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 년 남았다
회사를 졸업하기로 했다. 이렇게 머리로는 생각하고 있지만 사람일은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그만두고 싶다고 생각하지만 만약 회사에서 해고된다고 생각하면 붙잡고 싶을 것 같다. 내 자리.
아이를 돌보기 위해 시어머니께서 작년에 다니던 직장을 퇴직하셨다. 나는 그 덕분에 예전보다 직장 생활을 편하게 할 수 있게 되었는데 나는 왜 이렇게 퇴사하고 싶은 마음이 커졌을까? 아이를 키우면서 회사를 다니는 것이 목표가 되었을 때는 힘들어도 버텼다. 몸과 마음이 편하게 회사를 다닐 수 있게 되었는데 나는 왜 딴생각이 나는 걸까?
앞만 보고 가느라 못 본 척했지만 내 안의 균열은 시작되고 있었다.
퇴근 후 배가 고파 코트를 입은 채로 아이와 급하게 밥을 해서 잘 씹지도 않고 넘겼던 순간들, 비슷한 시간 다른 집에 갔을 때 따뜻하게 퍼져 나왔던 음식 냄새, 내가 놓치고 있는 것들이 점점 크게 느껴졌다.
결국은 밥이었나 보다. 밥벌이를 위해 함께 먹을 밥을 잃어간다는 생각이 자주 들었다. 몇 달 전 “아이 초등학교 들어갈 때는 직장을 그만두어야죠?”라는 지인의 말에 정색을 했던 나다. 학교는 아이가 다니는 거지, 엄마가 왜 자기 일까지 버려야 하는 거냐며, 육아와 일을 병행할 수 없는 이 사회는 희망이 없다는 소리를 했었다. 그런 소리를 한 사람도 그 시기를 기다려 회사 그만 둘 생각하는 사람 모두 나다.
회사를 그만둬도 내 일을 그만두겠다는 것은 아니다. 오전 아홉 시부터 오후 여섯 시까지 몸이 묶여 있는 그리고 회사 명령에 따를 수밖에 없는 노동을 그만두고 싶다. 조직에 속하지 않고 내가 가진 중국어와 심리 상담, 글쓰기로 밥벌이를 하고 싶었다. 하고 싶다는 생각만 가진 채 시도하지 않는다면 그만큼 내가 원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도해보기로 했다. 회사를 그만두는 것이 회사 생활을 유지하는데 목표가 된 상황에서 나는 용기를 내보기로 했다. 회사를 그만두려고 하니 프린트부터 명함까지 회사의 자원이 새롭게 보인다.
평생 힘들게 자영업을 해오신 부모님을 보면서 직장 생활 오래 하면 잘 산다라는 생각을 해왔다. 하지만 직장 생활을 오래 하는 것보다 나로 사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부모님도 결국은 자신의 삶을 선택해 책임지며 살아오셨다는 것을 중년이 되면서 이해하게 된다.
저녁밥,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 등 내가 놓치고 있는 부분을 주부로 살아가는 친구에게 말하자 일상이 되면 그 소중함을 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모든 선택에는 대가가 따른다는 것을 알고 있다. 선택의 순간 나는 그 대가를 받아들일 수 있는 가를 선택했던 것 같다. 사실 주로 뜨거운 마음으로 대가 따윈 보이지 않아 겅중겅중 뛰어갔다. 대가가 두렵고 그 핑계를 대는 것은 정말 원하는 선택인지 의심했다. 내 마음에 정직한 선택이 옳은 선택이라 생각한다. 나란 사람은 내가 한 선택으로 이뤄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