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 자라렴, 아니 잠시 멈춰도 좋아!

by 두리안러버

7월이면 이곳에서 초등학생이 되는 아이에게 네가 싱가포르, 한국에 있었다면 벌써 초등학생이 되어 스스로 할 일을 척척 알아서 해야 하는 언니라며 아무리 나무라보아도, 아이는 바쁜 저녁 준비시간 샤워를 시켜달라며 주방에서 한참 젖은 내 손을 잡아끈다.


하루에 한 번은 엄마가 꼭 양치질을 도와줘야 한다며 자기 전 양치질을 도와달라고 칫솔을 들고 따라다니는 아이의 이를 겨우 닦인 후 한숨 돌리는 것도 잠시.


혼자서 잠들지 못하겠다며 책 두어 권을 읽은 후 옆에 누은 내 오른팔을 본인 허리춤에 두르고 겨우 잠이 들었다가 새벽 1시면 어김없이 본인 방 에어컨을 끄고 애착인형을 챙겨 거실에서 물 한 잔까지 마신 후 나와 남편이 자고 있는 방으로 꼭 건너와 우리 둘 사이에 누워 다시 잠을 청한다.


아이가 태어나 우는 순간부터 젖을 찾으며 세상 서럽게 울 때도, 태어난 지 7년이 되어가는 지금까지도 아이는 나를 계속 찾는다. 화장실에 모기가 있다고 나를 찾고, 식탁 의자에 앉아 의자가 식탁에서 너무 멀다고 나를 찾고, 실수로 과자를 소파에 쏟아도 나를 찾고, 방에서 종이접기를 하다 풀뚜껑이 열리지 않는다고 나를 찾는다. 언제쯤 나를 그만 찾으려나. 그런 날이 온다고들 하긴 하던데. 어째 아직까지도 감감무소식인지. 하루 종일 나를 찾는 아이를 재우고 기진맥진한 날엔 빨리 크고 싶다는 아이의 원대로 아이가 정말 빨리 컸으면 싶다.


그러다가도


어느 날 찍은 사진에 예전에 한참 크던 티셔츠 어깨선이 딱 맞아 들어가고 몽당하던 팔다리가 길쭉길쭉해진 걸 볼 때면,


모유수유를 할 때 그렇게 나를 괴롭히던 밥알같이 하얀 유치들을 내 손으로 하나씩 톡톡 빼줄 때면,


어디서 주워들은 어려운 단어를 그럴싸하게 쓰고 내심 으쓱한 표정을 지을 때면,


하루 종일 땡볕에서 뛰어놀아 꺼무잡잡해진 얼굴에 입 벌리고 잠든 모습을 보면,


아냐 빨리 크지 않아도 좋아. 나를 하루 천 번 찾아도 좋으니 이렇게 사랑스럽게 조금만 더 머물러주었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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