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결혼은 어렵지.
3년 전에 그만둔 직장 동료 언니를,
퇴사 후 처음으로 다시 만나게 되었다.
안부와 그리움이 뒤섞인, 그러나 막상 만나고 보면 그 시절만큼 좋고 싫은 감정도
없는 애증의 첫사랑 상대와 같다는 전 직장이라는 대상과
그 공간 안에서 함께 웃고 울었던 사람을 다시 보니 눈물이 왈칵 나올 뻔했다.
이루어지진 않았지만,
첫사랑의 추억을 고스란히 함께 나눌 같은 기억의 공유자가 있다는 사실이
반가웠다.
그 직장을 그만두고 난 오래도록 자리를 잡지 못하였었고,
돌고 돌아 현재의 직장에 정착을 결심한 나이가 내가 전 직장을 떠났을 적의
언니의 나이가 되어 있었다.
언니를 보자마자 너털웃음이 났던 건
' 나가보니 별거 있더냐 ' , ' 네 정말 그랬네요 ' 하는
만화 속 생각 꼬리 풍선이 크게 보이는 것 같아서였다.
좋든, 싫든 타의적 시선과 현실이 종용하는 자의적 생존지 탐색에 대한 본능적 욕구가
몸 비빌 곳, 즉 미혼의 여성이 정착할 직장이 간절해지는 시기였다.
많은 것이 달라져 있을 것 같았지만 생각 외로 늘 다니고 있던 팀원 구성에서는 크게 달라진 게 없었고,
그 작은 사회를 견디지 못하고 떠나온 나만 홀로 다른 섬으로 떠나가 있었다.
언니를 통해 전해 듣는 안부였지만,
문득 자주 궁금해했던 사람들의 근황이라 낯설지가 않았다.
나는 늘 친구가 필요했는데, 직장동료는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없을까를 시험하게 하고,
허물없이 믿고 좋아하고 싶었던 마음에 상처를 준 사람들이었지만
떠나고, 시간이 덮은 자리를 흘러 되돌아 생각하니,
그 동료들이 공허했던 친구의 자리를 대신해준 사람들이었다.
만나지 않았던 3년의 언니 연애 이야기와, 헤어짐, 그래서 몸과 마음으로 전이된
현재의 심리에 대해서 맞장구를 치며
내 경우에는 어떠했는지 훈수 바턴을 넘겨받아 그렇게 이야기를 주거니 받거니 했다.
나와는 헤어져도, 금방 다른 사람을 만나 결혼의 인연을 맺고 아이까지 낳아 잘 산다는 전 남자 친구이라 부르기도 싫은 그사람의 소식을 마지막으로 전해 들으면서
독신주의자를 선언한 적도 없고, 그럴 마음도 없는데
결혼은 왜 이렇게 어려운지, 서글프게 하는지, 생각할수록 치사한 것 같아
어이없는 웃음을 질질 흘리며 집으로 돌아왔다.
헤어짐 뒤에 만남을 시작하려는 각오 혹은 계기로 말하는
새로운 사람은 뭐고 더 좋은 사람은 뭐고, 설레는 감정이 드는 사람은 다 무엇일까,
뭐, 얼마나 대단한 사랑들을 하시려고 사랑타령을 하며 비교하고 재며 떠돌아다니는가 싶다.
결혼이라는 전투에 앞서 한낱 스파링 상대밖에 되지 않는 것이 나일까,
이런 식으로 생각하고 싶지 않은데, 생물학적으로 의기소침해지다 보니 혹시의 생각은 확신이 되고 있다.
혼술보다야 즐겁지만, 술이 쓴 삼십 줄 여자들끼리의 조우는 손을 가슴에 얹지 않고서는 지켜볼 수가 없다.
바람이 스산해질 계절을 또 홀로 나고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Km5P-bl3uk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