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발견한 단어로 필연한 문장을 씁니다.
명사
1. 내키지 아니하는 사태를 피하거나 사실을 감추려고 방패막이가 되는 다른 일을 내세움.
2. 잘못한 일에 대하여 이리저리 돌려 말하는 구차한 변명.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명분을 계속 쌓는다. 반면에 하기 싫은 일이 있다면 핑계를 줄줄 늘어놓는다. 우리는 누군가의 명분을 들으면 이성적으로 생각하며 합당한 지 판단하지만, 핑계를 듣는 순간에는 바로 열린 사고에 벽을 세우고 불편한 감정을 가진다. 이처럼 핑계는 부정성을 동반한다. 핑계는 해야 하는 일을 하지 않기 위해 내빼는 행위처럼 보이기도 하고,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외면하는 것처럼 보이기 한다.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본질 주위를 뺑뺑 돌며 회피하는 것처럼 말이다. 명분은 설득력을 더하지만, 핑계는 거부감을 더한다.
그렇다면 핑계가 언제나 부정적이기만 할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핑계가 없다면 살아갈 수 없다.
핑계는 외부의 힘이 전제된다. 우리는 웬만해서 원하지 않는 환경에 놓이는 것을 자처하지 않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었던 환경, 통제할 수 없는 압력과 절대성 등 ‘나’라는 개인보다 거대한 개인 혹은 세계와 맞서게 되는 순간, 핑계는 불가피하다. 핑계가 나를 지키기 위한 방패가 되어준다. 온전히 감당할 수 없는 힘으로부터 비롯된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어줄 수 있다. 견딜 수 없는 무언가를 잠시라도 막아야 살아남을 수 있다.
하지만 방패는 나를 온전히 보호해주지 못한다. 방패가 향하고 있는 한 면 외에는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또한, 내가 그토록 막고 싶은 것이 ‘나’인지 혹은 ‘나의 약점’인지 아니면 ‘나의 부정’인지 냉정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 변명이 나를 지켜주는 방패가 될지, 나를 잠시 가려주는 가면에 불과할지는 생존이 달린 간절한 핑계인지 아닌지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