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끌모아 티끌일지라도

또 다른 이사를 준비하며

by 글습생

결혼 7년 동안 이사를 세 번했다. 그리고 곧 네 번째 이사를 해야 할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나도, 아내도 나름 열심히 돈을 벌고 그 돈을 아껴가며 장밋빛 미래를 꿈꿔 보려 했다. 하지만, 매년 비현실적으로 오르고 있는 집값을 보며 내 집 마련은커녕 그 ‘꿈’조차도 사치인 듯싶다.


넘어서야 할 현실의 벽이 너무 높으니 열심히 살고 노력하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심지어, 이 ‘티끌’은 그동안의 노고를 비웃기라도 하듯이 바람 한 번 불면 훅 날아가버린다. 왜 이렇게 돈이 들어올 구멍은 없고, 나갈 구멍은 많은 건지. 처음에는 스트레스받다가 나중에는 짜증이 나다가 이제는 체념과 같은 일종의 무기력한 마음을 느낀다.


그러다 문득 아버지와 어머니가 생각났다. 우리 부모님도 그러하셨으리라. 누구보다 성실하고 열심히 사셨지만 그만큼 많은 것을 누리진 못하고 어려움도 많이 겪으셨겠구나 싶었다. 이제야 나도 좀 철이 드나 보다. 비슷한 일을 겪어봐야지만 부모님의 마음이 이해가 되니 말이다.


그런데 부모님은 나와 다른 점이 있다. 숱한 어려움에도 포기하지 않고 티끌을 모으셨다. 비록 태산을 만들진 못했지만, 그분들이 꿈꾸던 것들을 다 이루거나 가지지는 못하셨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키워내셨다.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손자와 손녀를 볼 수 있게 되셨다.


티끌모아 태산이 될 수 있는 ‘가능성’도 중요하겠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티끌을 모아 삶을 살아나가는 ‘생의 의지’가 아닌가 싶다.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삶을 포기해버릴 게 아니라면 말이다. 비록 가진 것이 ‘티끌’뿐이라 모든 것을 내 의지로 다 선택하며 살 수는 없다 하여도, 대신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지키고 돈으로 결코 살 수 없는 것들을 삶에서 선물로 받을 수 있다면 그것도 제법 괜찮은 인생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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