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북미에서는 흥행몰이 중인 영화 <트위스터스>가 극장가를 강타하고 있다. <미나리> 정이삭 감독의 작품이며 미국 오클라호마의 토네이도를 소재로 삼아 짜릿함을 선물한다. 주인공 '케이트 카터' 역은 <노멀 피플>, <가재가 노래하는 곳> 등으로 알려진 영국 배우 '데이지 에드거-존스'가 맡았고, 그녀의 조력자이자 또다른 주인공 '타일러 오언즈' 역은 <탑건: 매버릭>의 행맨, <상사에 대처하는 로맨틱한 자세>, <히트맨> 등으로 알려진 배우 '글렌 파월'이 맡았다. 제작에는 스티븐 스필버그가 총괄 프로듀서로 참여하였고 실제로 오클라호마에서 50일 동안 촬영이 진행되었다.
<트위스터스>는 1996년 영화인 <트위스터>에 대한 'stand-alone sequel'로 알려져 있다. 다시 말해 기존 영화 <트위스터>와 세계관은 유사하지만 전작을 안 봐도 무방할 만큼 스토리적 연결고리가 없는 후속작을 뜻한다. 따라서 꼭 90년대 원작을 보지 않아도 <트위스터스>를 보는 데에는 문제가 없다. 다만 영화는 원작에 대해 몇 가지 이스터에그를 심어 놓음으로써 경의를 표했고, 실제로 데이지 에드거 존스가 촬영 직전에 감독들과 제작진들을 모아 극장을 빌려서 원작 <트위스터>를 다같이 보았다고 한다. 참고로 <트위스터스>는 영어 단어 자체로 토네이도를 의미한다.
영화는 케이트의 과학 프로젝트에서 시작한다. 극중 케이트는 천재 과학자로서 머스코지 주립 대학의 기상학 PhD 과정을 밟고 있는 박사 과정 학생이다. 그녀는 과학 프로젝트의 펀딩을 받기 위해 남자친구 젭, 친구 애디, 프라빈, 하비와 함께 토네이도 길들이기 프로젝트에 돌입한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는 무참히 실패하게 되는데, 원래 케이트는 '폴리아크릴산 나트륨 비드'라는 용액을 토네이도에 쏘아올려 폭풍을 소멸시키려고 했었다.
하지만 토네이도가 예상했던 등급인 EF1이 아니라 EF5라는 대형 폭풍으로 발전하면서 젭, 애디, 프라빈 모두 토네이도에 쓸려 가고 만다. 결국 케이트는 젭, 애디, 그리고 프라빈의 목숨값을 어깨에 지고 토네이도로부터 사람들을 지켜야 할 무거운 책임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친구의 희생을 겪으며 트라우마를 얻은 케이트가 과거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결국 다시 토네이도 길들이기를 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여기서부터 토네이도 소멸을 할 수 있는 주인공 케이트의 서사가 탄생한다.
그렇게 케이트는 트라우마를 안고 박사 학위도 그만둔 채 5년간 뉴욕의 기상청에서 일하지만 과거 사건의 또다른 생존자이자 친구인 하비의 연락을 받고 다시 오클라호마에서 토네이도를 쫓게 된다. 이번에는 하비가 '스톰 파'라는 전문 데이터 분석 기계를 도입해서 최첨단 기술로 토네이도를 쫓자고 제안하고, 특히 토네이도로 피해를 입은 마을 사람들을 돕기 위해 데이터를 삼면에서 모아 3D 스캔을 해서 토네이도를 정복하자는 제안을 한다. 이 제안에 케이트는 마음이 동하게 되고 다시 과거의 상처를 직면하면서 토네이도 길들이기를 시도한다.
여기에 더해 아칸소에서 온 타일러라는 토네이도 체이서가 등장하면서 케이트, 하비, 타일러의 삼인 체제가 구성된다.
<트위스터스>는 <인투 더 스톰> 등과 같은 다른 재난영화와 달리 '토네이도 체이서'에 대한 이야기라는 점이 특징적이다. 보통은 하나의 거대한 토네이도와 폭풍 속에서 사람들이 휩쓸리며 살아남으려 애쓰는 이야기가 영화의 주를 이루지만, 트위스터스에서는 토네이도를 저마다의 이유로 쫓는 주인공 케이트와 하비, 타일러 등 토네이도 체이서들의 이야기가 메인 스토리이다.
그리고 영화에서는 최소 5~6번의 토네이도가 등장한다. 하나의 폭풍이 휘몰아치는 것이 아니라 4~5번의 토네이도를 거치며 점점 항마력을 얻은 케이트와 타일러가 최종적으로 하나의 거대한 괴물과도 같은 토네이도를 소멸시킬 수 있을지가 핵심이다. 그래서 영화의 후반부로 갈수록 긴장감이 더해지고 토네이도의 사이즈도 커진다.
먼저 타일러의 첫인상은 겉만 요란한 유튜버이다. 요즘 세태를 반영해서 타일러와 친구들은 화제가 될만한 토네이도를 생방송하면서 수익을 내는 라이브 스트리머로 등장한다. 실제로 90년대에 <트위스터> 영화가 흥행한 이후 요즘 SNS 발달까지 더해지면서 10달러 레이더 앱으로 토네이도를 쫓는 관광객들, 토네이도 관측자들, 그리고 소셜 미디어 스트리머들이 많이 생겨났다고 하는데 이것은 그대로 영화에 소개된다.
그중 아칸소에서 온 카우보이 복장의 타일러가 원작 <트위스터>의 빌처럼 빨간색 닷지 램 트럭을 타고 토네이도에 폭죽을 쏘아올리면서 불꽃놀이를 생중계하는 모습은 첫인상만 봤을 때에는 끌리지 않는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의 얼굴이 그려진 티셔츠와 머그를 팔아 수익을 얻고 마치 팬클럽을 방불케하는 관중을 소몰이하듯 몰고 다닌다. 이것만 봤을 때는 하비의 스톰 파 군단이 훨씬 더 전문적이고 멋있어 보인다. 그리고 MIT를 졸업한 스콧이 하비의 팀에 속해 있는 것도 왠지 모르게 신빙성을 더한다.
하지만 영화는 단순히 겉모습에 속지 말라는 교훈을 전달한다. 타일러의 팀은 번지르르한 박사 학위나 후원자들은 없지만 토네이도에 대해서 실전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 팀으로 구성되어 있다. 기상학을 전공한 타일러는 케이트처럼 폭풍을 발견하는 동물적 감각을 갖고 있고, 그외에도 타일러를 따라다니며 토네이도에 대해 실전 감각을 쌓은 그의 오른팔 분, 그리고 드론을 조정하는 릴리 등 그들은 실력파들로 구성된 팀이다. 그리고 중간에 케이트가 타일러를 비난하기도 하지만, 사실은 타일러가 티셔츠와 머그를 팔았던 이유는 그 수익으로 토네이도 재해를 입은 주민들에게 무료로 음식과 물을 나눠주기 위함이었다.
오히려 이들과 대조적으로 스톰 파로 데이터를 모으며 수해민들을 도우려는 것처럼 보인 하비의 팀은 알고 보니 헐값에 수해민들의 재산을 매입하려는 부동산 매매업자 릭스의 산하에 있었다. 하비의 상사 릭스는 수해민들이 힘든 틈을 타서 현금이 귀하다는 것을 노리고 그들의 땅을 싸게 사들인 후 개발하는 악덕 부동산 매매업자였던 것이다. 이처럼 영화는 타일러와 하비의 팀을 대조적으로 보여주며 겉모습이 다가 아니라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재난이라는 상황을 두고도 피해자들을 도우려는 사람과 위기를 돈을 벌 기회로 악용하는 사람들로 나뉜다는 것을 대비적으로 그려낸다.
이처럼 스톰 체이서를 다룬 <트위스터스>는 결국 케이트가 5년간의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녀는 과거 과학 프로젝트에서 잘못된 것이 무엇이었는지 다시 점검해 나간다. 케이트가 박사 시절 친구들과 실험을 계획했던 고향 새펄파의 헛간을 찾아가는 것은 그녀가 과거의 상처를 다시 마주하기로 결심했음을 보여준다. 어려운 과정이지만 이번에는 타일러가 함께한다는 차이가 있다.
극중 타일러와 케이트는 많은 공통점이 있다. 둘 다 어릴 적 우연한 기회에 토네이도를 보고 그것에 매료되었다는 점, 폭풍을 보고도 토네이도가 아름답다고 외치는 독특한 취향을 갖고 있다는 점, 데이터를 보는 것이 아니라 직접 바람의 방향과 구름을 읽고 직감적으로 토네이도의 존재를 예측한다는 점 등이다. 아마 토네이도를 보고도 그 한복판으로 가고 싶어하는 사람은 둘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민들레를 날려 토네이도의 방향과 유무를 예측하는 케이트, 그녀의 옆에서 하늘을 보며 토네이도를 파악하는 타일러의 모습은 다른 듯 많이 닮았다. 처음에는 케이트가 뉴욕에서 왔기 때문에 시티 걸로 불리고 카우보이 복장을 한 타일러는 토네이도 카우보이라는 별명으로 불리지만, 서로에 대해 더 알아가면서 두 사람은 서로를 케이트와 타일러로 부르기 시작한다.
영화를 보면서 두 사람은 새롭게 토네이도를 꺾을 운명을 타고난 조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에 그녀는 맨몸과 낡은 트럭밖에 없었지만 이번에 케이트는 타일러의 슈퍼컴퓨터를 통해 데이터를 돌리면서 과거 자신의 토네이도 길들이기가 이론적으론 맞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하지만 타일러의 도움으로 케이트는 비로소 무엇이 부족했는지 알게 된다. 요오드화은을 먼저 쏴서 비를 내리게 한 후 폴리아크릴라이트 비드를 쏘아서 토네이도를 소멸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케이트는 토네이도 길들이기에 성공할까. 이 부분은 관객 분들이 직접 극장에서 확인하시길 바란다.
한편 영화에서 타일러와 케이트의 로맨스가 진행되는 듯하면서 이어지지 않는 서사는 의도적이다. 영화의 엔딩씬에서 키스를 할 듯 말 듯한 케이트와 타일러의 모습은 많은 관객들의 애간장을 녹였는데, 실제로 배우들은 키스신을 촬영했다고 한다. 하지만 영화가 로맨스에 치중되는 것이 아니라 케이트가 다시 토네이도 체이서로서의 꿈을 회복하는 것에 집중했기 때문에 스티븐 스필버그 프로듀서의 요청에 따라 해당 장면은 삭제되었다.
여기까지 영화에 대해 살펴봤다. 이번에는 영화의 내용이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알아보자.
극중 토네이도 체이서라 불리는 사람들처럼 실제로도 토네이도를 쫓는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그중 전문적으로 토네이도를 쫓는 포토저널리스트인 워렌 페이들리는 이번에 영화의 포스터 사진을 찍었다고 전해진다. 그에 따르면 실제로는 영화처럼 토네이도에 가까이 다가가는 것은 매우 위험하며 차나 창문이 있는 건물도 부서지거나 날아갈 수 있기 때문에 최소 0.5마일에서 1마일 정도 거리에 있는 것이 안전하다고 한다. 특히 영화에서처럼 토네이도의 크기가 변화하거나 경로가 갑자기 변하는 것은 흔한 일이기 때문에 이러한 예측 불가능성으로 인하여 토네이도에 대한 주의가 각별히 필요한 것이다.
한편 영화 속의 과학은 허구에 가깝다고 한다. 즉 토네이도 길들이기, 토네이도 소멸시키기는 이론적으론 가능하지만 실제론 구현하기 어려운 할리우드의 허구이다. 토네이도에 특수한 화합물을 쏘아올려 토네이도가 연료처럼 사용하는 물을 흡수하는 것인데 이것은 이론적으로만 가능하다는 점, 그리고 실제로 토네이도가 소멸되려면 30톤이라는 대량의 재료가 필요하고 최소 15~20분의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그동안 사람들이 도망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전해진다. 따라서 관객들도 실제로 케이트의 프로젝트를 따라하면 안 된다.
더불어 영화처럼 토네이도 3D 스캔을 하거나 토네이도 형성 과정을 정확히 파악해 언제 토네이도가 나타날지 예측하는 것도 현실과 거리가 멀다. 다만 과학자들의 꾸준한 노력 끝에 토네이도의 회전이나 기본 구성 요소에 대해 조금씩 연구가 진행되면서 예전보다는 많은 발전이 이뤄졌다고 한다. 실제로 영화에서도 케이트와 하비의 꿈은 오클라호마 고향 주민들이 토네이도에 미리 대비하고 재해를 최소화하도록 돕는 것이기 때문에, 실제 현실에서도 기술이 더욱 발전하여 토네이도 경고를 정확히 울리고 예측할 수 있는 시스템이 도입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제 영화 비화를 살펴보자. 이번 작품은 90년대 영화 <트위스터>에 대한 오마주인 동시에 모티브만 따온 독립적 영화이다. 가령 케이트와 친구들이 영화 첫 장면에서 토네이도 길들이기를 하기 위해 데이터를 모으는 용도로 사용했던 '도로시 5호'는 원작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원작 영화에서 기상학자였던 도로시의 이름을 따서 주인공인 조와 빌도 도로시 4호까지 사용했었기 때문에 이번 영화의 도로시는 5호로서 한층 더 발전된 기술력을 보인다.
더불어 케이트와 친구들이 나온 대학인 머스코지 주립대학도 원작에서 조와 빌의 모교이기도 하다. 그래서 영화 첫 장면에서 프라빈이 머스코지 주립대학 로고가 그려진 셔츠를 입고 하비가 주립대학 밴을 타는 장면은 원작에 대한 오마주라고 한다. 더불어 케이트가 입은 옷도 조 캐릭터의 복장을 오마주해서 완성되었다.
그리고 영화의 가장 핵심 시퀀스라고 할 수 있는 극장 장면도 원작 <트위스터>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원작에서는 극장에서 <샤이닝>이 방영 중이었는데, 이번 <트위스터스>에서는 극장에서 <프랑켄슈타인>이 방영 중이고 케이트와 타일러, 하비, 그리고 마을 사람들이 다 같이 대피하는 장소로 활용된다. 굳이 <프랑켄슈타인>을 쓴 이유는 정이삭 감독이 의도한 미장센이었다고 한다. 영화에서도 나오듯이 토네이도 자체가 과학적으로 어떻게 생기고 소멸하는지 구체적으로 밝혀진 바가 없기 때문에 그러한 토네이도와 재해가 모두 프랑켄슈타인 같은 미지의 괴물과도 같다는 것이다.
원작뿐 아니라 영화에는 감독의 자전적 경험도 일부 반영되었다. 가령 타일러는 아칸소에서 온 토네이도 랭글러로 묘사되는데 정이삭 감독도 어릴 적 아칸소에서 살았으며 토네이도가 오는 것을 직접 겪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가 아버지의 닷지 트럭으로 피신했다는 것도 마치 타일러가 모는 붉은색 닷지 트럭을 연상시킨다. 그의 이야기가 타일러의 서사에 일부 녹아 있는 것이다.
한편 정이삭 감독의 인터뷰에 따르면 '도로시'라는 이름이 영화 속에서 여러 번 등장하는 것도 이유가 있다고 한다. 케이트와 친구들이 제일 첫머리 과학 프로젝트에서 도로시라는 데이터 분석 기구를 사용해 토네이도 길들이기를 시도했던 것에서 도로시라는 이름이 처음 나온다.
하지만 정이삭 감독은 영화와 케이트의 서사 자체를 <오즈의 마법사>와 연관지으려 하였다. 소설 속 도로시가 토네이도에 휩쓸려 오즈의 마법사 세계로 들어가듯이 케이트도 토네이도에 휩쓸려 트라우마를 겪어 뉴욕으로 떠났다가, 타일러와 토네이도 체이서를 만나며 다시 토네이도를 직면하고, 다시 고향인 오클라호마로 돌아갈 용기를 얻기 때문이다. 또한 하비가 이끄는 스톰 파 팀도 각자의 밴이 라이언, 틴 맨, 허수아비, 그리고 마법사라는 이름의 닷지 차량이라는 점도 <오즈의 마법사>를 떠올리게 한다.
또한 생각보다 영화의 많은 장면들이 CGI 외에 실제로 촬영이 되었다. 그래서 제트 엔진이나 고압 물대포, 풍력 선풍기, 제트 엔진 등이 적극 활용되었다고 한다. 유튜브에서 'Twisters Bloopers'라는 제목의 영상들을 찾아보면 배우들이 특수 매트리스 위에서 물줄기를 맞으며 떠내려가는 장면이나 바람을 맞으며 뛰는 장면들을 볼 수 있다.
이처럼 영화 <트위스터스>는 흥미로운 비하인드와 탄탄한 스토리, 뛰어난 연출을 갖춘 명작이다. 화제작의 스릴을 느끼기 위해 극장에서 직접 영화를 관람하시기를 권한다.
참조한 링크:
https://en.wikipedia.org/wiki/Twisters_(film)
https://www.deseret.com/entertainment/2024/07/19/twisters-real-storm-chasers/
https://www.nytimes.com/2024/07/19/weather/twisters-tornado-storm-chasers-real.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