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를 고통의 늪에 빠뜨리는 세 가지 생각

by 글습생

누구나 고통을 겪으며 산다. 고통 자체가 문제라고 볼 수는 없다. 고통도 나름의 장점이 있다. 고통은 내가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것이기도 하고, 또 다른 고통에 대한 내성을 만들어주거나 나를 더 강하게 하기도 한다. 진짜 문제는 고통의 늪에 빠지게 될 때이다. 고통 뒤에는 회복이 있어야 되는데, 쉽사리 회복하지 못하고 그 늪에 갇혀 버리는 경우가 있다. 놀라운 사실은 '자주' 나 자신이 나를 고통의 늪에 빠뜨린다는 점이다. 고통의 늪에 빠지게 만드는 생각이 세 가지 있다.


첫째, 고통의 원인이 전적으로 나에게 있다는 생각이다. 다른 말로는 '자책'이라고 한다. 내 고통의 원인이 어느 정도는 나에게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 원인(또는 책임)이 나에게'만' 있다는 생각은 '책임감이 있어 보일 수는 있으나' 사실 불가능하고, 또 위험한 생각이다. 왜냐면 사람은 늘 다른 사람과 상황, 환경에 연결되어 있으며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때때로 나 자신이 내 고통의 가장 큰 주체가 될 수도 있겠으나 그렇지 않은 경우가 사실은 더 많고 고통의 원인은 대부분 복합적이다. 또한, '내 고통의 원인은 나 자신'이라는 생각은 어떤 면에서 스스로 자기 자신을 공격하는 꼴이 된다. 설령 정말 자기 자신이 가장 큰 문제였다고 할지라도 그 문제를 조금 디테일하게 바라봐야 될 필요가 있다. 자기 자신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나의 어떤 부분이 문제였는지 바라볼 때 우리는 고통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해결책도 찾을 수 있다.


둘째, 이 고통이 다른 영역에 침투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고통은 통증을 유발하고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도록 한다. 그래서 우리는 고통이 일시적으로 일상의 모든 부분에 영향을 미친다고 믿게 된다. 문제는 이러한 생각이 두 가지 측면에서 자기 자신을 더 깊은 고통의 수렁에 빠뜨린다. 첫째는, 고통을 해소할 수 있는 활동조차 그만두도록 만들 수 있다. 예를 들어, 큰 고통을 당한 사람들은 '내가 큰 고통을 겪었는데, 유튜브를 보다가 웃고 있다니'라고 생각하며 유튜브 창을 닫아버린다. 고통에 대한 진지한 접근은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유튜브를 보면서 웃는 게 잘못은 아니다. 오히려 지금의 고통을 잊고 다시 활력을 불어넣어줄 수 있는 하나의 도구가 될 수 있다. 두 번째, 자신의 삶 전반에 대한 자신감을 잃을 수 있다. 우리는 "이것도 못하는데 다른 건 잘하겠니?"와 같은 말들을 듣고 자랐고 무의식 중에 그 말을 믿고 있다. 이런 경우가 정말 있을 수도 있겠지만, 아닌 경우도 얼마든지 있다. 하나의 사건을 독립적으로 바라보는 힘이 있을 때 우리는 다른 영역에서 새롭게 시작할 힘을 얻는다.


셋째, 고통이 영원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세상에 그 어떤 것도 영원하지 않다. 이 '진리'가 때때로 우리에게 두려움과 절망을 안겨주기도 하지만 적어도 고통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는 반드시 믿어야 할 '복음'이다. 3년 전에 당신이 어떤 고통을 겪었는지 떠올려보자. 아마 잘 기억이 나지 않을 것이다. 기억을 하고 있더라도, 그때 당시와 똑같은 통증을 느끼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고통에 끝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희망이 될 수 있다. 놀랍게도 고통을 통해 더 도약하는 '회복탄력성이 높은' 사람들도 있다. (물론 구조적인 문제로 아주 오랜 시간 동안 고통을 겪고 있는 분들이 있기는 하다. 개인적으로는, 그런 분들의 고통 그 자체가 영원하다기보다는, 고통을 지속적으로 당하고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니체는 '나를 죽이지 못하는 고통은 나를 더 강하게 한다'라는 말을 남겼다. 동의하고 싶지만 그러긴 어렵다. 적어도 나는 니체처럼 강한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보다 '나를 죽이지 못하는 고통은 여전히 나를 살게 한다'라는 말을 스스로 만들어서 마음에 새겨본다. 고통을 겪으면서도 결국 삶을 살아가게 될 것이라면 고통의 원인은 복합적이며, 특정 고통이 모든 부분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며, 고통은 영원하지 않다는 점을 계속 생각해보면 어떨까 싶다. 그렇게 생각하는 게 쉽지 않을 지라도.


참고도서

셰릴 샌드버그·애덤 그랜트, 『옵션 B』, 안기순 옮김, 와이즈베리(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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