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일기4
저번 주 금요일엔 결근을 했다.
전날 오후부터 몸이 으슬으슬 좋지 않아서 이 상태가 계속되면 쉬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을 했었다.
잠이 보약이라고, 한잠 푹 자고 다음날 아침이 되니 결근할 정도까지는 아니었지만 전과 달리
늦잠이 너무 자고 싶었다.
아마 ' 쉬어야 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 마음가짐이 침대 속을 박차고 일어나지 못하는 나약함을
불러일으켰나 보다.
스물 중반 때의 무질서한 근태로 회사 다녔던 시절보다는 오랜만의 결근이었지만 충분히 출근할 수 있었음에도 무너져 버린 건 내가 게으르다는 증거다.
그동안 지켜왔던 신뢰나 미비하지만 몇 가지 추려볼 수 있는 나의 장점들을 단박에 깎아먹는 행동인줄도 알고 있지만
'쓰러지는 한이 있더라도 직장에서 쓰러져야겠다' 라던가 ' 내 사전에 갑작스러운 결근이란 없다' 같은
아등바등한 결심을 갖고 싶지는 않다.
각자의 게으름 피우고 싶은 마음을 그래서 나는 존중한다.
자주 반복되어 직장동료들이 심각하게 피곤한 것은 물론 문제가 되지만 트러블이 되지 않을 정도만,
가끔 게으름 피울 권리를 골고루 돌아가면서 지켜 주자라는게 내 생각이다.
이런 러프한 생각은 조직사회에선 반기지 않기 때문에 어느 위치에서든지 결국 불성실하게 보일 수밖에 없다.
결근한 하루가 열심히 일해온 시간 모두를 갉아먹는데 억울하지 않나 싶지만 그럼에도 다시 한번 목숨 걸고
출근해야 한다는 각오는 잘 들지 않는다.
지금도 최선을 다해 출근 도장을 찍는 중이다.
컨디션이 좋지 않고, 힘이 들고, 울적한 날
열심히 자리에서 일어나 보려 노력하겠지만
노력이 지켜지지 않을 타당한 이유가 없는 날에도 굳이 나 자신을, 상대방을 막돼 먹은 년이라고 생각하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