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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달빛서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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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순 Jul 25. 2022

맛있는 한자 이야기1/낯섦과 익숙함 사이

짜장면에서 훠궈까지 역사와 문화로 맛보는 중국 미식 가이드


책 <중화미각> 앞표지에 적혀 있는 문구다.

뒤표지에는 아래 문구와 함께

여러 가지 음식과 음료, 후식이 나와 있다.


목차도 마찬가지로 메뉴판을 닮았다.

읽기만 했는데 침이 고인다.

<중화미각>은 한국중국소설학회에서 활동하는

인문학자 열아홉 명이

중국 역사와 문학 속 음식 이야기를 풀어낸 책이다.


책으로 만나는 중화요리 이야기에

중국, 대만과 연결된 추억이 줄줄이 딸려 나왔다.

책에 소개된 음식들 대부분  17년 전 중국에 가서 처음 먹어본 음식이다.


미각은 인간의 감각 중에서도 가장 보수적이다. 인간이 유행하는 스타일의 옷을 입어보고 색다른 거주지에서 살아볼 수는 있어도 먹는 것 만큼은 쉽사리 받아들이지 않는 이유는 바로 미각의 보수성 때문이다. p7~8중화미각/문학동네



새로운 것보다 익숙한 것을 좋아한다 생각했다.

변화에 취약한 사람이라 여겼다.

하지만 이 문장을 읽고 나의 미각味覺을 돌아봤다.

가장 보수적이라는 맛을 느끼는 감각이

뚜렷하게 변한 기억이 많다.


不要香菜( bú yào xiāng cài )
고수는 빼주세요.


중국에 처음 갔을 때 외워서

식당에서 써먹던 말이다.

처음 고수를 먹고 이런 건 먹을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중국 친구들이 국수에 고수를 듬뿍 넣어

맛있게 먹는 것을 보고 나도 따라 먹기 시작했다.

지금은 아주 좋아한다.



보수(保守)지킬 보 保, 지킬 수 守
1. 지킴
2. 새로운 것이나 변화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전통적인 것을 옹호하며 유지하려 함 표준국어대사전


나는 안(못) 먹어

나는 안(못) 해

기존의 나를 지키려는 보수적인 마음도 존중한다.

그런데 그 마음 사이에 틈도 있다.

그 틈에 스며드는 것은 주로 사람이다.

좋아 보이는 누군가를 따라하는 사이

새로운 것이 스며든다.

중국의 미각은 우리 혀에도 자연스럽게 녹아들어가 우리는 또 다른 자극을 수용할 수 있게 되었다. 낯선 미각이 조금씩 익숙한 미각으로 자리 잡아간다.p8
중화미각/문학동네


낯설었던 것이 익숙해는 변화 속에서

나의 세계는 넓어진다.

보고 듣고 먹고 말하는 모든 환경이

바뀌고 기꺼이 나를 열어 새로움을 받아들였던

기억과 만났다.

나는 내 생각보다 덜 닫힌 사람이라

믿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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