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가면
나를 지켜주는 가면, 지치게 하는 가면
강박적으로 중요하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있다. 내가 왜 그럴까? 알고 싶었다. 나는 책임감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고 그렇게 보이는 것에 신경 쓰고 있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이미지의 축적은 신뢰, 힘으로 이어지는 것을 보았다. 순발력은 부족하지만 믿음직한 동료가 되어 이곳에서 살아남고 싶었다. 믿음직한 동료, 내가 일터에서 갖고 싶은 이미지였다. 내가 생각하는 내 이미지와 타인이 생각하는 내 이미지가 다를 때도 있다. 그것을 아는 것이 고통스러웠다. 나는 내가 무던하게 얼굴에서 티가 안 난다고 생각했는데 얼굴에서 다 티가 나는 사람이란 것을 알았을 때는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자신감이 없어질 때는 소중한 이들이 내게 써준 편지를 꺼내 읽는다. 나를 향한 응원의 말들을 끌어 모은다. 타인이 나를 보고 해준 칭찬 같은 말에 기대어 그래 나는 이런 점이 있지 하며 씩 웃는다.
“약하면서 강하고 부드러운데 강단 있는”
회사 후배가 적어준 카드를 반복해서 읽어본다. 이런 모순이라면 기꺼이 계속하고 싶다. 사람은 여러 가지 모습을 가지고 있다. 상황별로 보이는 모습도 다 다르다. 회사에서 어른 흉내 내는 내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때론 뿌듯하다. 하루 최소 9시간 노동자 가면을 계속 쓰고 있으니 진짜 어른이 되는 것 같기도 하다. 어른의 시간은 때론 가면을 쓰는 시간이다. 겁쟁이인 내가 후배들 앞에서 의연한 가면을 쓴다. 때론 이 가면은 나를 강하게 만들어준다. 어떤 가면을 쓰고 살아갈지 선택권은 내게 달려있다.
성격을 의미하는 영어 단어 Personality는 원래 고대 그리스 연극에 나오는 가면을 뜻하는 Persona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역할에 맞는 가면을 쓰면서 나오는 행동 특성이 성격이다. 일이라는 이유로 어떤 역할을 했을 때 온몸에 힘이 빠지고 혼자 숨고 싶은 때도 있다. 집으로 도망가 얼른 그 어색한 가면을 벗어버리고 맥주 한잔 벌컥벌컥 마시고 싶은 순간들. 몸과 마음이 아프게 되면서 더 이상 그 가면을 쓰는 것이 형벌처럼 느껴졌다. 어떤 가면이 정말 내게 안 맞으면 다른 가면을 찾아 쓰면 된다. 마음에 드는 가면이 없으면 스스로 만들 수 있다. 맨 얼굴의 역할도 괜찮다. 맡고 있는 역할이 마음에 든다면 힘들어도 기꺼이 연기할 수 있는 나를 알게 되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