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만에 돌아온 <인사이드 아웃2>. 무려 496만 명의 관객을 모으며 당시 픽사 역대 애니메이션 중 국내 흥행 1위를 차지했던 <인사이드 아웃 1>을 뛰어넘는 2편이 탄생했습니다. 1편에서부터 기쁨이, 슬픔이, 버럭이 등을 통해 우리를 위로해줬던 픽사의 베스트셀러 <인사이드 아웃> 시리즈는 변함없이 우리 어른이들을 안아주네요. <인사이드 아웃 2> 리뷰, 지금 시작합니다.
<인사이드 아웃 2>의 배경은 주인공 '라일리'의 하키 캠프입니다. 이제 13살이 되어 사춘기가 된 라일리는 새로운 학교에 가기 전 오랜 친구들과 함께 하키 캠프에 가는데요. 즐거울 줄만 알았던 캠프에서 라일리에게 새로운 시련이 나타납니다. 바로 친구들이 다른 학교에 진학한다는 거예요. 이 소식에 상심한 라일리는 하키 캠프에서 새로운 선배들을 사귀어서 하키 선수로서의 자질을 보여줘야겠다는 불안에 휩싸입니다.
그렇다면 라일리의 머릿속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요? 감정 본부에서는 우리에게 익숙한 기쁨이, 버럭이, 슬픔이, 까칠이, 소심이가 라일리의 감정을 잘 관리하고 있는데요. 2편에서는 '퓨버티' 철거팀이 새롭게 등장합니다. 이름 그대로 사춘기를 담당하는 철거팀이죠. 퓨버티 철거팀이 감정 본부의 제어 콘솔을 파괴하는 모습은 사춘기가 얼마나 질풍노도의 시기인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아이들이 감정적으로 큰 혼란에 휩싸이는 시기라는 것이지요.
여기에 더해 새로운 감정들이 등장합니다. 불안이, 당황이, 따분이, 부럽이가 그 주인공들이에요. 이 네 가지 감정은 사춘기 청소년들이 흔히 겪는 감정입니다. 특히 감정들을 표현한 디테일이 예사롭지 않아요. 끊임없이 눈동자를 굴리면서 가만히 있지 못하는 불안이, 덩치는 산만한데 후드티 뒤에 숨어 있는 당황이, 프렌치 액센트를 구사하며 소파에 누워있는 따분이, 그리고 큰 눈으로 주변을 질투하듯 바라보는 부럽이까지. 라일리에게 많은 변화가 생겼습니다.
하지만 사춘기가 오면서 라일리에게도 한 가지 긍정적인 변화가 생겼어요. 바로 자아 정체성이 생긴다는 것이지요. 감정 세계에서는 '신념'이라는 개념이 새롭게 등장합니다. 좋은 기억 구슬들이 모여서 신념이 되고, 이 신념이 쌓이면 자신에 대한 믿음이 되는 구조예요. 자아 정체성을 새롭게 해석한 제작진의 관점이 창의적입니다. 신념이 자라나는 예쁜 나무처럼 생긴 것도 관전 포인트예요.
하지만 불안이를 필두로 한 새로운 감정들이 기쁨이인 '조이'를 비롯해 기존 감정들을 모두 쫓아내고 이 신념 나무마저 뽑아버리고 맙니다. 그리고 그들은 새로운 신념을 심으려고 해요. 그래서 결국 이번 영화의 주된 스토리는 조이 일당이 불안 일당의 계획을 막고 기존 신념을 기억의 저편에서 가져오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저번 영화에서처럼 조이의 모험이 영화 전반에 걸쳐 펼쳐지는데요. 여기서 재미있는 포인트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먼저 아이디어 폭풍을 '브레인 스톰'이라고 표현한 장면이 있어요.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쓰는 용어인 '브레인 스토밍'을 써서 정말 태풍처럼 휘몰아치는 아이디어가 묘사되는 장면이 재미있습니다. 또한 '의식의 흐름'이라고 해서 큰 강물이 등장하는데요. 그 위에는 라일리가 지금 생각나는 물체들이 떠다녀요.
세 번째로 '비아냥 계곡'도 있습니다. 이것은 라일리가 사춘기가 되면서 새로 생긴 곳인데요. 모든 말들이 그 계곡만 넘어가면 칭찬도 비아냥처럼 바뀝니다. 사춘기 청소년들의 말투가 생각나면서 웃픈 느낌이 듭니다. 끝으로 '비밀의 금고'도 흥미롭습니다. 어릴 적 좋아했던 애니메이션이나 게임 캐릭터들이 금고 안에 갇혀 있는데요. 이 금고에는 어른이 되어서는 입 밖으로 말하기 부끄러운 취향이나 음흉한(?) 생각들이 들어 있어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주제이기에 제작진들의 아이디어가 참신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다양한 장애물들을 넘어서 조이와 친구들은 기억의 저편에 도달하려고 애씁니다. 한편 불안이와 친구들도 자신만의 팀을 꾸려서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상하면서 라일리를 대비시킵니다. 이것은 타인의 시선에 들기 위해 애쓰는 우리들의 모습과 많이 닮아 있어요. 하지만 영화를 보면 이것이 과연 좋은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자신을 잃어가며 하키 팀 언니들을 만족시키려 애쓰는 라일리는 점점 강한 불안에 휩싸이는데요. 결국 남의 눈에 보기 좋은 것, 타인의 비위를 맞추는 것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것이라는 영화의 메시지가 드러납니다.
이렇게 모험을 마무리하고 영화의 결말은 관객들의 예상과는 사뭇 다릅니다. 조이가 과연 신념 나무를 회복시킬지, 불안이 일당은 어떻게 변화할지, 결말이 궁금하시다면 지금 영화관을 찾아주세요. 글 쓰는 기준 벌써 805만 명이 넘는 관객 분들이 극장에서 영화를 관람하셨더라구요!
결국 <인사이드 아웃 2>의 메시지는 미숙한 자기 자신을 받아들이라는 것입니다. 부족한 부분도 나, 좋은 부분도 나니까요. 완벽해지려고 너무 애쓰지 말자는 영화의 이야기는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많은 어른이들에게 위로가 됩니다. 특히 불안이 만연한 우리 사회에서 어떻게 이런 감정을 극복할 수 있을지도 영화의 키포인트입니다. 하키 캠프에서 불안을 극복했던 라일리처럼, 처음에 부정적인 생각이나 자신을 못 믿을 것 같은 생각이 떠오른다면 최악이 아닌 최고의 시나리오를 상상하면서 우리를 믿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렇게 내가 미숙한 존재임을 드러내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말고 '부족한 부분도 멋진 부분도 모두 나야!'라는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가야 해요. 영화의 엔딩 크레딧에서 '아이들아, 우리는 너희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라는 제작진 분들의 메시지는 많은 어른들을 울리기에도 충분합니다. 더 완벽한 모습이 되라고 강요하는 현대 사회에서 오히려 더 보살펴야 할 것은 미숙한 우리 자신입니다.
리뷰를 끝마치기 전에 <인사이드 아웃 1>과 2편이 달라진 점이 무엇이 있는지, 다음 편을 기대하게 만드는 이스터 에그는 무엇이 있는지 간단히 말씀드릴게요. 먼저 1편과 다르게 2편에서는 슬픔이와 당황이, 버럭이 등 부정적 감정을 담당하는 캐릭터들의 역할이 커졌습니다. 기존 영화에서는 조이를 중심으로 긍정적 캐릭터가 극을 이끌었다면 이번 영화에서는 조이의 비중이 더 줄어들었어요. 이러한 변화는 상징적인 것 같습니다. 인간이 늘 긍정적일 수는 없으니까요. 그리고 부정적 감정이라 여겼던 것들도 다 제 역할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늘 뒤에 숨어만 있던 슬픔이와 당황이가 용기를 내는 모습도 감동적이에요. 그만큼 감정은 우리가 어떻게 대하는지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겠죠?
한편 3편을 기대하게 만드는 이스터 에그는 바로 '노스탈지아'예요. 만두를 닮은 할머니 같은 노스탈지아는 이름 그대로 향수를 의미합니다. 영화의 후속편이 나올지는 알 수 없지만 만약 성인기의 라일리도 나오게 된다면 언젠가 어린 시절을 그리워하는 모습을 볼 수 있겠죠? <인사이드 아웃> 시리즈가 연이어 흥행한 만큼 계속 후속편이 나와서 노스탈지아를 또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여기까지 <인사이드 아웃 2> 리뷰를 마치겠습니다. 내용이 좋으셨다면 다음 글들도 기대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