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성애는 없다

부성애도 마찬가지

by 글습생

나는 모성애(또는 부성애)가 없다고 생각한다. 최근, 중고물품을 거래하는 '당근마켓'에 신상아를 20만 원에 판매한다는 글이 올라온 사건은 이를 아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그뿐인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 감사에서 제시한 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 동안 베이비박스에 놓인 아기의 수가 무려 907명이었다고 한다. 그밖에도 아동학대로 인해 수많은 아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몇몇 사람의 일탈로 생각하기에는 그 수가 많다. 내가 그동안 배워왔던 고귀하고 거룩한 '본능'인 모성애가 실제로 존재한다면 이런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서는 안될 일이다. 물론, 모범이 될 만큼 자식을 위해 희생하고 사랑하는 부모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걸 '본능' 또는 '본성'이라고 하기에는 그들의 사랑이 너무 특별해 보인다. 모성애가 본능이고 본성이라면, 그게 당연해야지 왜 특별해 보이는가?


모성애라는 본능이 존재한다는 주장을 그냥 넘어가기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모성애라는 단어가 부모에게 상당한 '죄책감'을 심어준다는 점 때문이다. 부모 연습은 그저 연습일 뿐이고, 부모 훈련은 그저 훈련일 뿐이다. 아무리 연습하고 훈련을 해도 실제 부모가 되어 아이를 키우는 것은 완전히 이야기다. 정말 힘들다. 여기서 부모들은 당황한다. 부모가 되면 아이가 마냥 사랑스럽고 예쁘고 무엇이든지 해줄 수 있는 그런 '모성애'가 발휘되어야 하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아이 때문에 짜증이 나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하고 우울해지기도 한다. (사실 이게 정상이다. 아이가 맨날 예쁘면 아이들 사진을 왜 찍겠나? 그때 잠깐 예쁘니까 사진을 찍는 거지.) '내가 아이를 사랑하지 않나?', '나는 참된 부모가 아닌가?'라는 죄책감에 빠진다. 그러다 보면 스스로 크게 낙담할 수도 있고, 자신의 모성애를 증명하기 위해 그릇된 방법(과소비, 과도한 사교육, 집착과 감시 등등)을 사용하게 될 수도 있다.


아이를 키울 때 서툴고 힘든 건 정상이다. 아이는 모성애라는 '본능'으로 키우는 것이 아니다. 사랑으로 키우는 것이다. 부모의 사랑은 애정보다 책임감에 더 가깝다고 생각한다. 사랑스럽지 않더라도, 예뻐 보이지 않더라도, 말을 잘 듣지 않더라도, 다른 아이들보다 특별히 뛰어난 점이 없는 것 같아 보이더라도, 내 자식이기 때문에 책임지고 스스로 자립할 수 있도록 키워내는 것. 그 과정에서 부모로서 서툴고 부족한 점을 발견하더라도 도망치거나 포기하지 않는 것. 부모에게 진짜 필요한 것은 본능이 아니라 이런 '태도'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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