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5월쯤이었나 그 해 2월에 겪은 실연의 아픔으로 허우적대고 있었다. 친구 K를 서면에서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올여름은 어디 갈 거야?’라고 물어봤었나. 그러다 K도 별 목적지를 정하지 않았고, K가 올 겨울 크게 여행을 떠나 볼 생각이라고 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서로 겨울에 큰 여행을 각자 가는 대신, ‘여름에 제주도나 한 번 가볼까?’ 이렇게 시작되었던 것 같다.
나는 때때로 휴대폰 <에버 노트> 어플에 나만의 감성 사진과 함께 일상을 기록하는데, 2019.5.25. 자 기록은 이렇다. (감성 사진) ‘이번 여름 제주도에 가는 거야! 제주 올레길 걷기! 제주 블랙업 커피도 가구!’ 이때 블랙업 커피에 빠져 있었나. 그렇게 우리는 즉흥적으로 제주 올레길 여행을 입으로만 정했다.
그래서 왜 제주도였냐면 가벼운 마음으로 떠날 수 있다는 것. 대학교 졸업 여행 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제주도를 갔었고, 그 후 10여 년의 제주도 공백이 있었고, 친구 K랑은 여행을 예전에 몇 번 다녀본 적 있었던 편한 사이였고, 여름 방학 때 갈 곳이 없었고... 4년 넘게 사귄 남자 친구한테 차였기 때문이다.
K는 사주 명리학을 공부했다. 우리는 꽤나 사주에 심취했었는데, 그건 즉흥적으로 용한 곳에 간다거나, 신년 운세를 빼먹은 해가 없거나 하는 방식이었다. 그 와중에 결국 그녀는 스스로 사주 명리학에 입도해버린다. 가끔 K는 공짜로 사주를 봐주는데(참 좋은 친구다) 어느 날은 나에게 미리 경고를 했었다. ‘언니 혹시 2월에 남자친구분이랑 안 좋거나 너무 힘들면 나한테 꼭 말해야 해요!’라고 그리고 덧붙인 말은 ‘사실은 이 남자친구분이 언니한테 좋은 사람인지 잘 모르겠어요. 초반에는 좋은 사람 맞는데, 언니한테 지금도 잘해줘요?’. 꽤 뼈 있는 말. 어쨌거나 용한 K의 점괘가 맞았고, 나는 2월에 차였다. 그것도 카카오톡으로 차였는데, 결국 만나서 종지부를 찍긴 했다.
28살까지 자발적 모태 솔로였던 나는 2014년 갑오년 때 숱한 소개팅을 하게 된다. 친구 K에 따르면 나는 사주 오행상 ‘흙‘인데, 흙에게는 나무가 남자이고, 갑오년은 나무해였던 것이다. 그래서 거의 한 달에 한 번꼴로 나무가 들어와서 소개팅을 하였던 것. 그중에 자그마하고 아담해 보이는 나무를 나의 산에 심기로 하고 4년간의 연애가 시작된다. 구구절절 말하고 싶지는 않지만 결론은 차였다는 것이고, 그게 내 인생 첫 이별이었다.
인생에서 이별이 이토록 괴롭고 힘든 것인 줄 누가 미리 귀띔이라도 살짝 경고라도 줬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나는 무지했고 그냥 온몸으로 그 이별을 당해낼 뿐이었다.
그래서, 나는 그렇게 제주 올레길에 이별의 아픔을 극복할 무언가가 있을까 기대하며 즉흥적으로 떠나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