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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살곰살곰 Nov 23. 2020

남편의 꿈을 실현시키는 시간

우리 부부가 사는 법

기존 건물 전체를 철거하는 멸실 공사는 포크레인으로 한 번에 철거를 해버리지만, 리모델링 철거는 사람이 부분적으로 철거를 해야 하기에 시간도 비용도 많이 든 경우에 따라서는 멸실 공사보다 비용이 더 드는 경우도 있다.

『단독주택리모델링 무조건따라하기』中    


안방 벽과 천장 철거 중

1,2층 거실벽과 천장 철거에 이어 각 방 철거에 들어갔다. 거실처럼 각 방의 천장 또한 예상대로 이중 철거이다. 천장도 천장이지만, 벽에 붙어있던 석고보드를 떼어내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다. 남편은 왜 이곳에 석고보드를 붙였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벽면이 바르게 미장되어서 벽지 작업을 하는데 아무 문제가 없는데 석고보드 한 장을 붙인 것이 아무래도 단열을 위한 것이라고 광고하며 작업한 것 같은데, 석고보드는 단열재가 아니라 마감재이므로 단열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말을 덧붙였다. 


역시나 석고보드를 떼어내고 나니 습기를 가득 안은 곰팡이 천국이 드러났다. 차후에 약품을 이용해 곰팡이를 완전히 없애기로 하고 서재로 쓰일 방으로 넘어갔다.

남편 혼자 고생하는 걸 보니 돕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고, 왠지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빠루로 몰딩을 제거해보고자 시도해보았다. 결과는 몇 개의 몰딩을 가지고 오랜 시간 씨름을 하고 있는 나였고 결국 빠루는 남편의 손에 넘어갔다. 


작업하는 남편을 집어삼킬 듯이 쏟아지는 천장에 놀란 나와는 달리 미동도 없이 작업을 이어가는 남편에게 힘들지 않냐고 물었다. 


"우리가 살 집인데 힘들긴요. 난 즐거워요"


남편의 어릴 적 꿈은 누구나 한 번쯤 꿈꾸는 그럴싸한 직업이 아닌 행복한 가정을 이루는 것이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무슨 그런 소박한 꿈이 있었나 싶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남편의 꿈이 어떤 꿈보다도 더 어려운 꿈임을...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과 실천을 이어가는 남편을 존경한다.

1층 철거가 마무리된 후 올라간 2층 천장에는 스티로폼이 올려져 있었다. 어설픈 지식으로 단열처리가 되었나 보다고 말하니 남편은 이건 단열이 아니라 폐기물 처리 수준이라며 한숨을 내뱉었다. 


"단열재라고 하기에도 민망한 스티로폼을 그저 얹어놓기만 한 거예요. 이러면서 단열공사비용 청구해서 받았겠지요. 휴... 이런 일부 비양심적인 시공업자 때문에 다른 선량한 시공업자들까지 욕먹는 거지요"

(좌) 철거 전 계단 (우) 벽과 천장을 철거한 계단

2층과 계단까지 철거하고 난 후 2층 베란다에 쌓여있는 폐자재를 보며 생각했다.

'아... 이래서 천장을 철거하지 않고 덧방(?)으로 작업을 했구나

새로 작업하는 것보다 철거가 더 어려운 작업이구나' 


우리를 힘들게 했던 덧방 작업이 이해되려는 순간 나를 일깨워주던 남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당이 넓으니 이렇게 폐자재를 쌓아놓을 수도 있고 정말 다행이죠?"


똑같은 상황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다름 속에서 배운다.

폐자재는 종류별로 분리해야 한다. 비용의 문제도 있지만 이렇게 분리를 하면 재활용을 할 수 있기에 꼭 필요한 과정이다. 2층의 폐자재를 1층 마당으로 옮긴 후 종류별로 차곡차곡 쌓기 시작했다. 언제 하나 싶었는데 남편과 함께 하다 보니 어느새 깔끔해진 마당에 힘겨움을 잊었다.


이제 90% 이상 철거가 마무리가 되어간다.

(좌) 1층 현관 중문 (우) 중문 철거 후 현관

깔끔해진 마당을 뒤로하고 1층 현관 중문 철거에 들어갔다. 남편이 어떤 작업을 하겠다고 말할 때마다 드는 생각이 있다. 


'어떻게 이걸 하겠다는 거지?'


남편은 늘 '어떻게'를 '멋지게'로 바꾸는 힘이 있다.

중문이 없어지니 더욱 시원스러워진 거실, 현재의 현관 들어오는 입구까지 거실을 확장하고 새로운 현관은 밖으로 설치하여 거실을 사각형의 형태로 넓게 쓰겠다는 남편의 설명이 이어진다. 늘 자상하게 설명을 해주는 남편에게 알아들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지만 사실 50%는 이해를 못한다. 아마 여전히 '어떻게'와 '이게 가능해?'라는 생각에 사로잡혀있어서 일 것이다. 

(상) 철거 전 거실 (하) 철거 후 거실 파노라마 촬영

2018년 6월 4일~6월 9일까지의 철거작업 후 1층 모습.

월요일에는 학교에서 다쳤다는 큰 아이의 연락에 작업을 일찍 마무리해야 했고, 화요일에는 친정 부모님 일을 봐드리느라 작업을 많이 하지 못했다. 예기지 못한 상황으로 길어지는 작업 기간 그리고 남편 혼자서 해야 하는 힘겨운 작업에 돈도 돈이지만 전문업자에게 맡겨야 하지 않겠냐는 말을 조심스레 건네보았다. 


"이런 기회 아니면 언제 이런 작업을 직접 해보겠어요. 주택은 아파트와는 달라서 전기 배선, 수도 배관 등 살면서 손볼 곳들이 생길 텐데 내가 직접 해놔야 차후에 수리가 수월해요. 일을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내 작업 스타일이 있는데, 업체에서 작업하는 스타일이 내 생각과 다르면 그것도 난 불편할 것 같아요"


이제 작업이 너무 오래 걸린다거나 맡기자는 이야기는 안 해야겠다.내가 도울 수 있는 일은 도우며 따뜻한 말 한마디로 힘을 줘야겠다. 이게 우리 부부가 사는 법이고 사랑하는 방식임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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