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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덤덤 Apr 11. 2020

동.남.아.에게 코로나19를- 아들 독서 교육 훈련

아들들아, 너희가 코로나19를 아느냐?

글을 쓰기에 앞서 -

* 저는 독서진흥 사업을 수행하는 비영리단체에서 일합니다. 책과 관련된 콘텐츠를 다루다 보니 학교, 공공도서관, 작은도서관, 복지관 등에서 아이들과 성인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고, 모임을 만들어 함께 읽고 쓰는 배움공동체를 지향해 가고 있습니다. 제가 근무하는 센터 공간에서 수년 전부터 동네 아이들과 모임을 시작했습니다. 본의 아니게 남자아이들과 모임을 많이 하게 되었고 '동남아(동네 남자 아이들)'라는 별칭을 만들어 사용하고 있습니다.


* 코로나19 감염 확산으로 한동안 모임을 진행하지 못하다가 두세 명이 모이는 소모임이기도 하고, 동남아들이 집에서 게임이나 스마트폰에 너무 많은 시간을 흘려보낸다는 부모님들의 제보를 받고 방역 지침을 철저하게 준수하면서 모임을 재개했습니다.


* 1월 이후에 처음 만나기도 했고, 그 사이에 엄청난 사태가 발생했기에 관련 주제를 이해하고 넘어가면 좋겠다는 판단에 '코로나19 바로 알기'로 모임 방향을 설정했습니다. 집에서 초등학교 고학년이나 중고생 자녀들과 함께 나눠 보셔도 좋을 만한 내용입니다.


모임의 지향점

1. 코로나19의 실체를 정확하게 파악한다.

2. 코로나19가 왜 위험한지 인지한다.

3.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전 세계적인 노력에 공감한다.

4. 마치 생명이 있는 것처럼 행동하는 바이러스의 복제 과정을 이해한다.

5. 생활 방역에 동참하는 행동하는 깨시민이 된다.




1. 코로나19의 실체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얘들아, 학교 안 가니까 어떠니?"

"너무 좋은데요.", "그냥 좋아요.", "계속 안 가고 싶어요."


예상했던 대답이다. 동남아들은 대체로 등교를 싫어한다. 이들에게는 게임과 유튜브가 세상의 전부이고 탐험해야 할 우주다. 잠시라도 틈이 나면 스마트폰으로 다양한 게임에 빠져들거나 유튜브라는 광활한 세계를 탐험한다(물론 소비하는 콘텐츠의 영역이 한정돼 있지만). 이런 행동이 반드시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아이들은 아직 스스로 조절할 수 있을 만큼 성숙하지 못하다(콘텐츠 소비와 관련해서는 다음 기회에...). 코로나19 감염과 관련해서도 크게 관심을 갖지 않는다. 코로나19와 관련해서 떠오르는 단어들을 말해달라고 했다.


"중국(우한, 중국 나쁜놈들)"

"바이러스"

"다 죽어버려라"


보통 아이들은 어떤 문제에 감정적으로 먼저 반응한다. 아직은 뇌가 발달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라 '헉'소리가 나는 황당한 대답을 해도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야 한다.

* 10대를 이해하기 위해서 뇌 발달 과정을 잘 설명한 『10대의 뇌』(프랜시스 젠슨 / 웅진지식하우스) 추천


"중국 우한 지역에서 시작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이지만 아직 정확하게 어디서 어떻게 시작됐는지는 좀 더 확실하게 밝혀져야 해. 그리고 중국의 식문화가 독특한 부분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중국 전체를 비판하는 건 옳지 않아. 현재로서는 잘잘못을 따지기보다는 코로나19가 어떤 놈인지 정확하게 알고 대처하는 게 중요하지."


이렇게 한마디 이야기 한다고 '아, 그렇구나'하고 동의하거나 심각성을 바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코로나19를 아이들의 삶과 연결시켜야 한다. 접점을 찾아 관계를 맺게 해 주면 알아서 궁금한 걸 질문하고 정확한 실태를 파악하게 된다. 자연스럽게 연결시켜야 한다. 그래서 현재 전 세계 코로나19 확진자가 몇 명인지 아느냐고 물었다.


반응1: "1,000만 명?"

반응2: "만 명?"

반응 3: "확진자가 뭐예요?"


확진자라는 단어의 뜻이 무엇인지, 격리 해제가 뭘 뜻하는지, 치사율은 어떤 기준으로 설정된 숫자인지 하나하나 설명한다. 그 후에 확진자 150만 명, 사망자가 9만 명(4월 첫째 주 기준)이라는 게 다가오는지 물었다. 물론 아직까지는 감을 잡지 못한다. 그래서 아이들이 살고 있는 동네 인구수를 검색해서 보여주었다. '여러분이 살고 있는 동을 포함해서 주변의 다섯 개 동 인구가 전부 코로나19 감염으로 사망했다고 보면 된다.'라고 했더니 그제야 '진짜 많이 죽었네, 장난 아니네'와 같은 반응이 나타난다.  


2. 코로나19는 왜 위험한가

"거의 전 세계 국가에서 수백만 명이 감염되고 사망자도 많은 걸 보니까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지 알겠지? 쌤도 지금까지 살면서 바이러스 때문에 학교를 못 가는 걸 본 적이 없어. 이건 정말 전무후무한 일이야."


반응1:  "라떼는 말이야~"(너, 지금 나를 꼰대로 보는 거니?!)

반응2:  "나만 안 죽으면 돼요."

반응3: "마스크 답답한데 벗어도 되죠?"(마스크 벗으면 모임 같이 못한다 말하면 좋아할까 봐, 안 된다는 말만 무한 반복)


그렇다. 사람이 그렇게 많이 죽었다는 사실을 어느 정도 이해해도 코로나19 감염이 왜 위험한지는 이들에게 아웃 오브 안중이다. 감염돼도 어차피 낫지 않냐고 반문한다. 그래, 젊어서 좋겠다. 어쨌든 동남아들에게 코로나19 확산의 위험성을 조금이라도 인지하게 만들어야 한다. '나'는 괜찮을 수 있지만, 그대들의 가족 중 할머니, 할아버지가 그대들 때문에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치명적이라는 사실을 노인 치사율로 설명하고, 확산을 막지 못하면 지금보다 훨씬 많은 사람이 치료도 받지 못하고 사망하게 된다고 알린다. 게다가 치료제도 백신도 없는 상황이고 누구에게 치명적으로 작용할지 모른다는 이야기를 공유, 그제야 조금 수긍하는 표정을 보인다.


3.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전 세계적인 노력에 공감하기

어느 정도 이해가 되고 공감할 수 있는 상황이 되면 아이들의 생각과 감정도 제대로 된 방향을 향해 반응하고 움직이기 시작한다. 세계적으로 어느 나라 감염자가 많은지, 치료제는 언제 만들어지는지 궁금해한다. 우리나라는 몇 위인지 현황판을 확인해 달라는 질문도 있다(이건 올림픽이 아니란다). 그래서 열 체크, 손 씻기, 마스크 착용 등의 방역 활동이 중요하다는 걸 다시 한번 강조(그래도 어느 순간 마스크를 벗어던진 아들 발생. 오프라인 개학 후 교실의 상황이 그려짐).  


4. 바이러스는 생명체인가, 생명체가 아닌가

이제 본격적으로 코로나19는 이름이 왜 코로나인지, 어떻게 생겨먹은 녀석인지, 사스와 메르스와는 무슨 관계가 있는지, 우리 몸으로 어떻게 들어와서 어떤 방법으로 자신을 복제하고 배출되는지, 코로나19의 원래 숙주는 어떤 동물이었고, 코로나 바이러스가 자신을 변형시키는 방법에 대해서도 여러 자료를 함께 읽고 찾아가면서 이야기를 나눈다.


"그런데 바이러스도 뇌가 있어요?"

"아니, 바이러스는 뇌가 없지."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생각이 있는 것처럼 우리 몸으로 들어와서 복제를 하나요?"

(코로나19의 외피에 해당하는 스파이크 단백질이 열쇠 역할을 해서 우리 폐 세포의 ACE2 수용체와 결함해 내포 작용을 통해 폐 안으로 들어오게 되고, 우리 폐를 마치 공유 주방인 양 이용하면서 폐 세포를 사용해 스스로를 복제한다는 사실을 알고 난 후 하게 된 질문)

이미지 출처: 과학동아 2020년 03호


"그래서 바이러스가 생명체인가 아닌가 애매하다고 보는 의견도 있어. 우리가 '생명이 있다'고 말할 수 있으려면 무얼 보고 판단해야 할까? 과연, 생명이 뭘까?"


이건 굉장히 어려운 질문이다. 생물학적이기도 하고, 철학적이기도 하고, 종교적이기도 한. 아주 광범위하고도 인문학적인 질문. 그래도 동남아들은 여기까지 잘 따라오면서 각자 나름대로 대답을 한다.


"심장이 있어야죠."

"생각을 할 수 있어야 하는 거 아니에요?"

"감정이 있는 게 생명이죠."

"음식을 먹고 소화하는 기능?"


각자가 대답한 이야기에 긍정적인 피드백을 하면서, 인간이 다 이해할 수 없는 신기한 일들이 여전히 이 우주에, 지구에, 우리 몸 안에서 펼쳐지고 있다는 말로 이번 모임을 마무리한다. 다음 주제로 연결할 수 있는 아주 훌륭한 연결 고리를 조금이나마 만들어 놓은 셈이다.


5. 우리는 깨시민?!

한 번의 모임으로 아이들이 큰 변화를 겪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이전에 함께 나눴던 내용들을 조금씩 기억하고 있는 걸 보면, 동남아들이나 나나 서로 성장하고 있음을 느낀다. 앞으로는 좀 더 체험적이고 감각적인 활동과 연결해서 모임을 진행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내 스스로를 돌아본다. 내가 깨시민이 되어야 아이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음을 절감한다. 쉬운 일이 아니지만 아이들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그치지 않고, 아이들에게 필요한 내용을 잘 연결시킬 수 있는 방법을 오늘도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



*남자아이들과 모임 시 tip

1. 인내한다

2. 인내한다

3. 또 인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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