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혼자가 아니라는 걸 알기 위해 책을 읽는다. 우리는 혼자라서 책을 읽는다. 책을 읽으면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 - 개브리얼 제빈, “섬에 있는 서점”에서
“여기는 책들도 참 좋아요. 꼭 읽어보고 싶었던 책들이 꽂혀 있네요.”
매장을 운영하는 써니의 입장에서는 약간 서운할 수도 있는 손님의 이야기겠지만, 매장을 나서는 손님들로부터 ‘책도 좋다’는 평가를 들을 때 내심 뿌듯하고 기쁘다.
매장 입구, 창 밖으로 향한 높은 테이블 한 켠에는 작은 서가가 꾸려져 있다. 처음에는 작은 책꽂이 두 칸으로 시작했다가 현재는 두 칸을 늘려 네 칸으로 운영 중이다. 어린아이들과 오는 손님들을 위한 동화책 몇 권을 포함해서, 소설, 에세이, 시집, 여행과 지리 관련 서적 등 어림잡아 4~50권 정도 늘 비치되어 있다. 큰 책장을 들여놓을까 몇 번 생각했으나 고민 끝에 접었다. 우리 매장에는 단출하고 소박한 서가가 더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에서였다.
진열된 책은 얼핏 보면 늘 그대로인 듯 여겨질 수 있으나,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더디게 조금씩 새로운 책으로 교체된다. 두세 달에 한 번 정도는 서너 권의 책을 구입하고, 매달 한 번 정도는 회사 임직원들과 바꿔보는 책이 잠시 자리를 잡아 꽂히고, 케이크 배송을 오신 분께서 빌려 가시기도 하고, 가끔은 손님들이 가져온 본인 책을 꽂아두고 진열된 책과 교환해 가기도 하고, 좋은 책을 함께 보고 싶다며 기증하기도 한다. 퇴근 후 매장에 들르면 케이크 쇼케이스보다 먼저 시선이 머무는 곳이 이 서가다. 어떤 분이 들러서 어떤 책을 놓고 가셨는지, 누가 책을 빌려 가셨는지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하루를 정리한다.
매장이 위치한 곳은 구립 도서관 근처다. 매장 위치를 문의해 오는 고객에게 주변을 설명할 때도 가장 먼저 언급하는 랜드마크가 바로 도서관이다. 고객들 중 많은 분이 이 도서관을 기점으로 왕래하기도 한다. 그러다보니 매장 분위기는 가끔 여기가 작은 도서관인가 싶을 정도로 독서 중인 고객과 학습 중인 고객이 많은 편이다. 일부러 매장 배경음악도 가급적 조용하고 차분한 피아노곡으로 선곡한다. 분위기가 이렇다 보니 두런두런 나누는 대화 정도의 백색소음만 나지막이 있을 뿐 평화롭고 고요한 편이다.
자그마한 서가 옆에는 아예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책받침대도 마련해 두었다. 매장에 자주 들르시는 어르신 한 분(써니가 ‘선생님’이라고 부르는)은 카운터에서 음료 주문 후 서가에 들러 책을 고르시곤 책받침대를 챙겨서 고정석이라고 할 수 있는 맨 안쪽 좌석에 자리하는 루틴이 있다. 가끔 내가 책받침대에 책을 놓고 읽다가도 그 분이 방문하면 슬쩍 책받침대를 원래 자리에 돌려 놓는다. 그러면 그 선생님은 웃는 눈인사를 주시며 책받침대를 챙겨 가신다.
아르바이트 근무를 한 친구들 역시 어쩌다 보니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로 뽑힌 듯하다. 결코 면접을 볼 때 질문하거나 평가하는 사항이 아닌데, 책을 빌려가는 경우도 많고 심지어는 직접 책을 집필하고 출간하기도 한다. 이제는 선생님이 된 보영이가 본인의 책을 들고 해맑게 찾아오고, 의젓한 유망 카피라이터가 된 미희도 사회생활 소회를 담은 책이 나왔다며 찾아온다. 짧은 인연을 잊지 않고 꼬박꼬박 찾아주는 것도 고마운데, 이렇게 성장한 모습마저 보여주니 기특하고 대견하지 않을 수 없다.
혼자 있을 때 책을 펼치는 편인데, 인용한 소설 속 구절처럼 책을 읽으며 혼자가 아님을 새삼스레 확인한다. 누군가 놓고 간 책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 읽히고, 여기서 일하던 친구들이 쓴 책이 다시 서가의 한 자리를 채운다.
퇴근길에 매장에 들러 작은 서가를 정비한다. 혼자 책을 읽으러 왔다가 커피와 케이크 향기를 맡으며 '함께'임을 느끼고 즐기실 수 있기를 바라며, 마음 속에 달콤하고 아름다운 문장 한 줄 담아둘 수 있기를 소망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