '사기'라고 규정되는 정도의 큰 거짓을 실행할 수 있는 사람은 분명 일반적인 범주에 속하지 않는다(대한민국을 사기공화국이라고 칭할 정도로 사기꾼이 많다고도 하지만). '사기꾼의 자질을 타고 나는가, 후천적 환경의 영향을 받는가' 하는 문제는 토론하기에 좋은 주제이지만, 지금 다루고자 하는 주제는 아니다. 다만, 누구나 본성적으로 거짓말을 한다. 누구나 일상에서 작은 거짓을 행하며 산다. 이 사실을 부인할 수는 없을 듯하다.


나 역시 거짓말을 한다. 누군가와 대화를 하면서, 행동을 하면서, 결정을 내리면서 타인을 향해 거짓말을 하기도 하지만, 글을 쓰면서, 생각을 하면서 스스로에게도 거짓말을 한다. 그 거짓말은 주로 '욕망'과 관련이 깊다. 대단한 욕망이 아니더라도 나를 충족시키는 모든 것은 '선(善)'이라고 생각하고 자연스럽게 그 가치를 추구하게 된다. 인정 받고 싶고, 타인보다 뛰어나 보이고 싶고, 더 많은 재물을 획득하고 싶어하는 게 지금 시대의 '선(善)'이다. 시대 사상을 공유하는 사람들끼리 선(線) 안에서의 욕망은 합리적인 판단 아래 서로 용납한다. 타인이 과도하게, 악한 의도로 선(線)을 넘을 시에 타인의 선(善)은 나에게 악(惡)이 된다. 사람과 사람이 부딪혀 발생하는 갈등만큼 괴로운 게 없다.


"인간은 지진과 홍수, 가난과 암 등 어떤 시련도 감당할 만큼 충분히 강하다. 그러나 세상이 주는 시련과는 차원이 다른 고통이 있다. 바로 인간의 악함이 만들어 내는 고통이다. <창세기>에서 자의식 형성을 우주적 규모의 대재앙으로 그리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에덴동산에서 영원히 쫓겨나 다시는 돌아갈 수 없으며 앞으로 태어날 모든 인간은 원죄를 안고 태어나게 된다는 점에서 우주적 규모의 재앙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선과 악을 구분하게 되었다는 점이 가장 큰 재앙이었다."

『12가지 인생의 법칙』 중


불변하는 선, 절대선, 영속한 가치를 논하려는 건 아니다. 지금 이 새벽에 글을 쓰는 목적은 내 스스로의 욕망을 살펴보는 데 있다. 현실을 살아가면서 조금 더 나은 인간이 되고자 하는 순수한 욕망(?) 추구 차원에서의 몸부림이다. 위에서 인용한 조던 피터슨의 책에서 <언제나 진실만을 말하라, 적어도 거짓말은 하지 마라>라는 챕터에 아들러가 '인생의 거짓말(life-lie)'라고 이름붙인 내용이 소개된다. 해당 부분을 읽으면서 의식적으로, 또는 무의식적으로 수없이 실행해 온 행동 매뉴얼을 보는 것 같아 다소 당황스러웠다. 이 리스트의 절반만 실제로 행하지 않아도 나는 더 나은 인간이 될 게 분명해 보인다. 살을 베고, 뼈을 깎는 고통이 동반될 정도로 힘든 과정이겠지만, 진정 만족스러운 삶을 살기 위해서, 더 가치있는 선(善)을 알아 보고 추구하기 위해서 내가 짊어져야 할 십자가라 생각하기로.


뒤틀린 욕망에 사로잡혀 옳지 않은 목표를 이루기 위해 말과 행동을 조작하면, 아래와 같은 잘못 계산된 목표를 실행하게 될 위험이 크다. 각 항목에 덧붙인 글은 전적으로 스스로에게 하는 말이다.

 

1. 이데올로기적 신념을 강요하기

: 누구나 알지 못하는 영역에 두려움을 느낀다. 그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세상을 단순하게 바라보고 기계적으로 사회와 인간을 바라보고 행동한 적이 얼마나 많은가. '책 한 권만 읽은 놈이 제일 위험하다'는 말이 떠오른다. 종교에만 교조적인 행위가 뒤따르는 게 아니다. 내 스스로도 얼마나 교조적인 행동과 발언을 많이 해 왔는지. 상대방이 나를 그렇게 평가하고 어려워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2. 내가 옳다는 것을 증명하기

: 내가 틀릴 수 있다는 사실을 왜 그렇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걸까. 내가 옳았음을 증명하기 위해 한 사람의 인생이 뒤틀려도 상관 없는 것처럼 말하고, 별 것 아닌 일에 열을 내고 감정이 상했던 일을 떠올리면 부끄러워서 참을 수가 없다. 그러면서도 비슷한 상황에 놓이면 또 그렇게 반응하게 된다는 사실.


3. 유능하게 보이기

: 있는 척 하다가 없는 게 탈로났을 때를 떠올리면 하룻밤에도 이불을 여러 번 차올린다. 구사할 수 있는 이불킥 기술이 늘어가는 건 덤.


4. 서열의 상승

: 학력, 외모, 직업, 인종 등 자연스럽게 내면에서 서열을 정한다. '너는 나보다 아래, 너는 나보다 위, 그런데 마음에 안 들어. 너는 나보다 이러이러한 이유에서 앞설 수밖에 없었어.(아래에 있는 사람의 처지는 처음 판단이 끝나면 결코 돌아보지 않게 된다)'


5. 책임회피

: 본능적으로 나타나는 반응 중 하나.


6. 다른 사람 공을 가로채기

: 어떻게라도 숟가락 얹어 보려는 심리.


7. 승진과 진급

: 감히 니가 나랑 같은 급이라고? 결코 용납할 수 없다.


8. 다른 사람에게 주목받기

: 인정 욕구와 연결된다고 볼 수 있으나, 점차 타인에게 요구하고 싶어진다. "나를 숭배하라."


9. 모두의 호감 얻기

: 착한아이콤플렉스로 시작해서 결국엔 파멸의 길로 이르는 길.  


10. 피해자인 척하여 이익 챙기기

: 잃은 건 1인데 10으로 되돌려 받고 싶다


11. 냉소적 태도의 합리화

: 세상은 원래 다 그런 거야. 사람이 그렇게 행동하는 데는 다 꿍꿍이가 있는 거야. 그러니까 내가 세상을, 사람을 신뢰할 수 없는 거야. 인생은 혼자 사는 거야.


12. 반사회적 세계관의 합리화

: 아, 적어도 내가 반사회적 인간은 아니라고 말할 수 있겠다.


13. 알면서 모르는 척하기

: 귀찮다. 나는 모르는 걸로.


14. 약한 척 하기

: 제가 잘 몰라서, 이게 처음 해보는 분야라서, 가진 게 없어서...


15. 성인군자처럼 말하기

: 벌써 여러 번 수도사가 되었어야 했다.


16. 모든 잘못을 자녀 책임으로 돌리기

: 이것도 거의 본응적인 듯


아, 이렇게 써놓고 보니 나는 정말 별로인 인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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