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한 이치를 겁내며 몸에 덧칠한 페인트 냄새가 아찔하다
철길을 달리다보면 맨발이 그을려
기적소리보다 가까운 이어폰의 볼륨이
복잡한 노선처럼 꼬여서 내게 닿는 데만 해도 한참이고,
시간으로 표시된 노래의 위치에 의구심이 들 때쯤
오가는 낯선 얼굴은 내 하루보다 느려서
오늘을 모른다는 듯, 하루를 덮는 이불 속으로 들어오지 못했다
익은 얼굴은 생각 만으로도 지겨운데
사과의 말도 건네지 않은 채
이미 알고 있는 말들만 되뇌었고, 되뇌다
겨울 다운 겨울엔 눈이 마중을 나와야지
미처 기다리지 못하고 눈을 마중나온
젖은 신발에 물든 하루가 꼭 겨울인 것만 같아서
습기 찬 유리창에 손바닥을 찍어
각자의 열기를 지닌 열차들은
하나의 선로 위에서 어울리지 못해
순백의 길을 잘게 가르며 심술궂게 달리고 있는데
손바닥 가운데에 놓인 흰 눈의 결정이
버티지 못하고 쓰러지는 것을 보면
아직은 겨울보다 따뜻한 사람이구나 싶어서
다행인 것만 같아
그러니까
새하얀 계절을 덮은 방치된 밭에
무례를 범하고 싶은 발은 여기 잡아둘게
처음은 욕심나는 법이라 생각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