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슬픔과 기쁨 #16
아내와 함께 요즘 큰 화제가 되고 있는 ‘주관식당’을 보게 되었습니다. 최강록 셰프님과 문상훈 님의 진솔한 대화가 인상 깊었는데요. 특히 12화 마지막 장면에서 두 분이 나눈 이야기는 저에게 많은 생각거리를 안겨주었습니다.
“뜨거운 건 누구에게나 뜨겁고 차가운 건 누구에게나 차갑다.”
이 말은 최강록 셰프님께서 문상훈 님에게 건넨 진심 어린 격려였습니다. 동시에 억지로 아닌 척할 필요 없이, 자신의 솔직한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용기에 대한 이야기라고 저는 느꼈습니다. 어쩌면 저에게도, 그리고 우리 모두에게도 필요한 메시지였을 것입니다.
그 말을 이어 문상훈 님은 최강록 셰프님께 이렇게 되물었습니다. “누구에게나 그렇지만, 셰프님에게도 유난히 뜨겁거나 차가웠던 것이 있었는지요?” 타인의 시선과 경험을 궁금해하는 문상훈 님의 질문이 참 따스하고도 예리하게 다가왔습니다.
그러자 최강록 셰프님은 솔직한 마음을 드러냈습니다. “참 사람이 간사한 게 손님의 칭찬은 익숙해지면서 혹평과 비평을 받는 것과 야단을 맞는 것엔 익숙해지지 않는다.” 이 대목에서 저는 인간의 본질적인 연약함과 솔직함에 깊이 공감했습니다. 칭찬에는 쉽게 무뎌지면서도, 부정적인 피드백 앞에서는 한없이 약해지는 우리의 모습 말이죠. 익숙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시간이 지나도 쉬이 면역력이 생기지 않는 감정의 영역이라는 것을 명료하게 보여주는 순간이었습니다. 부정적인 기운을 받아들이는 것에 유독 취약하다는 점을 이토록 담백하게 고백하는 셰프님의 모습이 참 인상 깊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저는 제 자신이 특별할 것 없고 가진 연약함에 자주 함몰되어 있을 때가 많았습니다. 그렇기에 셰프님의 태도와 삶을 대하는 방식은 더욱 저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끊임없이 배우려는 겸손함, 앞뒤가 다르지 않으려는 진실함, 구태여 꾸미려 하지 않는 담백함. 너무 냉소적이지도, 그렇다고 너무 낙관적이지도 않은 균형 잡힌 태도 속에서 깊이가 느껴졌습니다. 말솜씨가 수려하진 않지만, 그 안에 가치관을 꾹꾹 눌러 담은 한마디 한마디는 큰 울림을 주었습니다. 무엇보다 자신만이 잘 되길 바라는 것이 아니라, 같은 일을 하는 모든 이들이 잘 되기를 바라는 그 마음이야말로 셰프님의 삶을 관통하는 중요한 태도 같았습니다. 이처럼 제가 바라는 삶의 '추구미'를 셰프님에게서 발견했기에, 저 또한 그런 삶의 시선과 태도를 닮고 싶다는 생각을 간절히 했습니다.
우리 삶에는 아무리 시간이 지나고 경험을 거듭해도, 쉽사리 익숙해지지 않는 일들이 분명 존재합니다. 특히 누군가로부터 혹평이나 비평을 받는 일은 언제나 어렵고 힘든 일로 다가오곤 합니다. 과연 제가 셰프님처럼 제 연약함을 솔직히 인정하고, 그 안에서 겸손하게 배우며, 나만 잘 되길 바라는 것이 아니라 주변을 보살피는 태도로 살아간다면, 쉽사리 익숙해지지 않는 삶의 난관들을 좀 더 지혜롭고 담대하게 마주할 수 있게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