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하고자 하는 일이 잘 안 풀릴 때면, '좀 더 좋은 상태였으면 좋을텐데'라는 생각을 하곤 했다. 아침에 아이들 등원시키느라 진빼지 않고 출근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나만의 공간이 있었으면 좋을까, 홀로 충분히 생각하고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자고 싶을 때 자고 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나를 이끌어줄 수 있는 따뜻하고 일 잘하는 선임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급한 일보다 중요한 일에 몰두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등등. 그렇게 나는 한번쯤 완벽한 상태로 하루를, 일주일을, 한 달을, 일 년을 살아볼 수 있길 바라왔다.
'이러면 참 좋을텐데'라는 마음 속에는 '그렇게 될 수 있는데 안 되어서 안타깝다'는 생각이 깔려있다. 또, '다른 사람은 나와 달리 이런 좋은 상태에 있어서 부럽다'라는 전제가 있다. 이러한 생각과 전제를 당연하게 생각해왔는데, 요즘은 생각이 달라졌다. 정말 완벽한 상태라는 게 존재할까? 돌이켜보면 내가 다시 돌아가고 싶어하는 그 순간들조차도 사실은 완벽한 상태가 아니었다. 타인의 삶도 마찬가지다. 내가 보기에 너무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정작 자기 자신은 완벽한 상태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완벽한 상태는 없다. 이전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오늘의 나는 '불완전한 상태'에 있었다고 해야할까. 따지고 보면 맞는 말이기도 하지만, 이 표현은 어디까지나 나의 결핍에 초점을 맞춘 설명일 뿐이다. 이런 설명은 나 자신을 합리화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내가 가진 것들을 바라보지 못하게 하는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 나는 그저 매일 조금씩 비슷해보이지만 다른 상태로 하루를 살아가는 게 아닐까 싶다. 내가 할 일은 '완벽한' 상태로 하루를 살아내는 게 아니라, 어떤 상태로든 내 나름의 '완벽한' 하루를 살아내기 위해 애써보는 것이다. 이제 불평, 불만은 조금 줄여보자. 지금의 내 상태가 아주 좋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아주 나쁘지도 않다. 어찌어찌 살아낼만한 나날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