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층 화장실 ⑤ 세면대 하부장 제작 & 젠다이 제작 & 집기 설치
화장실에 변기, 욕조 설치를 설치했으니 이제 다 끝났다고 생각했다. 세면대 등은 구입해놓았기에 설치만 하면 될 거라 생각했는데 나만의 착각이었다. 세면대를 올려놓을 하부장을 알아보던 남편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방수처리 등 추가 공법이 들어가서인지 물에 강한 내수용 자재가 비싸서인지 잘 모르겠지만 25~30만 원 정도의 기본 가격대부터 마음에 든다 싶으면 40만 원이 훌쩍 넘어가는 가격에 구입이 아닌 제작으로 결론 내렸다.
이제 화장실을 편하게 이용할 수 있겠구나 싶었던 나이기에 또 한 번의 기다림이 예상되는 남편의 결론에 질문이 튀어나왔다.
"흠... 자재를 구입해야 하고 만드는데 시간이 걸리고 이것저것 생각하면 구입하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요?"
"집에 남아있는 타일과 각파이프로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요. 금방 만들어볼게요"
자재를 따로 구입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에 지금까지도 기다렸는데 며칠 더 못 기다릴까 싶어 졌다. (나도 내가 이리 쉽게 변할지 몰랐다)
일단 1200mm * 600mm 크기의 타일을 적당한 크기로 자른 후
세면 도기와 세면대 프레임의 크기를 체크하면서 제작할 세면대의 도면을 대강 그린다.
각파이프는 필요한 사이즈대로 (20mm * 40mm) 재단한다. 그리고 용접을 한 후 두툼하게 올라온 용접 비드를 그라인더로 반듯하게 갈아 준다.
상부에 이어 다리 기둥과 바닥 프레임도 용접을 하고 그라인더를 이용해서 두꺼운 용접 부위를 갈아준다. 용접 부분을 그라인더로 갈아주는 것을 '사상' 작업이라고 하는데 조선소같이 용접이 많이 이루어지는 곳은 사상작업만을 전문으로 하는 사상공이 따로 있다고 한다.
세면대 배수관이 아래쪽 프레임에 걸려 배수관이 걸리지 않도록 프레임을 만들어 주었다. 자를 때 조금 더 번거롭지만 45도로 잘라내서 접으니 훨씬 더 깔끔하다.
ㄷ자 프레임의 크기만큼 아래쪽 프레임의 일부를 잘라낸 후 용접 한다.
확보된 ㄷ자 공간으로 배수관이 지나는 바닥의 배수구와 연결되는 것이다.
기본 프레임 작업이 모두 완료되어 도색을 한다. 색상은 남편이 추천한 그레이 색상이다.
세면대 상판으로 사용할 타일의 테두리에 스텐 코너 비드를 이용해서 마감을 해 주었다. 실리콘으로 고정하기 때문에 클램프를 이용해서 하루 정도 고정을 해 두어야 한다.
세면볼과 수전을 연결할 구멍을 타공해 준다. 작업 순서는 타공 후 코너비드 마감이 맞지만 타공 할 홀쏘라는 공구가 배송되지 않아서 작업 순서가 바뀌었다.
타일에 큰 구멍을 타공 할 때는 목재를 타공 할 때처럼 쉽게 되지 않는다. 옆에 찬물을 한 바가지 떠 놓고 홀쏘를 식혀가면서 반복해서 뚫었다. 홀쏘를 장착한 드릴에 조금씩 기울기를 주면서 뚫어야 더 잘 뚫린다고 한다. 그리고 파손 방지를 위해 어느 정도 타공이 된 후에는 뒤집어 반대편에서 타공을 하였다.
세면대 타일 상판을 실리콘을 바른 후 클램프로 고정해 준다. 세면볼을 얹은 다음 세면대 팝업을 체결한다. 팝업과 아래에서 설치할 수전은 원하는 디자인의 제품이 너무 비싸서 남편이 직접 해외 직구로 구매했다.
세면볼이 움직이지 않도록 실리콘으로 접촉면 테두리를 처리해 준다.
세면볼이 세면대 위에 설치하는 탑볼형이기에 목이 긴 원홀 수전을 구매했다. 수전 설치는 구조가 단순하기에 그리 어렵지 않은 것 같다.
이제 중고거래 앱에서 나눔 받은 타일 중 적당한 것을 하나 선택하여 옆 면을 가려준다. 역시나 실리콘으로 고정한다. 바닥 부분도 타일을 잘라 얹어 준다.
이렇게 세상에서 하나뿐인 우리 집만의 세면대가 완성되었다. 아직 세면대 문을 만들지 않아 안에 놓은 집기들이 보이지만 청소도구 등을 수납할 수 있어 마음에 쏙 든다.
시멘트 벽, 타일, 석재 등을 대상으로 작업할 때는 주변을 보호하는 보양 작업이 필요하다. 예전에는 작업할 때 옆에서 청소기를 켜고 있었는데 그게 번거롭다 생각했는지 언제부터인가 남편은 신문지 한 장과 테이프를 이용해 이물질 받침대를 만들어 작업한다. 수건걸이를 설치하기 위해 타일에 조심스럽게 타공 작업을 한 후 부속품을 고정해 준다.
심플하면서도 예쁜 수건걸이가 설치되었다.
선반은 남은 타일을 이용하기로 했다. 타일의 거친 옆 면이 그대로 노출되므로 스텐 코너비드를 이용해서 마감처리를 해 준다. 은색 일반 스텐 코너비드가 아닌 금색을 구입한 남편의 선택은 의외였다. 단순 디자인 차이만으로 비용을 더 들이는 스타일이 아닌데 은색보다 2배 이상 비싼 금색 코너비드를 구입한 것이다. 욕실에 포인트를 주기 위한 남편의 계획이었음을 집기 설치가 완성된 후에야 알게 되었다.
선반을 고정할 브라켓을 설치한다. 방식은 수건걸이와 동일하다. 수평이 어긋나면 보기 싫어지므로 타공 시에 위치가 틀어지지 않도록 조심해서 뚫어야 한다.
아무래도 타일이다 보니 임팩 드릴보다는 그냥 손 드라이버를 이용해서 고정해 주는 것이 깨질까 싶은 불안감도 없고 안전하다.
벽과 맞닿는 부분은 바이오 실리콘으로 마감해주면 설치가 끝난다.
이렇게 완성된 선반에는 방향제나 가벼운 화분을 얹어 놓을 예정이다.
집기 설치까지 마무리된 화장실의 모습은 허리선 부근으로 금색 띠를 형성하고 있었다. 남편의 섬세한 계획으로 화장실에 예쁜 포인트가 생겼다. 이어서 소개할 금색 화장지 걸이까지 눈높이에 맞추어 수평으로 금색 띠를 두르기 위해 열심히 검색한 남편에게 금손에 이은 또 하나의 별명이 생겼다. 센스쟁이 금손 남편...
휴지걸이를 걸기 위해 구멍을 타공 한다. 전동드릴이 타공 시간이 길어 로터리 해머 드릴을 가지고 왔다. 역시나 중요한 것은 해머 모드가 아닌 드릴 모드로 세팅한 다음 조심스럽게 타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 화장지 걸이를 걸어준다. 동봉된 나사가 머리 부분이 팽이처럼 생긴 접시 머리여서 와샤붙이 둥근 머리 나사로 바꾸어서 붙였다. 화장지걸이와 맞닿은 부분이 납작하여 화장지걸이를 변형 없이 좀 더 넓은 면으로 고정할 수 있다.
남편의 안목에 다시 한번 흐뭇해지는 결과물로 1층 화장실이 비좁아 물이 튀거나 욕조 사용 시 수증기에 화장지가 젖을까 방수형으로 선택한 화장지걸이다.
철거부터 배관 설치, 타일 부착, 변기와 욕조 설치에 이어 세면대와 집기 부착까지 마무리되었다. 천장 등 마감해야 될 부분이 남았지만 욕실을 사용하는데 무리가 없기에 당분간은 이대로 사용할 것 같다. 그리고 늘 그렇듯 어느날 갑자기 남편은 작업을 시작할 것이고 또 다른 변신이 이어질 것이다.