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과 자격 갖추기.

일상 무사.

by 이오십

요즘 간단한 루틴이 생겼다.


저녁밥을 먹고 나서 산책 나가기.(혹은 헬스장에서 러닝머신 위를 걷기.)


식사를 하고 나면 졸렸는데 덕분에 그럴 일이 없다. 동네순찰하듯이 30분 정도 걸어 다니면 거의 변한 것 없는 풍경이 마음에 안정을 준다. 물가가 올라도, 문 닫고 있는 가게가 많아져도, 하고 있는 일이 잘 안 돼도 일상 무사함에 감사하다.



일이 빨리 풀리지 않는 것 같으면 스스로를 닦달하는 조급증이 있다. 내 인생에 대해서도 적용되어 스스로를 조여매는 때가 있는데 이어나가는 것을 배우고 있다. 바로 되지 않는다고 금방 그만두는 것보다 오늘 안 돼도 내일 또 해보고, 내일도 안 되면 또 내일 해보고…. 아무튼 안 하는 날은 없는 거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초연해지겠지 싶다. 그 순간을 기다리고 있다.


결과에 집착하면 마음의 질병이 생긴다. 조급증이라고… 뜸 들이는 밥솥뚜껑을 자주 열면 밥이 설익는다. 유의하자.



집요함은 덕질로도 빠진다. 근래 카시오 시계, 만년필에 관심이 생겨서 수많은 부수정보를 얻었다. 무언가에 빠지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온 세상이 그 하나로 채워지는 경험을 하는데 이게 참 무섭다. 한편으로는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서 경영을 배웠어야 했나 싶다.



자신이 하고 있는 행동이 ‘일’이 되기까지 우연하고도 필연적인 순간들이 겹쳐져야 한다.


종종 구직자로서 경제활동인구에 진입하기 위해 정보를 모으고, 모으다 보면 신경 쓸게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든다. 자격을 갖추고, 경쟁자보다 특색 있는 나의 장점을 표현해야 하고… 모자란 건 모자란 대로 받아들여주는 곳은 그 어디에도 없다. 자신이 모자란 부분도 잘 알고 있어야 한다. 튀어나온 곳은 매끈하게 다듬어야 하고, 갈라진 곳은 채워야 한다. 평소에 잘 가꿔야 한다.



치열하게 살기의 전제는 진정으로 원한다는 간절함, 절박함이다. 근데 좀 느슨하게 살고 싶다. 안주하고 살고 싶다.


안정적인 ‘일‘자리를 갖기 위해 치열하게 살아야 한다.

안정적인 일자리…


나는 출퇴근이 자유롭고 정년까지 할 수 있는 안정적이고 안전한 일을 하고 싶다.

언제까지 나는 치열할 수 있을까? 나는 치열함이 없는 사람이다. 치열함을 잊은 사람이다.

한 가지에 몰두하고 간절해지면 그만큼 세상도 좁아진다. 그게 전부인 줄 알고 스스로마저 잃게 된다. ‘내‘가 없는 사람은 다시 자기 세계를 복구해야 하고, 그건 고통스럽다.



있는 그대로 살아 숨 쉬는 것과 사회에 기여하는 움직임.


나이를 기준으로 의무교육에 의해 아이들을 초등학교로 입학시키는 것과 같이 세상의 모든 일자리를 뽑기 통에 넣고 모두가 그 뽑기를 뽑았으면 좋겠다. 적어도 모두가 다 같이 혼란스러운 것이기에 오히려 연대감이 생기지 않을까.


안정적인 직장을 구하도록 노력하는 건 늘 하는 일이기에 타협점을 찾고, 빠른 시일 내에 ‘일’을 구해야겠다. 생각도 많고, 알아본 것도 많고, 공부하고 있는 것도 있지만 사실 직접적으로 취업의사를 내비친 건은 아직 0건이다. 지치기엔 이르다. 지치지 않도록 잠도 잘 자고 운동도 하고 긍정적으로 살아야지 싶다. 올 상반기에는 필요한 자격을 갖추도록 시간을 쓰고, 되는대로 정규직에 지원해야겠다. regular… 레귤러가 되고 싶은 irregular… 모두가 다 레귤러가 되려고 노력한다.


난 레귤러가 되고 싶진 않지만 레귤러가 얻는 ’ 일‘이 필요하므로 레귤러가 되어야 한다. 레귤러가 되고 나서야 비로소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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