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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담 Dec 27. 2016

크리스마스 일기

새해 계획 세우기 좋은 날

집에 오는 길에 카페를 들렀다. 크리스마스 스페셜 커피를 주문했다. 빨간 컵에 하얀 눈이 그려진 테이크 아웃 컵에 담겼다. 기대하는 마음에 특별한 원두를 썼나요? 라고 물었다. 심드렁한 말투로 컵이 크리스마스 잔이라는 대답을 들었다. 어쨌든 스페셜이다. 커피보다 중요한 것은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거라서 상관 없었다. 나라면 다르게 대답했을텐데 생각하며 커피를 받아왔다. 


새해다. 특별한 여행을 계획해보려고 웹사이트를 이리저리 기웃거렸다. 언제 연차를 쓰면 가장 길고 여유롭게 쉴 수 있을지도 찾아봤다. 나같은 생각을 이미 해 놓은 어떤 블로거가 쓴 2017년 연차 신청하기 좋은 날 포스팅 등을 살펴보며 앞으로 다가올 휴일을 그려봤다. 하지만 근무가 내 맘대로 되는게 아니라 5일 짜리 여행은 불가하다. 어쨌든 여행 계획을 세우려고 시도는 여러번 했는데 성공한 적은 없었다. 그냥 스무 살 어느날 그랬던 것 처럼 갑자기 떠나는 여행이 나와 맞는 것 같다.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여행을 가자'라는 구멍이 숭숭 뚫린 여유로운 계획을 세웠다.


봄에는 출근 거리가 좀 가까운 곳으로 이사를 하고 싶다. 이사는 자고로 추울 때 하는 법이 아니라서 작게 웅크리고 있다. 새로운 분야에 뛰어든 만큼 소기의 성과를 얻고 싶다. 기존의 내 영역에서도 잘 해내야하고... 도전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게 내 장점이라면 장점 같다. "너는 스스로 함정을 파고 들어가 거기서 탈출하는 것을 즐겨하는 것 같다"는 친구의 말에 오늘은 괜히 신뢰가 간다. 어쨌든 나는 나이트 근무에 들어간다. 일과 내 생활 사이에 불균형이 생겼다. 혼자만의 시간을 좀 더 자주 가져야겠다. 그리고 그때마다 나는 글을 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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