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하고 싶은 게 있어
구슬도 꿰어야 보배라는데
올해 여섯 살 된 아이는 3월부터 주중에 조부모님 집에서 지내게 되었다. 집 근처 시립 어린이집을 졸업하고 근처에 마땅히 보낼 보육시설이 없었다. 할머니 집 근처 어린이집을 다니기로 하면서 아이와 주중에 떨어져 지내게 되었다. 아쉬운 마음과 신나는 마음이 함께 들었다.
지난 3년 동안 퇴근 후 육아, 집안일로 이어지는 꽉 찬 시간표에 가끔 몸과 마음이 꽉 끼어버린 느낌이 들었다. 자주 숨이 가빴다. 주중 저녁 오랜만에 생긴 자유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생각했다. 권태로운 회사를 떠날 이직 준비를 해야 하나? 주식, 부동산 투자를 공부해 대출을 빨리 갚아야 하지 않을까? 사십이 가까워지면서 돈이 가진 힘을 절절히 느끼고 있었고 거기에 맞는 준비를 하는 것이 적절해 보였다. 그런데 오래전부터 해오고 싶던 일을 모른척하고 싶지 않았다. 쓸모없어 보인다 하더라도 내게 만족감을 주는 일, 계속 미루면 안 될 것 같았다. 내가 쓴 수필집 한 권을 만들어내고 싶다는 생각이 커져 말로 글로 계속 삐져나왔다.
2020년 2월 말 3월 초 중국 우한발 코로나 19 바이러스가 한국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었다. 그때 회사에서 코로나 19가 한국에 미치는 영향을 중국어로 썼다. 몇 가지 관련 기사를 편집해 목차를 짜고 중국어로 보고서를 만든다. 내가 힘들어하면서도 좋아하는 업무로 가끔 잘했다고 인정을 받는다. 이렇게 어렵고 나랑 크게 상관없어 보이는 중국어 보고서도 일이라 생각하면 책임감으로 써내는데 내가 하고 싶다 생각만 하고 있었던 욕망을 업무로 만들기로 했다. 내가 좋아하는 글쓰기가 같은 취미도 의무나 일이 되면 거부감이 생길 수도 있다. 하지만 회사에서 몸을 비틀면서 장문 보고서를 쓸 때 스스로에게 한말 “구슬도 꿰어야 보배다”를 나를 위한 글쓰기에도 적용시키기로 했다.
아이를 직접 돌보지 못하는 시간 동안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결과물도 만들고 싶었다. 내 이름으로 된 책 한 권을 만들어 부수입도 마련하고 앞으로 퇴사 후 진로에도 도움이 되고 싶었다. 요즘 글 쓰는 사람들은 브런치에 모인다는데 시간 없다는 핑계로 도전해보지도 않았던 브런치 작가 신청도 하고 출판 지원도 한다는 브런치 북 프로젝트에도 연말에 도전해야겠다 생각했다. 책 가제와 부제, 목차도 쓰면서 내 블로그 글을 다시 정리해보았다. 글이 얼마나 있어야 책 한 권이 만들어지는지 잘 몰라서 ‘출판사 에디터가 알려주는 책 쓰기 기술’ 내용을 참고했다.
‘책 1쪽은 200자 원고지 3.5매 정도 나옵니다. 이 말은 신국판으로 된 책 200쪽 정도가 나오려면 200자 원고지 700매 정도는 써야 한다는 말이지요. 또 텍스트로 꽉 채운 A4 1장은 신국판 책으로 디자인되어 나왔을 때 2.5쪽 정도가 됩니다. 이 말은 신국판 책 200쪽 정도가 되려면 A4로 80장은 써야 한다는 말입니다. 보통 책은 250~300쪽 사이이니, 여러분이 써야 할 분량이 계산될 것입니다. '
양춘미 지음/출판사 에디터가 알려주는 책 쓰기 기술/카시오페아/P132~133
이 책 내용을 참고로 해보니 내가 보는 에세이 책도 약 250~350쪽 정도였다. 약 300페이지 책을 낸다고 하면 A4로 약 120장을 써야 한다는 계산이 나왔다. (글자 크기는 10~12겠지?) 내가 보는 에세이의 목차 구성과 분량을 기록해 어떻게 책의 뼈대를 만들지 생각했다. 나에게 책을 먼저 내자고 하는 출판사가 없으니 출판 기획서와 책의 내용을 일부 완성해서 브런치에 연재하면서 출판사에 투고해보자는 계획이었다.
내가 쓰고 싶은 책의 목차와 30개의 글이 모였을 때 브런치에 접속해 작가의 서랍에 넣어두기 시작했다. 10개 정도 옮겨 놓았을 때는 육아, 회사, 글쓰기에서 길을 잃은 것 같은 수요일이었다. 나에게 새로운 계기를 만들어 주고 싶은 마음에 불현듯 브런치 작가 신청을 했다. 다음날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는 메일을 받고 소리 내 자랑하고 싶을 만큼 기뻤다. 아직 책은 내지 못했지만 작가는 된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