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크보다 초값이 더 많이 들기 시작한다면, 나이가 들었다는 걸 깨닫게 되는 것이다." (You know you're getting old when the candles cost more than the cake.) - 밥 호프(Bob Hope)
케이크 구매 고객에게 항상 드리는 일상적인 질문인데, 의외로 죄송하기도 하고 얄궂게 보일 때도 있다. 일단 “네”라고 대답은 하면서도 자신 있게 “몇 개”를 말하지 못하고 주저하는 경우가 많다. 함께 온 자녀에게 “너희 엄마 나이가 몇 살이지?”라고 묻는 경우도, 아내에게 “올해 장모님 연세가 어떻게 되지?”라고 묻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것도 모르냐는 의미를 가득 담은 상대방의 눈길은 덤이다. 상대방의 나이를 기억한다는 것, 사실 본인의 나이도 종종 잊어버리는 걸 감안하면 지극히 당연한 일이긴 한데, 그럼에도 괜히 머쓱해진다.
그래서, 매년 연말이 되면 새해맞이 준비로 “초를 몇 개 준비해 드릴까요?”라는 ‘생일초 일람표’를 만들어서 카운터 옆에 비치해 둔다. 말은 거창하지만 사실 단순한 참고표 수준으로, 출생연도와 띠를 알고 있다면 쉽게 나이에 맞는 초 개수를 찾아볼 수 있게 되어 있다.
초 개수를 여쭤본 후, 대답을 머뭇거리고 있는 고객에게 표를 보여드리면 “아, 이런 것도 있었네요?”하며 밝은 표정으로 반긴다.
올해도 어김없이 이 표를 만든 다음에, 동호회 단체 채팅방에 슬쩍 올렸다. 케이크 매장 사장(엄밀히 따져 말하면 사장 남편!)은 이런 것도 만드냐면서 신기해하는 한편, 탄식과 원망의 반응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잊고 지내려던 나이에 대한 팩트 폭격이라는 둥, 이제 생일 초 한 번 켜려면 소화기를 미리 챙겨둬야겠다는 둥,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차곡차곡 늘어난 나이에 대한 현실 자각으로 소란하다.
생각해보면 참 묘한 일이다. 어릴 땐 초를 하나라도 더 꽂고 싶어 안달이었는데, 이제는 하나라도 뺄 수만 있다면 영혼이라도 팔 기세다. 가끔은 일부러 '기분 좋은 오답'을 내어드리기도 한다. 지난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나이를 조절했으니 한두 개 정도 초를 빼는 것도 괜찮다며 권유하고, 나이 오십을 넘으면 긴 초 다섯 개로 퉁 치는 게 국룰이라며 흰소리를 더하기도 한다.
사실 누군가의 나이를 기억한다는 건, 단순히 숫자를 외우는 일을 넘어 그 사람의 시간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있어야 가능한 일일 게다. 관심이기도 하고 노력이기도 하다. 그리고, 짐짓 나이를 줄여서 계산하는 것은 실수가 아닌 배려일 수도 있겠다. 나이의 무게를 새삼 느끼려는 것보다 함께 즐기는 웃음이 필요할 수도 있을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