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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가 있는 밤 Mar 23. 2024

<삼체>, 화제의 SF 드라마! [넷플 신작]

소설을 뛰어넘는 넷플릭스 시리즈


리뷰는 소설보다 넷플릭스 드라마에 기반해 작성하였습니다 :)


소개


오기 살라자르(에이사 곤잘레스), 다 시(베네딕트 웡), 토마스 웨이드(리엄 커닝엄)

넷플릭스 화제작 <삼체>가 총 8부작으로 공개되었다. <삼체>는 아시아 최초로 SF계의 노벨문학상이라 불리는 휴고 상을 받은 류츠신 작가의 원작 소설 <삼체>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워낙 소설이 유명한 데다 에이사 곤잘레스, 베네딕트 웡, 리엄 커닝엄 등 배우의 등장으로 공개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드라마는 소설의 기본적 사건들을 따르되 공간적 배경을 중국에서 영국으로 바꿨고 인물들도 그에 따라 완전히 새롭게 재창조되었다. 거기다 시즌 1임에도 소설 1권만 바탕으로 한 것이 아니라 2, 3권의 내용도 일부 가져와서 시리즈를 각색했다. 그래서 소설을 읽지 않았더라도 드라마를 완벽하게 즐길 수 있다.


전반적으로 1~2화의 전개 속도가 느리고 사건이 병렬적으로 펼쳐져 있어 초반부만 보아서는 어떤 내용인지 알기 어려운 편이다. 하지만 3화부터 본격적인 사건이 전개되고 미스터리가 풀리면서 드라마의 핵심적인 플롯이 등장한다. 그리고 주된 사건과 시즌 2의 떡밥은 6~8화에 걸쳐 전개된다. 소설 자체가 워낙 방대하기 때문에 드라마도 집약적인 줄거리를 따라간다기보다 독특한 픽션적 요소가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느낌에 가깝다.




<삼체>의 줄거리


삼체인들


<삼체>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삼중 항성계라는 가상의 우주공간 속 행성에서 온 외계인들이 지구를 침략하려는 내용을 바탕으로 한다. 태양이 하나뿐인 우리 태양계와 달리 삼중 항성계에는 3개의 태양이 있으며, 이로 인해 행성 속 문명은 끊임없이 중력 이상, 초저온, 초고온 등 다양한 이유로 멸망을 맞이한다. 도저히 문명을 지속시킬 수 없는 삼체 행성의 외계인들, 즉 삼체인들은 도망칠 행성을 찾던 중 지구에 메세지를 보낸다. 이 메시지를 '예원제'라는 중국인 물리학자가 받고 그녀가 외계인들에게 회신을 보내면서 삼체인들은 오랜 시간에 걸쳐 지구를 정복할 계획을 세운다.


예원제는 1966년부터 1976년까지 벌어졌던 중국의 문화대혁명으로 아버지를 잃고 사회에 염세주의를 느끼게 된 비관적인 천재 물리학자로 등장한다. 그래서 그녀는 외계인이 ‘회신하지 마라’라는 메세지를 보냈음에도 ‘우리 문명은 자구력을 잃었다, 당신들이 우리 세계를 점령하게 돕겠다’고 말하며 오랜 시간 조력자들과 함께 삼체인들을 기다린다. 이들의 반대편에 서서 예원제와 그녀의 추종자들, 삼체인들에 맞서 지구를 지키는 사람들이 바로 주인공들인 '옥스포드 과학자 친구들'인 진 청, 오기 살라자르, 잭 루니, 윌리엄 다우닝, 그리고 사울 듀란드이다.




삼체를 돕는 계략의 시작, 예원제 박사


예원제 박사의 현재 모습


모든 것의 시작이 된 예원제 박사는 염세주의에 빠진 천재의 위험성을 상징한다. 어느 누구도 그녀에게 인류 전체를 대표할 권한을 주지 않았지만, 세상에 대한 비관과 뛰어난 물리학적 지식을 동시에 가진 그녀의 오만함은 지구를 파멸로 이끈다. 예원제 박사는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는 과정도 보여준다. 중국의 문화대혁명 당시 아버지를 잃은 그녀는 잘못된 생각에 빠져 새로운 지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착각에 빠진다. 이것은 일종의 리셋 증후군을 떠올리게 하는데, <어벤져스>의 타노스처럼 과거의 세상에 문제가 있다는 이유로 그 세상을 완벽히 파괴하고 새로운 세상을 지어야 한다는 편향된 생각이다. 이렇게 예원제 박사는 과거의 정치적 피해자에서 세상을 재창조하려는 가해자로 바뀐다.


결국 그녀는 400년 동안 삼체인들이 우주를 가로질러서 지구를 침략할 수 있도록 1,000명 가량의 추종자들을 모아서 몇십 년간 삼체인들의 상륙을 준비한다.




'삼체인'들의 침략   *약간의 스포 있습니다*


결국 삼체인들은 지구에 영향력을 행사한다. 하지만 <삼체>에서 삼체인들의 직접적인 침략은 나오지 않는다. 그들의 공격은 다른 SF 영화들과는 상당히 다르다. 가장 큰 차이점은 삼체인들이 지구를 정복하는 방식이다. 기존 스페이스 오페라 영화나 <어벤져스> 같은 SF 계열의 액션 영화에서는 외계인들이 전함이나 군함 등과 같은 물리적 힘을 사용해 지구에 무력 침입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삼체인들은 인간의 정신에 침투하는 방법을 쓴다. 바로 인간의 힘인 '과학'을 파괴하는 것이다. 3개의 태양이 합체하는 삼체 현상 때문에 삼체인들은 문명이 멸망하면 반드시 바닥부터 재건해야 한다. 따라서 그들은 인간보다 발전된 기술을 가진 듯 보이지만 사실상 발전 속도는 더 늦다. 특히 그들이 400년 뒤에 지구에 오면 인간이 삼체인들보다 더 발전했을 수도 있으므로 삼체인들은 대신 현재의 과학 기술을 파괴해 인간들을 무력화시키려고 한다.


(왼쪽) 카운트다운 / (오른쪽) Sophon이 펼쳐지며 생긴 하늘의 기현상(출처: cinemaholic)


그래서 시리즈 초반부에 나온 입자가속기 기현상이나 과학자들 눈에 카운트다운이 보였던 현상 등이 대략적으로 설명이 된다. (명확한 과학적 설명은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삼체인들은 'sophon'이라는 이름의 차원 조작 양자 컴퓨터를 만들어 지구에 보낸다. 이를 통해 전 세계를 감시하고 인간이 보는 것을 조작하는 방식을 취하는 것이다.


이것을 보면 <매트릭스>가 던졌던 질문이 생각난다. 물리학적 법칙처럼 객관적 진실이라 믿었던 것들이 파괴되었을 때 우리는 어떤 것을 진짜라고 믿을 수 있는가? 이것이 바로 삼체인들의 지구 침략이 던지는 메세지이다. 때론 물리적 무력보다도 정신적 혼돈이 더 무서울 수 있다는 것 말이다. 그래서 <삼체>는 다른 영화들과 차이점을 가지면서도 많은 SF에서 던지는 공통적 질문을 통해 관객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준다.


삼체인들이 만든 가상현실 헤드셋


극중에 등장하는 가상현실 헤드셋도 마찬가지이다. 이 헤드셋은 삼체인들이 삼중 항성계로 인한 문명의 멸망 때문에 지구로 도망칠 수밖에 없었고, 지구인들의 협조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려주는 장치이다. 삼체인들은 이 헤드셋을 지구상의 선택받은 과학자 몇 명에게만 보내서 상황을 알리는데, 이 헤드셋을 받는 사람들이 바로 앞서 언급한 옥스포드의 5명의 과학자 친구들이다. 이 헤드셋도 마찬가지로 삼체인들이 인간의 정신 세계를 함부로 조작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그들이 비물리적인 방식으로 인간들의 물리세계를 흔들고 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헤드셋은 시리즈 초반부에 나오는데, 핵심은 가상현실 게임 자체가 아니라 삼체인들이 지구를 삼키려는 의도이다. 애플프로비전과 같은 XR 기기를 연상시키는 비밀스러운 헬멧은 삼체인들이 왜 멸망을 맞이했는지, 왜 다른 행성으로 도망갈 수밖에 없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비유하자면 발전된 기술로 만든 일종의 역사책인 셈이다. (과거 쓰인 소설임에도 이러한 가상 기기가 등장한 점은 마치 메타버스를 처음 고안한 <스노 크래쉬>를 연상시키며 놀라움을 준다.) 주인공들이 헬멧을 쓰면 게임처럼 레벨이 올라가며 삼체인들의 이야기가 소개되는 설정은 오늘날 혼합현실이나 몰입형 게임과도 맞물리면서 다른 SF에서 흔히 보기 힘들었던 현대감을 준다.




'삼체'라는 아포칼립스에서 인간의 대응


삼체 촬영현장 (시리즈 속 런던에서 사람들은 하늘에 뜬 SOPHON을 보며 공포에 빠진다)


삼체인들이 sophon으로 인간 세계를 위협하고 모든 현실 세계를 감시하자 인간들은 각기 다른 반응을 보인다. 그래서 <삼체>는 세상에 위기가 닥쳤을 때 인간의 대응을 신랄한 비판을 통해 보여준다. <월드워Z>나 <메이즈러너>, <2012> 등 다양한 재난영화를 보면 아포칼립스에 직면했을 때 인간의 반응이 묘사되는데 <삼체>도 마찬가지이다.


첫째는 혼란이다. 극중에서 삼체인들은 우주의 거리 때문에 400년이나 지나서야 지구에 도착하지만 사람들은 그 사실을 믿지 않는다. 정체 모를 두려움 앞에서 사람들은 시간 감각을 잃고 폭동을 일으킨다. 품절 및 사재기 대란이 벌어지고, 부호들을 비롯해 누군가는 위기를 기회 삼아 별에 투자하는 등 이기주의에 빠진다. 누군가는 예원제 박사처럼 맹목적 믿음과 염세주의에 빠져 외계인을 받아들이려 한다. 삼체 신도들이 스스로 문제 해결을 포기하고 외계인에게 지구의 운명을 위임한 것을 보면, 자구력을 잃었다 생각하는 순간이야말로 통제력과 문제 해결력을 잃은 순간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삼체에 대항하는 5명의 옥스포드 과학자


5명의 옥스포드 과학자. 위쪽부터 잭 루니, 오기 살라자르, 윌 다우닝, 사울 듀런드, 그리고 진 청


이처럼 삼체인들이 만든 대혼란 속 5명의 옥스포드 과학자들은 각기 다른 역할을 한다. 이들 캐릭터는 소설과 연관지어 살펴볼 수 있다. 원작 소설 자체가 워낙 방대하기 때문에 넷플릭스 시리즈는 소설 3권을 모두 아우르는 방식으로 각색되었고, 인물들도 각색된 스토리에 따라 편집되었다. 먼저 원작 소설에서 나오는 인물들은 시리즈의 진 청(제스 홍), 오기 살라자르(에이사 곤잘레스), 잭 루니(존 브래들리), 윌 다우닝(알렉스 샤프), 그리고 사울 듀런드(조반 아데포)로 각색되었다. 이 인물들은 여러 명의 소설 속 캐릭터를 대변하기도 하고 소설 속 캐릭터의 일부 특성을 나타내기도 한다.


소설 속 삼체 문제를 파악하는 'Wang Miao'라는 인물은 드라마에서 진 청, 오기 살라자르, 잭 루니라는 3명의 인물로 나눠져서 각색이 되었다. 극중 오기는 나노섬유를 개발하는 인물로서 오펜하이머처럼 삼체인 신봉자들을 죽이는 데 일조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는 과학자로 나온다. 결국 그녀는 시리즈 후반부에서는 멕시코에서 과학기술 봉사를 하며 삼체인들과의 싸움에서 한발 물러난다. 한편 진 청과 잭 루니는 극중 가상현실 게임에 참여해 삼체인들이 어떤 배경을 갖고 있는지 밝혀내는 과학자로 등장한다.


가상현실 게임에 참여한 진 청


이 중 진 청의 비중이 가장 크다. 그녀는 영국 정보기관의 토마스 웨이드(리엄 커닝엄)와 함께 삼체인들로부터 지구를 지켜낼 미션을 받은 과학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녀는 소설의 'Wang Miao'와 'Cheng Xin'이라는 인물 모두를 일부 나타내는 시리즈의 핵심 인물이라고 한다.


그녀뿐 아니라 극중 ‘계단 프로젝트’라 하여 인간들이 삼체인에 맞서고자 우주에 탐사선을 보내는 스토리가 나오는데, 이중 탐사선의 무게 때문에 친구 윌의 뇌가 탐사선으로 삼체인들에게 보내진다.(다음 단락인 '지구를 지키는 사람들'에서 설명 예정입니다) 이것을 보면 윌은 소설 속 'Yun Tianming'의 모습을 닮았다. 그리고 사울이 소설 속 인류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면벽자 ‘뤄지’에 기반했다는 것도 소설에서 따온 부분이다.


한편 5명의 과학자들뿐 아니라 예원제의 과거도 각색되었다. 그녀의 딸 '베라'는 소설에서는 양웨이닝과 사이에서 낳은 딸이다. 시리즈에서 양웨이닝은 과거 중국 기지에서 예원제와 근무하다가 그녀의 아이디어를 훔친 엔지니어였다. 그리고 시리즈에선 나오지 않았지만 소설 속 예원제는 자신이 외계인과 통신한 것을 숨기기 위해 양웨이닝을 살해하였다. 하지만 시리즈에서 베라는 예원제와 마이크 에반스의 딸이고, 가상현실 속 진 청 등 과학자들이 구하려 애쓰는 아이가 베라의 어린 시절이라는 점도 문명 간 전쟁에서 희생되는 무고한 아이와 가족 등을 묘사하기 위해 각색된 부분이라고 한다.




지구를 지키는 사람들


진 청과 토마스 웨이드


5명의 옥스포드 과학자들 중 진 청과 사울 듀란드, 그리고 영국 정보부의 토마스 웨이드가 드라마의 핵심 인물이 되어서 삼체인들과의 전투를 준비한다. 외계의 컴퓨터가 현실을 조작하고 사람들마저 불완전한 이야기에 미혹될 때 중요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가진 사실에 집중하는 것이다.


그들은 삼체가 주는 두려움이 아니라 그들이 파악한 명확한 삼체의 약점에 집중한다. 우선 삼체인들은 거짓말을 못하고 비유나 이야기를 이해하지 못한다. 더군다나 그들은 일반 물리학적 법칙이 적용되지 않는 곳에 살고 있었기 때문에 기술의 발전 속도는 인간보다 느리다. (그래서 지구의 과학을 그토록 싫어해 없애려고 한 것이다) 또 한 가지 가장 중요한 것은 아무리 소폰이라고 하는 양자 컴퓨터가 인류를 감시해도 ‘아날로그’는 살아남는다는 것이다. 특히 인간 뇌 속의 아이디어는 그 인간만 알 수 있다.


계단 프로젝트를 준비하는 웨이드와 진 청


그래서 그들은 불가능해 보이는 계획을 준비한다. 바로 '계단 프로젝트'로서, 핵폭탄의 추진력을 활용해 광속의 1%를 능가하는 빠른 속도로 삼체인들의 진영에 탐사선을 보내는 것이다. 과학적 한계에도 계속 도전하는 웨이드와 진 청의 모습은 불가능하다는 말을 믿지 않고 무모하더라도 해결에 도전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무게를 최대한 낮추기 위해서 윌이 삼체인들에게 보내진다. 극중 그는 시한부이자 진 청을 오랫동안 짝사랑한 사람으로 나오기 때문에 진 청을 위해서 희생한 것이다.


어둠의 숲과 면벽자인 사울


계단 프로젝트뿐 아니라 사울 듀런드 또한 '면벽자'로 지정되어서 인류의 희망이 된다. 삼체인들은 인간의 생각을 알 수 없기 때문에 면벽자들은 모든 면책 특권을 부여받는 동시에 머릿속으로만 생각을 한다. 절대 생각을 입 밖으로 내지 않고 머릿속 계획으로만 삼체인들을 물리칠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다. 사울이 면벽자로 지정된 이유는 바로 '암흑의 숲'이라는 이론과 관련되어 있다고 한다.


소설 <삼체>의 핵심 시사점은 바로 암흑의 숲 이론으로 볼 수 있는 우주의 끊임없는 약육강식이다. 우주에는 고도로 발전한 외계인들이 상당히 많은데, 이러한 다양한 외계인 종들이 전부 공격적이고 서로를 두려워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위치가 발각되지 않기 위해 조용히 지낸다. 이것을 거꾸로 해석하면 누군가 우주 어딘가에 있다는 것을 들키는 순간 다른 외계종족에게 말살당할 수 있다는 뜻이다. 쉽게 생각하면 어두운 숲에서 작은 소리만 내도 적의 공격을 받기 쉬워진다는 것을 생각하면 된다. 사울은 이러한 우주의 원리를 밝혀낼 잠재적 위험이 있는 과학자라서 위험요소가 된 것이다.  그래서 인간 입장에서는 삼체가 두려워하는 사울을 면벽자로 임명하는 것이 유리하다. 소설에서는 면벽자나 계단 프로젝트가 2, 3권이 되어서야 시작되었기 때문에 시리즈는 시간선을 많이 각색했다고 볼 수 있다.




시즌 2의 시사점 *스포 있습니다*


<삼체>는 시즌 2를 향해 열린 결말로 마무리되었다. 몇 가지 의문들은 남아 있다. 첫 번째로 윌의 계단 프로젝트가 시리즈 후반부에서 실패했기 때문에 그가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 그는 현재 우주 미아 상태인데 소설에서는 우주를 떠돌다 삼체인들에게 발견되어 새로운 몸을 부여받는다고 한다. 과연 소설처럼 윌이 삼체인들과 마주하게 될지 궁금하다.


'벌레는 죽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인간의 희망


두 번째로 면벽자들의 이야기이다. 시리즈에서는 사울이 면벽자로 지정되는 것에서 스토리가 마무리되었기 때문에 이 면벽자들이 과연 생각만으로 어떻게 삼체를 물리칠 계획을 세울지 궁금하다. 소설을 찾아보면 알겠지만 내용은 단순히 삼체와 인간의 다툼, 면벽자들의 이야기를 넘어 훨씬 더 방대하다. 하지만 시즌 1도 소설을 적절하게 각색했기 때문에 원작 중 어떤 사건들을 위주로 삼체와 인간의 전투가 펼쳐질지, 인류의 미래는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 특히 '인간은 벌레다'라고 말한 삼체인들에게 맞서기 위해 '인간이 벌레일지 몰라도 기술의 발전에도 벌레는 죽지 않는 것처럼 인간도 죽지 않는다'는 것을 암시한 다 시(베네딕트 웡), 사울 듀란드, 진 청의 모습은 추후 시즌에서도 인간에게 희망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웨이드


세 번째로 웨이드의 이야기다. 극중 그는 직접 400년 간 동면해 삼체인들과의 전투 계획을 관리할 의지가 있었던 강력한 인간계의 리더이다. 하지만 시리즈 후반부에서 삼체인들은 웨이드의 비행기에 해킹해 그 또한 삼체의 계획의 일부라는 말을 남긴다. 그리고 웨이드는 일시적으로 카운트다운과 공포스러운 모습을 보면서 큰 충격에 빠진다. 삼체인들이 웨이드에게 공포를 남기며 협박을 한 셈인데, 과연 웨이드의 운명은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 그리고 왜 그가 삼체인들의 계획의 일부일지도 의문이 남는다. 특히 토마스 웨이드는 소설에서 젊게 묘사되며 적은 비중을 차지했던 캐릭터와 달리 시리즈에서 가장 많이 각색된 인물이기 때문에 추후 시리즈에서 어떤 모습으로 나올지에 귀추가 주목된다.


타티아나


그리고 타티아나이다. 그녀는 소설에 없었던 캐릭터로 이번 시리즈를 위해 창조되었다. 그녀는 삼체인들을 절대적으로 믿는데, 맹목적 신봉의 무서움을 보여주는 캐릭터이다. 그녀는 직접 삼체인들의 지령을 받아 예원제의 자살을 유도하고 그녀의 자리를 이어받는 듯하다. 시리즈 후반부에서 타티아나가 삼체인들에게 헤드셋을 받는 모습을 보면 그녀가 추후 시리즈에서도 핵심 인물로 거듭날 것처럼 보인다.




총평

 

소설 <삼체>의 핵심은 3권을 모두 보면 알 수 있듯이 끊임없이 서로 없애고 탐하는 우주의 고도문명들에 대한 이야기였다. 시리즈 <삼체>는 그보다도 삼체를 대하는 인류의 태도가 더 중점이 되고, 탐사선 스토리를 통해 소설 1권을 주로 하되 소설 2,3권과도 연관성을 보여주었다.


<삼체>는 거대한 두려움 앞에서 인간이 가져야 할 태도는 무엇인지를 매혹적인 SF를 통해 보여준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다른 누군가에게 위임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좌절감에 빠진 예원제 박사나 삼체인 신봉자들은 자신의 주관이나 자기효능감 없이 문제 해결을 포기한 자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반대로 지금 할 수 있는 것들에 집중해 본다면 웨이드나 진 청 박사처럼 다가오는 미지의 현실에 두려움만 느끼는 것이 아니라 그에 맞서 싸우는 용기를 가질 수 있다.


넷플릭스 <삼체>는 워낙 방대한 소설을 바탕으로 해서 압축적인 느낌이 들고 과학적인 내용을 모두 이해하기는 어렵지만 공상 과학이라는 장르에 맞게 과학을 기반으로 창의적인 스토리를 통해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볼 만한 주제를 풀어냈다. 특히 혼란스러운 기술의 발전과 불평등과 같은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내포한 현대 사회의 모습을 반영했다는 느낌도 든다. 다 시 역의 베네딕트 웡과 진 청 역의 제인 홍, 토마스 웨이드 역의 리엄 커닝엄과 같은 배우들의 열연도 스토리에 몰입감을 높인다. 연휴에 정주행을 추천하는 드라마이다.



참고한 자료


https://www.esquire.com/entertainment/tv/a60254017/3-body-problem-book-vs-tv-show/ 

https://www.radiotimes.com/tv/sci-fi/3-body-problem-book-changes-explained/ 

https://fugitives.com/thomas-wade-in-3-body-problem-explained-2024-netflix-series/ 

https://thecinemaholic.com/the-eye-in-the-sky-meaning-3-body-problem/ 

https://www.radiotimes.com/tv/sci-fi/3-body-problem-ending-explained-wallfacers/ 

https://www.inverse.com/entertainment/3-body-problem-season-1-ending-explain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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