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참 느린 불면시
같은 설명을 반복해야 하는
종업원의 친절은 굳은 매일의 권태에
미소로 규정 되는 입꼬리에서
얼마나 새로울까
어디까지 진심일까
하나의 근무복을 입은
그들은 정형화된 같은 친절을 두르고
하나의 기계 앞에서
다른 보완점을 점검하고 채워넣었어
눈 앞에서 왜곡되는 두꺼운 안경알 너머를
신용하지 못하는 건 당연하지
뭉뚱그린 대답들은
책임질 생각 없는 보증금
0시 가까이 잉태하는 의심은 본능이야
본질에 가까운 변명이야
음절마다 억양이 튀어올랐다가
떨어지고 마는 그의 발성에
겨우 안심할 수 있었다
-
걷기에 앞만을 바라본다
뒤에서 들리는 자전거 벨 소리에
비켜 설 수 있다
-
포장은 몇 겹으로 이루어져 있고
벗겨내는 정갈한 비닐과
설렘을 입은 조심스러운 손길
감추는 법이 서툰 얼굴은 솔직하다
-
신용하는 건
긴 이동시간을 채우는 이어폰과
그를 책임지는 귀
청각에서 구현되는 이야기들은
사랑해 마지 않아
그러니 내게 들리도록
말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