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번 이야기하지만 친구 K는 사주에 정통하다. 적어도 내 기준에서는. K는 제주 올레길에서 그녀의 사주 인생을 이야기해 주었다. 고등학교 때부터 인가 K는 자신의 인생과 진로에 대해 무수한 고뇌와 생각을 거듭하고는 대구 팔공산에 용하다는 점집까지 혼자 가게 되었다고 한다. K의 그 열정은 본인 인생을 더 깊이 알고자 했던 열망이라 생각한다. 그러다 K는 주변의 사람들과 자신을 비교하지 않기 위해 사주를 더 파고들게 되었다 한다. 즉, 모든 사람들은 저마다의 사주 원국을 가지고 태어난 귀중하고 하나뿐인 존재들. '나'도 마찬가지이다. 나는 나만의 오롯하고도 유일한 사주의 원국과 대운, 흐름을 가지고 있는 사람인 것이다.
이런 K의 사주이야기를 들으며 걷는 올레길은 흥미진진하고 재미가 넘쳤다. 그런데 우리의 사주 이야기는 올레길에서 멈추지 않았다. 숙소로 돌아와서도 이어졌다.
결국 나는 밤마다 다시 감성이 터져버렸고 구남친의 이야기를 스멀스멀 K의 눈치를 보며 꺼냈다. 착한 K는 그때마다 새로운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귀를 기울이고는 성심성의껏 반응하며 들어주었다. 결국 우리의 화제는 구남친의 사주 흐름, 구남친과 나의 궁합, 나의 사주 흐름 등등으로 이어졌다.
나는 이때 가장 바보스러운 나날들을 보내고 있었는데, 이를테면 밤마다 K에게 한 질문은 이렇다. 'K, 00이 언제 다시 새 여자 만나요?', 'K, 지금 00이 어찌 지낼까?', 'K, 00이랑 나는 결국 시절 인연이었던 거제?'... 한심하기 짝이 없는 질문이지만 그때는 나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였다. 그때마다 K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고는, '언니 한번 봅시다.' '음 이분.....' 사주 풀이가 시작되었다.
친구 K의 사주 풀이 속에서 나는 위안을 받을 수 있었고, 그 위로를 매일 밤 느끼고자 나는 K의 사주상담을 끊임없이 요청했다. 우리의 숙소였던 빠레브 호텔의 어느 방에서는 K 선생의 사주풀이가 밤마다 이어졌다.
'언니, 이 분 지금 여자 친구 없겠는데요.' '언니가 2014년에 만났으니 이 분이 언니한테 인연인건 맞는데...' '그런데 이 사람 편관이 아니라서 언니 남자 아닌 거 같은데' K의 한 마디 한마디가 내 가슴을 들었다 놨다 했다.
그러다 결국 우리는 타로점까지 이르게 된다. K는 마침 타로카드도 이 섬까지 들고 왔다.(아마도 내가 부탁했던 것 같다) 여기서 잠깐, 타로카드의 가장 큰 특징은 6개월간의 미래를 점 지을 수 있다는 것과 현실의 상황과 가까운 미래를 바로 카드로 보여준다는 것이다. 결국 지금 이 순간과 곧 있을 순간이 더 궁금하였던 나는 K가 펼쳐주는 타로카드의 세계에 빠지게 된다.
질문 1 '00 이는 나에게 다시 돌아올까요?'
K: (촤라라 카드를 펼치고는 내가 고심고심해서 뽑은 카드를 척척 뒤집는다.) 흐음, 언니 한 장 더요. 음 이게 돌아온다는 거 같기도 한대. 언니 질문을 이렇게 해봅시다.
질문 2 '00 이는 몇 월에 돌아오나요?'
K: (촤라라 카드를 펼치고 척척척). 자, 8월, 9월, 10월, 11월, 12월.. 흠.. 이분 지금 힘드네요. 근데 딱히 돌아올 것 같지는 않은데.. 어? 12월 카드가 좀.. 뭔가 돌아온다는 것도 같은데? 언니 지켜봅시다.
나: 12월?? (내심 기다릴까 하는 마음이 듦)
그다음 날
질문 3 '00 이와 나의 인연은 어떻게 흘러갈까요?'
K: (촤라라 척척척) 언니, 다 끝났어요.
나: 헉
그다음 날
질문 4 '지금 나와 00 이의 마음은 어떨까요?'
K: (촤라라라 척, 척) 언니 최악이에요. 언니 텐소드.. 이 이상 더 아플 수는 없는 거예요. 언니 진짜 힘들군요...
나: (흐느낌)
그렇다. 우리는 쓸데없는 질문과 반복되는 질문을 그 아름다운 제주의 밤의 허공에 던지고는 우리의 손놀림과 기분에 따라서 우리의 현재와 미래를 해석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이 무의미하지 않았던 까닭은 타로카드의 해석이 꽤 맞는 부분도 있었고 00 이와의 재결합 등에 희망적인 답을 보여주지는 않았다는 거다.
타로카드 안에는 다양한 의미와 상징들이 숨겨져 있고,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 나는 K의 해석 속에서 마치 미술심리치료를 받는 듯한 느낌이 들었고, 부산으로 돌아와서는 타로카드를 사 버리기까지 한다.
나에게는 정말 멋진 친구가 있는 것 같다. 밤마다 여행지에서 사주와 타로로 상담을 해주는. 이 자리를 빌려 친구 K에게 정말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앞으로 남은 인생 조언도 좀 잘 부탁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