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꿈은 덕업 일치
좋아하는 것이 일이 된다면 좋을까?
좋아하는 것이 직업이 되는 덕업 일치의 삶을 부러워했다. 인생을 즐겁게 하는 덕질에 대한 이야기를 듣다 나의 덕질을 생각했다. 17년 넘게 계속해오고 중국어가 떠올랐다. 다른 언어를 배운다는 건 다른 세상, 다른 가치, 다른 문화를 배우는 일이다. 외국인들이 한국어를 배울 때 겪는 발음, 문법, 어휘의 어려움을 들었다. 모국어인 한국어로 생각하고 표현하는 나는 그런 말이 낯설게 느껴져 한국어도 거리를 두고 낯설게 보게 되었다.
회사에서는 중국어를 계속 쓴다. 한국에 있지만 몸은 대만에 있는 것 같이 느껴질 때가 많다. 현재 중국어로 내 생각과 감정 70% 표현할 수 있을까? 외국어를 잘한다는 것은 필요할 때 바로 꺼내 쓸 수 있는 표현이 많다는 것이라 생각한다. 아직 중국어로 표현하지 못한 빈틈을 채우는 과정에 있다. 그 시간이 여전히 흥미롭다. 의미 전달을 넘어서 중국어 맛을 살린 표현을 소리로 입으로 익혀야 한다. 결국 언어를 배우는 것도 몸이 익숙해지는 일이다.
존댓말이 따로 없고 이름을 주로 부르는 중국어는 수평적인 문화를 가지고 있다. 특히 대만은 개인적이고 자유로운 분위기가 있어 좋아한다. 어린이를 뜻하는 중국어는 친구라는 朋友에다 작은 小가 붙은 小朋友이다. 어린이를 작은 친구로 대하는 것 같아 小朋友라는 말을 쓸 때 미소를 띠게 된다.
중국어가 한국어보다 구체적이란 말을 들었다. 구체(具體), 한자로 모습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이별이라는 말을 중국어로 하다 分手로 옮겨지는 것에 새삼 놀랐다. 잡고 있던 손을 놓아버리는 구체적인 모습이 바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상상(相像), 모습을 머릿속에 그려보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그래서 중국어가 좋은가보다.
내가 중국어를 더 잘해야 하는 이유는 뭘까? 일할 때 내가 생각하는 것을 더 잘 설득하고 싶다. 무언가 요청한 것이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그것이 타당하게 느껴지도록 신뢰를 쌓고 표현해야 한다. 나타내는 형식인 중국어가 더 잘 받아질 수 있게 성의 있게 반짝반짝 다듬는 것이 필요하다. 일단 형식으로 표현하려면 내가 하려는 말의 의미를 명확하게 하는 것이 좋다. 스스로도 정리가 안되면 모국어, 외국어 모두 힘을 갖지 못한다.
몇 년 전 회사 행사에 통역 아르바이트로 참여한 학생과 이야기하면서 외국어 학습법에 더 관심이 생겼다. 그 친구의 아버지는 대만 사람, 어머니는 한국사람이라고 했다. 두 부모님은 각자의 언어로 자신에게 말했고 어릴 때부터 계속 그런 환경에서 자라 두 언어로 생각하고 표현하는 것이 익숙하다고 했다. 그날 통역 내용이 무척 어렵고 사전 자료도 없었는데 두 언어 사이의 정보 공백이 거의 없는 그 친구의 통역은 내가 그동안 봐온 어떤 통역보다도 훌륭했다. 개인차도 있겠지만 두 가지 모국어를 가진 자는 두 가지 세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듯하다.
나와 만나는 세계가 확대되는 것이 외국어 공부의 효용과 즐거움일 것이다. 모국어가 하나인 상황에서 다른 외국어를 잘하려면 모국어를 잘하는 것이 전제되어야 한다. 어차피 내가 표현하려는 세계는 모국어의 세계를 벗어날 없다.
무언가에 몰입할 수 있는 것, 항상 궁금하고 알고 싶은 것, 나에게는 중국어가 그렇다. 중국어로 밥벌이가 시원 않다고 징징거렸다. 보상을 바라게 되니 마음이 조급해졌다. 왜 당장 어떤 보상이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했을까? 몰입해서 하는 그 자체가 보상이 될 수도 있을 텐데, 나름 덕업 일치의 하루를 보내고 퇴근하는 길 나를 향해 웃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